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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최고령 원로 화가 하반영

 

 

 

 

 

 

 

 

대한민국의 현역 활동 화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원로 하반영옹(96), 그는 도내 회화부문 최초로 미수(米壽)전, 구순(九旬) 개인전을 갖는 등 ‘동양의 파카소’로 통한다. 다작을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며,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 세계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같이 고민해보는 작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어진 일종의 닉네임이다.

일곱 살에 도화지와 붓을 만지면서 시작했던 그림 인생은 올해로 구십 고개를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캔버스는 녹슬지 않는 젊음 바로 그 자체.

고령에도 불구, 곧은 자세와 또렷한 말씨, 강한 눈빛을 그대로 유지하고 동양의 정신세계에 천착하고 있는 등 후배 화가들의 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근래에 암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을 어스 정도 추슬린 상태로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예술혼을 어김없이 선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

 

△ 요즈음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지난해 10월 29일 대장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전북대학교 소화기내과에서 스텐트 확장 시술을 받은 뒤 최고령 환자임에도 불구, 수술을 받기 원해 외과에서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후 요양을 하고, 다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전북대병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작품을 기증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걱정해주어 고맙다. 앞으로도 더욱 멋진 그림을 그려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 만큼 하루하루가 남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다.

 

△ 군산서 완주 상관으로 작업실을 옮긴 동기가 있는가

 

지난해 전북대학교병원서 대수술을 마치고 요양을 다녀온 후 최근 편백나무가 즐비하게 자리한 편백나무 숲 근처로 봄에 이사를 했다.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에 위치한 편백나무 숲은 이름만 들어도 상쾌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오솔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가게 되면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 이곳 편백나무 숲은 약 26만평 규모에 10만여 그루의 나무들로 조성되어 있다. 상관마을은 공기마을로 불려지는데, 그 유래는 마을의 생김새가 밥공기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낸 숲은 수 만 그루의 편백나무들이 빽빽이 서있는 가운데 상쾌한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사람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는 피톤치드는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활성화시키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특히 우리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나 심각한 피부질환인 아토피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톤치드의 효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같은 그림을 통해 자아와 병을 치료하고 있다.

 

△ 군산시에 작품을 기증해 하반영미술 기념관이 들어섰다고 들었는데

 

지난 6월 28일 개관한 군산근대미술관이 개관 특별전으로 제가 기증한 100여 점의 작품 중 주요 작품 30여 점을 선정, ‘붓으로 그린 민족의 혼(魂)’이란 주제로 9월 말까지 개최됐다. 90대의 나이에 고향인 군산으로 귀향, 나름대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제2의 고향과 빈배없는 군산시에 작품을 기증했다.

‘나의 예술세계와 삶의 자취를 통해 격동과 아픔의 시대를 겪어낸 우리민족의 혼(魂)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군산시의 보도자료가 너무너무 고맙다.

기증된 미술품은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등 20호 크기 10점, 10호 15점 등 모두 678호로 작품가액은 한국미술협회가 평가한 호당 가격 기준 4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들었다. 군산시가 미술품을 표구와 전시대 작업 등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원도심에 있는 국가등록문화재 신흥동 일본식가옥에 전시, 근대역사문화를 탐방하는 시민과 방문객에게 상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들었다. 정말로 문동신 군산시장과 관계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서양화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데.

 

예술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생명력이 용솟음친다.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서양화를 잘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들과 맞서기는 어렵다. 비록 재질은 물감으로 하되, 그 바탕엔 동양적 사상과 사고의 가치가 살아 꿈틀거리는 소재들을 조형화, 지금까지 선보이게 된 진정한 연유다. 항상 동양화라고 말하는 진정한 까닭이다.

하지만 현 세태는 자꾸 서양의 물질문명을 좇아가는 추세같아서 안타깝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서양이 새롭지만 서양에서 보면 동양의 것은 새로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서양의 좋은 점은 흔쾌히 인정하되, 만일 예술가들이 우리 것의 참다운 가치를 쉽게 망각한다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다. 일례로, 프랑스 르 싸롱전의 금상 수상은 밀레가 살았다던 ‘바르비종의 언덕’으로 허허벌판의 풍경을 잔붓으로 정리, 동양화 기법이 들어있다는 평으로 수상했으며, 앙테팡탕전 ‘노비자(비자없는 나그네)’역시 서양화이지만 동양사상이 들어갔다고 해서 큰 상을 받게 됐다.

 

△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간략히 말해 달라

 

작품은 구상화에서 풍경, 인물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생성’, ‘착각’, ‘빛’ 시리즈 등 대표작이 바로 그것이다. 작품 속의 붉은 색은 동양의 오방색의 하나며, ‘천지현황(天地玄黃)’이란 글귀는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상생’, ‘쇼윈도’, ‘태양의 득’ 등은 휠씬 밝아진 색상의 작품으로, 좀더 이미지를 축약한 모습으로 열정의 소산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한다. 감각적인 표현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강한 정신성이 드러나 보이는 ‘무제’, ‘환희’, ‘고금의 역사’ 등은 원초적인 생성의 의미와, 또 이로 인한 길항관계를 깊이 천착하기도 보기도 한다. 때론 도자기로, 때론 서예로 이들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 요즘의 신작과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달

 

지난 4월에 옮긴 완주군 상관면 신리 세림빌딤 2층, 50여 평의 작업실 겸 전시실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꿈에 본 5월’은 최근의 작품으로, 초록의 꿈이 넘실거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로 느끼지 않아 ‘꿈에 본 5월’로 명명해보았다. 건강을 잘 지켜 3년 후엔 99세에 백수(白壽)전을 치르고 싶다. ‘마하의 세계’에 다가서기 위해 눈을 감는 그날까지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싶은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하반영옹이 걸어온 길

 

하옹은 1918년 3월 1일 경북 김천에서 출생, 7세에 그림을 시작, 9세에 군산 신풍공립보통학교에서 금릉 김영창선생을 만난 후 본격 입문, 그동안 파리 및 도쿄, 바르셀로나 올림픽 국제전 등 각종 국제전 및 단체전에 3백여 회 출품했으며, 국내,외 개인전만도 1백 여 회를 치른 바 있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3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입선 7회를 했으며, 61세가 되던해 프랑스 국전 ‘르 살롱’전과 ‘콩파레종’전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 국제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으며, 또 미수(米壽)전, 구순(九旬)전 등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전주일요화가회 창립 멤버로, 한국예총 부회장, 한국예총 전북지회 부지회장, 민전 목우회 전북 지회장, 상촌회 회장을 거쳤으며, 한국예총 창립 20주년 미술부문 공로 대상, 전주시민문화상, 광복50주년 미술부문상, 전북인대상, 대통령표창,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아시아 미술문화협회 공모전 운영위원장, 상촌회 원로작가회 회장, 한.일교류전 운영위원장, 일본 중앙미술협회 초대작가 겸 심사위원, 프랑스 미술 회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예술의전당, 전북도립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후배 미술인들을 위해 1994년부터 반영미술상의 상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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