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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임실 구담 마을숲

 

 

 

 봄볕 같은 햇살을 안고 섬진강변 아름다운 구담마을을 찾았습니다. 구담마을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여름 큰 딸이 동계로 농촌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위로 방문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찾았습니다. 구담마을을 찾게 된 것은 전북섬 산악회 회원인 박현욱씨 고향인데, 그분의 마을 자랑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봄이 되면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마을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마치 무릉도원이라도 되는 양 말입니다. 천담 마을을 지나 한참 천변을 따라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구담마을은 마치 십승지지(十勝之地)처럼 숨어있었습니다. 십승지지는 전란을 피해 살만한 편안한 곳을 말하는데, 구담마을을 두고 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구담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영화 때문입니다. 구담마을은 1998년에 한국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그 시절을 살았던 아버지의 세대의 고단한 삶을 아이 눈으로 바라본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 무대입니다. 영화 촬영지가 된 것은 섬진강변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 때문입니다. 구담마을은 산비탈에 집들이 올망졸망 자리 잡은 동화 속 같은 아담한 마을입니다.
 구담마을은 본래 안담울이라 불리었다가 섬진강변에 거북(자라)이 많이 자란다고 하여 구담(龜潭)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구담(九潭)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섬진강변 주변에 갈담, 천담, 구담, 물우 등 지명들이 있는데 이는 ‘물가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자리에 자리한 구감마을에서 멀지 않은 진뫼 마을에서 자란 시인은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
  꽃이 핍니다/ 꽃이 집니다/꽃 피고 지는 곳/ 강물입니다/강 같은 내 세월이었지요 <김용택/강 같은 세월>
 구담마을 회관 앞은 영화촬영 당시 아이들이 놀던 공터였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을 가장 간직한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 당시에는 천담 마을에서 구담 마을까지 비포장도로였다고 하니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회관 앞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오른편 당산입니다. 작은 동산에 공원을 만들어놓은 듯 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은 일품입니다. 굽이굽이 돌아드는 섬진강을 한눈이 볼 수 있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징검다리도 보입니다. 당산은 풍수적으로 구담마을 우백호 맥에 해당 됩니다. 마을사람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 했던 이곳에서는 몇 년 전 만 해도 당산제를 지냈으나 지금은 끊겼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산에는 20그루 남짓 되는 느티나무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제 낙엽이 져서 여름에 보았던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당산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유유한 흐름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곳에 영화의 고향이랑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 뒤쪽에 자리한 소나무 숲도 일품입니다. 제법이 연륜이 된 소나무 숲이 동양화를 그려내는 모습입니다. 산책로 까지 조성되어 누구나 솔향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소나무 숲이 조성된 곳은 구담 마을 뒷산에서 좋은 기운이 흘러 내려오는 맥으로 마을사람들이 예로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여 잘 가꿔온 소나무 숲입니다.
 아담하고 동화 같은 구담마을을 벗어나 섬진강을 거슬러 진뫼 마을로 향합니다. 진뫼 마을 전경은 한 폭의 산수화로 그려낼 수 있도록 널따랗게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때로 섬진강이 범람이라도 할라 치면 도로변에 자리한 당산나무가 당연히 마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진뫼 마을은 김용택 시인 고향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필자에게는 전북섬 산악회 회원인 양현미씨 고향으로 다가옵니다. 마을에 닿기 전에 통화를 하니 꼭 어머니가 계신 집에 들러서 맛있는 김장 김치를 가져가고 합니다. 어머니께 전화해 놓겠다는 정감이 넘치는 목소리가 필자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우리 마을 전경이 보이는 섬진강을 보면서 과거 당산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풍물을 치며 한껏 흥이 돋았을 그 때가 진짜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 해 봅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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