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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송만규의 섬진강

 

 

 

 

 

지금, 섬진강엔 물안개가 환상적으로 드리워져 있다. 강물은 세월을 안고 흐르는데 안개는 속절없이 피어나고 있다. 강물에 어리는 물안개, 그리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가 가을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억새숲과 안개 사이를 오가며 아침 이슬을 털어보는 오늘에서는. 시나브로 바짓가랭이에 적시는 이슬을 머금고 강물 속을 유영해본다. 안개처럼, 강물처럼 휘적휘적 걸어가는 내 발자국 속에 세월이, 가을이 가고 있다. 강물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고 자꾸 흘러흘러 흘러만간다.
 전주문화재단의 전주부채문화관이 2013년 기획 초대전으로 ‘섬진강, 바람’전을 갖는다.
 9일부터 29일까지 지선실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순창 무량산 자락의 한들산방에 터를 잡고, 섬진강이 안고 있는 아픔의 역사, 섬진강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송만규 작가의 부채 그림과 수묵화20 여점이 전시된다.
 지난 20여간 섬진강을 따라 강물에 붓을 담가왔던 한국화가 송만규씨가 한옥마을로 물꼬를 트고 있는 것. 이내 섬진강이 가을바람의 코스모스 꽃잎을 타고 전주한옥마을에 흐르고 있다.
  작가의 '억새우는 강변' 등을 통해 호남의 터전이 되어온 섬진강의 사계를 전주부채문화관에서 느껴볼 수 있을 터이다.  작가는 지난 20년 동안 강가를 오가며 무심결에 만난 습지, 얼마나 행복한지,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며 억새, 갈대, 갯버들이 군데군데 제멋대로 난 풀들과 어울려 편안함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고.
 "늪지가 있는 큰 강은 만나기 드뭅니다. 그 늪지가 있는 큰 강이 곧 섬진강입니다. 그 속에만 사는 사람은 오히려 그것의 아름다움을 모를 수 있습니다. 도심과 강물을 오가며 사는 지난 세월은 내게 그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깨우쳐 준 세월이군요. 내 작업장 근처에는 부드럽게 물결을 그린 집채만한 바위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그 품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은 나무들과 풀들은 그 스스로 산수화이지요. 그래서 내게 섬진강은 산수화입니다"
  때문에 작가는 기운생동(氣運生動)에 주목한다. 그 기운은 어떤 기운인가. 자연이 주는 기운은 인간 사회가 주는 기운과 다른 것인가? 인간 사회의 기운은 대체로 욕망의 기운이 흐르지 않는가. 자연의 변화무쌍한 동력(動力)과 사람의 움직임을 비교해 보는 것.
 작가는 "유유자적한 강물, 산 정상에서 내려 보면 펼쳐지는 운해(雲海), 강과 산에서 끝없이 솟아오르는 기운, 감당할 수 없는 힘, 적막한 풍경 뒤에 숨어있는 함성! 그에 속해 있는 나의 존재를 생각하곤 한다"고 말한다.
 한편 전주부채문화관은 제2회 전국부채예술 기획초대 공모전을 접수 받고 있다. 접수 기간은 20일까지로, 전통, 현대, 문화상품 3부분으로 공모, 선정된 작가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6주간 릴레이 형식으로 전시가 진행된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