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은 필자가 교직을 처음 시작하는 곳이라 매우 친근감을 느끼는 곳입니다. 넓은 평야와 드넓은 바다, 그리고 우람한 산을 가진 부안은 매우 풍요로운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문화유적과 민속문화가 남아 있고 전북 지역 답사 1번지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길지 않은 부안고등학교 생활이었지만 많은 추억을 가지고 떠나왔습니다. 지금도 부안을 찾게 되면 어디에서인가 반가운 얼굴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주고 부설 방송통신고 학우들과 지난 주말에 부안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방송통신고 학우들은 집에서 충실한 가장이지만 학교에서 학생으로서 배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비록 시기를 놓쳐 늦은 배움을 하고 있지만 학우들은 높은 성취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송통신고 담임을 하면서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격포항을 거쳐 내소사로 향합니다. 창밖으로 아담한 모항이 보입니다. 그림 같은 모항에는 해안선을 따라 소나무 숲이 인상적으로 들어옵니다. 오랜 해풍으로 인해서 소나무는 육지 방향으로 휘어져 소나무의 운치를 느끼게 해줍니다. 방풍림(防風林) 역할을 하는 소나무 숲은 오래전부터 모항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해 주는 실용적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능가산(楞伽山) 내소사(來蘇寺)에 닿았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변산을 능가산이라 불린데서 기인합니다. 내소사 일주문 앞에 자리 잡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부안지역에서 당산제를 지낼 때 줄다리기를 하고 그 줄을 당산나무에 둘러메는데, 그 모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당산 옷 입히기라고 합니다. 일주문 앞 느티나무는 할머니 당산으로 모셔지고 있는데, 내소사 스님이 재물을 준비하여 독경하며 마을사람과 함께 당산제를 지냈습니다. 내소사 안쪽 봉래루 앞에 있는 느티나무는 할아버지 당산으로 모셔집니다. 이러한 모습은 불교가 우리 민속을 받아들인 포옹적인 모습입니다. 현재는 이곳 당산제는 입암마을 주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소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명품 전나무 숲길이 펼쳐집니다. 내소사 전나무 숲은 일주문에서 사천황문을 못 미쳐 숲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월정사 전나무 숲과 함께 내소사 전나무 숲이 아름답기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전나무는 줄기를 자르면 ‘젓’같은 하얀 액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젓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잣’이 맺히는 나무를 ‘잣나무’라 부르듯이 말합니다. 전나무는 바늘잎나무 가운데 키가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로 보통 30-40m정도까지 자랍니다. 그래서 하늘을 뚫을 듯 한 기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업적이 위대한 큰 스님들의 기상을 기리려고 전나무를 심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안 천황사 앞에는 수령 800년 정도 되는 우람한 전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그루의 전나무 위세가 대단합니다. 그러니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수령 100년 정도 되는 700여 그루로 찾는 사람을 압도합니다. 이런 전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모든 것이 소생 한다’라는 내소(來蘇) 의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에 걸맞게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제 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숲길』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늘을 향한 전나무가 짙게 드리운 그늘 속을 거닐다 보면 특유의 맑은 향기가 들이쉬는 숨과 함께 온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어느새 속진(俗塵)에 지친 심신을 말 그대로 소생시킨다.>
내소사 전나무 숲도 작년 볼라벤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는데, 피해 모습을 그대로 기록해 두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기억해 두자는 의도 일 겁니다. 이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지혜를 담은 내소사 전나무 숲길의 기(氣)를 빌려 우리 학우들의 앞날에 행복을 빌어 봅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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