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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장수 용계 마을숲

 

 

 

 

 

 

 처서(處暑)에 비가 내리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새벽까지 큰소리 내며 내리는 비가 반가웠습니다. 한창 곡식이 무르익을 때 비가 내리면 곡식의 소출이 준다는 의미겠지요. 올해 유난히 무더위가 길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설국열차’를 보면서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화학 물질을 뿌리지만 기상이변으로 빙하기를 맞이한다는 설정이 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주변에서 온난화에 대한 많은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지 말입니다. 예전에는 30도만 올라가도 높은 기온 인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37-8도에 이르는 기온이 올라가 전주는 그야말로 노천 찜질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숲 조성을 말했지만 숲 관리도 중요합니다. 최근 전주시의 가로수 관리를 보면 가로수를 없애려는 건지, 가지를 대부분 전지해버려 앙상한 몸체만 남기는 이상한 수목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오히려 가로수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세크라멘트 시의 도시 녹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도시 녹지가 지닌 에너지 절감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크라멘트 시에 있는 약 600만 그루의 수목이 1년간 소비 에너지 중 약 12%인 198만 달러를 절약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수목으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는 겨울철의 바람막이로 인한 난방 효과만이 아니라 나무 그늘로 인한 여름철 냉방 효과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합니다.(장동수) 
 우리나라에서 해피 700이라 하지만 무진장 고원은 해발 300-500m정도 되는 축복받은 땅입니다. 필자가 18년 진안에서 생활하다가 전주로 나와 생활 하면서 가장 못 견디는 것 중 하나가 여름을 나는 것 이었습니다. 교통수단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필자로서는 전주의 여름 나기가 더 더욱 힘겨웠던 것입니다.
 장수로 향합니다. 오늘 일기 예보는 가을을 닮은 날씨라 기상 캐스터는 전합니다. 용계 마을은 장수읍에서 산서로 가는 방향으로 읍내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용계 마을은 진주 강씨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용계(龍鷄)란 지명이 붙여진 유래는 황산대첩에서 승리를 거둔 이성계 장군과 관련이 있는데, 이 장군이 승전 귀향길에 용계 마을에 들러 용의 화신인 닭이 울어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기뻐하며 마을 이름을 용계(龍鷄)로 부르게 했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계(鷄)를 계(溪)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용계(龍溪)’는 ‘물가’를 의미입니다.
 요사이 용계 마을은 녹색농촌체험을 지정되면서 ‘당그래’란 마을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그래’는 흙을 일구는 ‘고무래’를 우리지역에서 부르는 명칭입니다. ‘당그래’라 부르게 된 것은 흙을 일구는 당그래처럼 희망을 일구는 도구가 되겠다는 의미에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용계마을 가까이에 금강발원지인 뜸봉샘이 있고, 팔공산에 마주보고 있는 기슭에 자리 잡아 한여름 밤이면 무수한 별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다고 여겨 ‘별 헤는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용계 마을 주산(主山)은 ‘감투봉’입니다. 이곳은 예전에 가물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입니다. 우백호(右白虎)는 ‘도둑말골’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로 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 나무를 베거나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마을에서는 이곳을 특히 마을 숲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좌청룡(左靑龍)날에는 소나무와 개서어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용계 마을 당산 있는데 이를 윗당산이라 합니다. 마을 앞에 돌탑이 있는데, 이는 아래 당산이라고 합니다. 돌탑은 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1기가 있고 이곳을 ‘조탑거리’라 부릅니다. 돌탑을 아래 당산으로 모시기는 하지만, 현재 특별한 신앙의례는 없습니다. 마을 앞이 허(虛)하기 때문에 마을의 재물이 밖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하여 돌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용계 마을숲은 좌청룡맥과 우백호 맥에 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소위 풍수상 장풍 비보(藏風裨補)를 한 숲입니다. 장풍비보는 풍수상 장풍적 조건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청오경(靑烏經)에서 말하는 이상적 지형은 ‘사합고주(四合周顧)’라 하여 주위 사방의 산수가 두루 감싸인 듯하다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주문(註文)에 사합고주(四合周顧)란 좌우전후에 비거나 빠진 것이 없음을 말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풍수에서 말하는 명기(明基)의 조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지형에서는 장풍비보가 필요합니다. 설심부에서는 좌청룡, 우백호 맥이 뻗을 경우 반드시 머리를 돌려야 하나 쭉 빠져나가 잠그지 않을 경우도 비보 대상이 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당을 중심으로 좌우의 지세가 주거지를 감싸 안지 못하고 벌어졌거나 빠지는 형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장풍비보, 주로 숲이나 조산(돌탑)이 활용되는데 용계 마을 좌우 맥과 마을앞 돌탑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원석)
 용계 마을에서 읍내까지 걸으면서 진짜 가을을 닮은 하늘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벼도 이제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사과도 붉은 기운이 완연합니다. 그 무더운 날을 애태워 보냈을 농민 얼굴이 떠오릅니다. 곧 있을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가 보다 풍요로운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렇게 가을은 오고 있었습니다. <제공: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