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는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마을 곳곳마다 들썩거렸습니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았던 때였습니다. 보통 정월에 이루어지는 세시풍속 행사는 일 년에 이루어지는 행사 중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에는 차례, 성묘, 세배, 설빔 입히기, 날씨 점치기, 용날 물 긷지 않기 등을 시작으로 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 짓기, 거리제, 당산제, 탑제, 더위팔기, 부럼 깨기, 복조리 걸기, 달집태우기까지 행하여집니다. 더 나아가 쥐불놀이, 연날리기, 줄다리기, 널뛰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가 행하여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한때 필자는 과거 그런 시대에 살아 보았으면 하는 상상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마을 답사를 하면서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정초에 진안군 부귀면, 정천면 몇몇 마을에 우덕희(마령중 교사)선생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우덕희 선생은 필자보다 연배이지만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진안에 대한 애정과 함께 지역 교육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는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원두남 마을에 닿았습니다. 원두남 마을은 김해 김씨, 인동 장씨 등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풍수적으로 원두남 마을은 주산인 ‘부귀산(806m)’줄기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뻗어내려 방향을 바꾸어 북서쪽으로 뻗어 내린 ‘매봉산’ 줄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정자천(程子川)이 흐르고 회구룡 마을 뒷산이 안산 역할을 합니다. 마을은 풍수상 ‘배형국’이어서 돛대 역할을 하는 오릿대를 세웠다고 합니다.
원두남 마을숲은 마을 앞으로 정자천이 지나는데 마을 서쪽 제방을 따라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풍수적으로는 황천수(黃泉水)를 방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즉 홍수시 마을을 범람하는 급류를 방비하기 위한 제방림 역할을 합니다. 마을숲 수종은 개서어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나무, 벚나무 등으로 대부분 활엽수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마을숲 안에 가장 큰 나무는 수령 130년 정도 되고, 높이는 20m, 둘레 2.8m로 비지정 노거수로 되어 있습니다. 마을숲 규모는 길이 150m, 면적은 4,500㎡이며, 본래는 마을 땅인데 군유림으로 소유가 이전되었습니다. 홍수로 인하여 제방을 다시 조성하면서 마을숲이 많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요사이 마을숲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새롭게 길을 낸다거나, 홍수 로 인한 제방 조성 때문 입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새마을 운동 때에는 마을숲을 벌목해 마을숲이 위협받았지만 요사이는 개발로 인하여 마을숲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원두남 마을 인근에 있는 삼봉 마을에 닿습니다. 주위 산이 시루봉(문필봉, 필봉), 매봉, 장봉 등 세 봉우리여서 삼봉(三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마을 입구에 마을을 가려주는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마을숲 수종은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개서어나무 등으로 역시 대부분 활엽수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마을숲 규모는 길이 30m, 면적은 660㎡정도 됩니다. 그리고 마을숲 사이에는 모정과 돌탑 1기가 있습니다. 돌탑은 예전에 탑이 허물어져 보수를 한 적이 있는데, 탑의 높이가 2미터 가량 된 제법 큰 돌탑입니다. 여기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탑제)를 지냅니다.
다음날 정천면 원월평 마을 탑제를 찾았습니다. 원월평 마을 돌탑은 2군데에 위치합니다. 조탑거리에 1기의 돌탑은 옛날 부귀로 가는 길목으로 매봉재와 원월평 마을의 지세를 잇는 풍수지리적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월평들에 있었던 2기의 돌탑은 부부 탑이라고 하는데 용담댐 건설로 인하여 마을 앞 천변에 다시 조성하여 모시고 있습니다. 이날 탑제는 조탑거리와 부부탑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제를 모셨습니다.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나누고 필자도 함께 탑제에 참여 하였습니다. 음복으로 마신 막걸리 취기에 기분이 한껏 올랐고 마을 뒷산 맥이 끊긴 곳에 돌탑을 세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도로건설을 할 당시에 마을사람들이 교량설치를 요구하고 나서게 되었는데 실현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요구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교량설치는 맥을 잇는 심리적 효과뿐만 아니라 생태다리로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일중 하나가 지속적으로 마을숲을 조성하고 일입니다. 마을 앞에 숲이 있어야 좋다는 말에 원월평 사람들은 정자천 주변에 마을 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뿌리를 박아 제법 튼실하게 자라나는 마을숲은 원월평 마을을 지켜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야학당이 열리고 백마청년단이 활동했던 원월평 마을에서 탑제를 모신 날 마을사람이 하나 되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당산제를 모시면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풍물을 울리면서 지신밟기를 하며 가가호호 안녕을 빌던 시끌벅적했던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싶은 심정입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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