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는 풍패지관이나 풍남문을 보러 오기 보다는 한옥마을을 보러 온다. 어렸을 때, 이만한 한옥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사라져 ‘한옥마을’이라고 지정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전주시가 현재의 「전주한옥마을」을 보전해야겠다는 판단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하여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10월내에 출범할 『국립무형유산원』(사진 1)은 내가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있는 건물이라서 진행 과정을 가끔 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전주한옥마을 근처에 이 멋진, 모던한 건물이 들어서다니! 그것을 설계한 사람과 또한 수용한 사람들이 놀라운 안목을 가진 분들이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전주의 한옥마을과 전주천을 지나 동서학동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은 부지면적 59,930㎡(18,128평)에 건축면적이 29,615㎡(8,958평)로 아카이브전시공간, 공연공간, 교육공간, 국제교류공간, 리셉션멀티미디어공간 등으로 구성되었다. 건물은 유리와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졌다. 몇 몇 분들은 이 건축물에 대해 ‘어디 전주에 어울리기나 하냐!’고, ‘국립무형유산원이라면서 어찌 한옥으로 짓지 않았느냐’고 한 말씀씩 한다.
세계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프랑스 여행의 1번지는 파리일 것이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로뎅미술관, 에펠탑, 개선문, 노틀담성당, 몽마르트언덕의 사크레쾨르성당 등 수많은 문화예술의 흔적과 유적과 유물,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과거 역사적인 예술품 및 문화유적 뿐만 아니라 파리에는 현대의 재해석된 많은 건축적인 작품들이 있어서 파리를 다시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려면 ‘유리피라미드’(사진 2)를 거쳐야 한다. 이 유리피라미드는 1981년 당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프랑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에 있어서 이전의 중심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그 예술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프랑스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대계획(Grand Projets)을 발표하여 세운 것 가운데 하나이다. 16세기 프랑스와 1세 때의 고색창연한 루브르궁전 뜰에 유리와 금속물질로 된 피라미드를 설치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심한 반대가 있었으랴! 과거의 루브르박물관은 방형으로 갇힌 공간이라면 현재의 유리피라미드는 상승의 이미지를 지닌 삼각형이다. 설계자 아이엠 페이(I.M Pei)는 피라미드의 유리 재질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닐까? 이 유리피라미드와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한해에 850만 명이 파리에 온다고 한다.
이 뿐이 아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개선문을 중심축으로 놓고 볼 때 약 8km 떨어진 지점의 세느 강변에 라데팡스(La Defense) 개선문(사진 3)이 세워져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인 요한 오토 폰 스프렉켈센(Johann otto von Spreckelsen)은 “세계를 향한 창/ 대로를 향한 연음기호로/ 미래를 향한 시선을 동반한다//....”고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건축물은 일본 시가(滋賀)현의 시가라기(信樂)에 있는 미호(美秀)미술관이다.(사진 4) 이 미술관 역시 아이엠 페이가 설계한 것으로 도연명의 도원가를 기본으로 하였다고 한다. 긴 터널을 지나면 또 다른 세상 즉 무릉도원이 펼쳐지도록 설계되었다. 이 미술관은 파리의 ‘유리피라미드’와 같은 재질과 공법으로 일본의 전통 건축을 재해석 한 작품이다. 미호 미술관 역시 미술품들을 관람하기 위해 오는 인구들 보다 일본의 전통건축에 모던성을 부여한 그 기술과 감각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와꼬 호수 근처의 사가와 미술관(사진 5)도 일본 전통건축을 재해석한 건축물이다. 이 미술관 역시 관람객들이 미술품을 보러 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축물을 보러 온다고 한다.
루브르박물관 앞의 유리피라미드, 개선문과 직선 상에 놓인 라데팡스 개선문 등이 현재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듯이, 또 일본 비와꼬 호수 근처의 사가와 미술관과 미호미술관이 작품 감상자뿐 만 아니라 그 건축물을 보기 위한 여행자가 늘어나듯이 『국립무형유산원』도 전주 방문의 이유가 될 만하다. 또한 『국립무형유산원』은 전주를 유무형유산보존ㆍ보전ㆍ관리의 구심점이 되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높고 긴 기둥들은 회랑을, 마당의 잔디와 판석은 보자기를, 전체의 ‘ㅁ자’ 형식은 4동 중정형의 우리 전통건축을 재해석한 것이다. 상상해보라! 머리에 검푸른 기와와 중간 톤의 기둥, 일률적인 세살문, 한지 창호 등등의 누르고 가두어진 공간에서 전주천 건너 열린 유리공간으로의 공ㆍ간ㆍ이ㆍ동!
『국립무형유산원』은 출범을 앞두고 얼마 전, 지역 무형유산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일, 기 지정된 무형유산의 전승현황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일, 무형유산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 무형유산의 신규 발굴 등의 도우미인 「무형유산지기」를 선발하여 위촉식 및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지기’라는 단어는 순한글인 지키는 사람의 뜻과 한자어 지기(知己)인 친구의 양자적 의미를 지닌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서 무형문화재를 무형문화유산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그 범위를 기존의 기능, 예능에서 유네스코협약의 카테고리를 수용하여 전통적 공연ㆍ예술, 공예ㆍ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ㆍ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 전통적 놀이ㆍ축제 및 기예ㆍ무예까지로 범위를 확장하였다.
문화재청이 유형적인 문화재를 중심으로 보존ㆍ관리하는 일에서 한 층 더 범위를 넓혀 무형적인 문화유산까지 보존ㆍ보전ㆍ관리하기 위해 『국립무형유산원』을 세운 것에 다함없는 감사를 표한다. 또한 2030세대, 3040세대가 세상을 떠나가시기 전에 이 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한 감사의 답례로 무형유산지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을 다짐한다. <제공:전경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문화재돌봄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