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업실사람들

김도영 6회 개인전

 

 

 

 

 

 

왜 사람들은 여름날을 길고도 길다고 표현할까요. 

 사노라면 때론,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긴 5욕7정의 앙금을 잠재우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어 청정무구를 갈구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문득, 숱한 사연들이 깃들어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답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칙칙한 더움이 자리한 이 밤. 예전처럼 할머니의 무릎을 베개삼아 금새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의 아우성을 들으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미래의 꿈을 다시 되뇌일 수는 없는 것일까요.

 불사조처럼 살아 꿈틀거리는 별들을 바라다보는 일은 언제나 신기합니다. 단지, 별들을 보기 좋아하는 이유가 뜨락에 매케한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 옆에 밀짚 방석 또는 나무로 만든 평상 위에 누워 낭만을 즐겼던 추억이 생생함 때문만이 아닙니다.

  혹은, 뒷동산에 올라 감미로운 향이 감도는 참외 또는 수박을 갈라 먹거나, 밭에서 방금 따와 찐 옥수수를 입으로 호호 불며 먹었던 대자연의 고마움이 절실해서만도 아닙니다.

  별들의 숫자를 헤아리다가 지쳐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을 때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며 더위를 식혀 주었던 할머님을 향한 연모의 정이 생각이 나서 만도 아닙니다.

  가슴 속에 파묻혀 있는 지난날의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별들처럼 또렷한 오늘.  이들 별을 바라다보면 콩 한 조각도 나눠 먹으며 환한 얼굴을 서로 비비던 한국인 특유의 애환이 되살아납니다.

 이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순박한 농민들의 구김살 없는 지난날의 흔적들이 별빛 속에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하얀 쪽배, 계수나무, 달나라 토끼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 그 무언가가 있을 법했던 지난 시간들이 한없이 그립기만 합니다. 아마도 내 가슴 속에 자리한 꿈들이 저 하늘의 북극성에 있지 않다면 내 몸 어느 한구석에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내 따사로운 여름 햇살 아래 아이는 벗들과 길고 긴 여름날을 대지에 한 땀 한땀 수 놓습니다. 사방치기, 딱지치기, 숙제하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비행기 날리기 등의 놀이를 하다 보면 서늘한 마루는 뛰놀다 들어온 아이의 등에 밴 땀을 식히기에 충분했죠. 이때 아이는 일 나간 할머니의 그리운 손 인양 마루의 거친 면을 쓰다듬으며 외로움을 채워봅니다.
 어느 새, 담장위로 하나둘씩 드리워진 그늘나무는 집안으로 들어와 검정개 마냥 마당을 배회하는데 서산의 붉은 노을을 등진 할머니의 검은 그림자가 댓돌에 이릅니다. 이내 마루 위의 밥상의 소찬은 아삭아삭한 여름의 싱그러움이 고스란히 올라와 기나 긴 여름날의 허기를 달래준다.
 한국화가 김도영씨가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기획전시실서  6회 개인전을 갖습니다.  테마는 '장장하일(長長夏日)'로 길고 긴 여름날을 나타냅니다.
 작가가 천착하는 ‘꿈의 영토’가 한옥으로 옮겨지면서 옛 사람들의 풍류와 여유를 갖게 하는 등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 한옥 속에서 퍼즐을 찾는 듯한 묘미를 더하고 있되, 이를 한지를 활용 멋스럼을 보탰습니다.
 한지 위에 숯, 황토, 백토 등의 재료를 얇게 겹겹이 올리면서 긁고 반복된 붓질로 마당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어릴 적 앞마당에 그림을 그리면서 글자를 쓰기도 한 유년 시절의 유희를 추억하게 하는 등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당은 흘러간 시간의 중첩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제 아무리 무더워도 우리네 여름날은말 그대로 '長長夏日', 길고 긴 하루였다. 지난 시절의 추억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작가는 여름을 여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한옥에서 추억의 조각보를 이어 만든 나의 그림은 개인의 소소한 삶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말합니다.

 시나브로 뜨거운 햇살을 머금었던 기와지붕이 달빛 아래 눈을 붙일 때, 소쩍새 울음 아래 할머니의 재봉틀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이는 모기장 속에서 길고 긴 여름날의 이불을 덮습니다.

 지척에서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이 반사되는 조그마한 개울이 하나 있고, 은은히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가 귀를 맑디 맑게 해줍니다. 지금, 알퐁스 도데의 작품 '별' 속의 목동과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별 구경을 하러 뒷동산 언덕빼기에 올라가 추억을 새롭게 만드는 여름 꿈을 꾸어야 겠습니다.


  
 

'작업실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일순 개인전  (0) 2013.08.05
임대준 9회 개인전  (0) 2013.07.30
양순실 개인전  (0) 2013.07.24
박홍규 개인전  (0) 2013.07.21
권영술 전시회  (0) 201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