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안남마을 마을숲

 

 

 

 

 

 

 장마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장마하면 장자를 긴장(長)자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고 우리말입니다. 흔히 지금 무렵에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 합니다. 중국은 메이유(梅雨),일본은 바이우(梅雨)라 불리는 동아시아 하계 계절풍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등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라 영어로 표현하기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한여름 장마는 더위를 식혀주기도 하지만 풍수해 뿐 만아니라 많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기다립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장마가 남하해 잠시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대아호 근처 안남마을을 찾았습니다. 전주 완주 통,폐합은 무산 되고 그 동안 치열했던 열기를 가라앉히는 ‘이제는 화합해야 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안남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숲 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농촌문화 공동체를 표방한 ‘안남 사진 갤러리’입니다. 옛 마을회관 1층에 자리한 갤러리는 황재남 사진작가에 의하여 조성되었습니다. 물론 마을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열성적인 협조로 이루어졌습니다. 황재남 사진작가는 안남마을 부근에서 근무하면서 대아호 주변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번에 갤러리를 열면서 대아호 사계를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농촌마을 곳곳에서 사용하지 않는 정미소나 마을회관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있습니다.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안남 사진 갤러리’를 보면서 떠올랐던 것은 진안의 ‘계남 정미소’입니다. 김지연 사진작가에 의하여 2005년도에 문을 연 ‘계남 정미소’는 진안 계남 마을 정미소를 개조해 만들어졌습니다. 정미소의 모습이 흡사 농촌의 역사를 닮았습니다. 과거 농촌지역이 활기에 넘칠 때 마을마다 정미소도 쉼 없이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활력을 찾아보기 힘든데 정미소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 시점에서 공동체 박물관을 표방하면서 김지연 사진작가는 계남 마을주민 옛 사진을 복원한 ‘계남 마을사람들’을 시작으로 마을과 지역에 호흡하면서 정미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황재남 사진작가는 다음 기회에 마을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아보겠다고 합니다. 보다 마을과 마을사람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안남마을은 만경강 상류지역에 위치합니다. 만경강은 그 발원지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하률 657고지 남서쪽 계곡, 일명 밤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맑디맑은 물이 안남마을 앞으로 굽이쳐 흘러 고산, 봉동, 삼례를 거쳐 서해로 나아갑니다. 총 길이는 81.75km으로 200리에 이릅니다.
 안남마을은 지세가 기러기가 남쪽을 향하여 날아가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비안남행(飛雁南行)형국이라고 이릅니다. 기러기는 일정한 때를 맞추어 오갈 뿐 아니라 나는 모습도 질서정연해서 때를 알고 질서를 지키는 영물로 여깁니다. 마을 앞 천변이 넓어 기러기는 풍요롭게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이는 안남 마을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마을 남서쪽으로 흐르는 천변에 마을숲이 자리합니다. 고산천의 범람과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하여 조성된 숲입니다. 아마 안남마을은 심한 폭우에도 별 문제없이 살아왔을 것입니다. 모두가 조상의 지혜 덕분입니다. 안남마을 마을숲 수종은 느티나무로 15그루 정도 됩니다. 수령이 200년 이상 되는 제법 큰 그늘을 만들어주는 숲입니다. 안남마을의 특산물이 양파인데 마을숲 그늘에서 판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마을앞 천변 조성사업이 진행되었는데, 후계목도 조성되어 마음이 든든합니다. 먼 훗날 후손들에게 확실하게 한 가지는 남겨주게 된 셈입니다.
 안남 마을 숲에서는 소향리의 안남, 신상, 운룡, 대향 등 4개 자연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월 대보름 아침에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주변 마을을 아우를 수 있는 것도 마을숲이 있는 덕분이겠지요. 거기에 농촌문화 공동체를 표방하는 ‘안남사진 갤러리’가 있어 안남마을은 앞으로 보다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 하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제공: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