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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장수 원삼장 마을숲

 

 

 

 4월인데도 쌀쌀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적어도 4월이면 봄인데 화창한 날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심지어 눈까지 연일 날리니 말입니다. 시내버스 안에서 두 어르신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도 음력으로 치면 3월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도 쌀쌀한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이 삼월 삼짇날이었습니다. 진안에 살면서도 4월에 자주 눈이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생활한 기억이 납니다.
 진안청소년독서교실은 진안을 떠나 전주고에서 근무하면서도 5년째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주환(용담중 교사), 최은경(도교육청 장학사), 정선아(전주 동중 교사), 이정님(봉서중 교사), 신은철(삼례중 교사) 선생님의 헌신적인 덕분 때문입니다. 오늘이 2013학년도 첫 번째 진안청소년독서교실을 위하여 진안으로 가는 날입니다. 신은철 선생님의 독특한 수업 방법인 영화 읽기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많은 흥미와 호기심을 자아나게 하면서 독서하는 습관과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교실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입니다.
 독서교실이 끝나고 장수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제자 원정수가 동행해 주었습니다. 진안에 근무하면서 담임을 맡은 인연으로 주례까지 보게 되었는데 진안에서 남매를 키우면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입니다. 장수 장척마을에 먼저 닿았습니다. 장척마을은 장수읍내 못 미쳐 있는 마을로 마을입구에 타루비가 있습니다. 타루비의 주인공은 절의를 지켜 순사한 장수 삼절의 하나로 불리는 마부입니다. 고을 원님인 조종면이 말을 타고 이곳 비탈을 지날 때, 갑자기 꿩이 날자 이 소리에 말이 놀라 뛰는 바람에 원님이 소(沼)에 빠져 죽게 됩니다. 당시 말을 몰던 통인 백씨는 손가락을 깨물어 나온 피로 말과 꿩의 형상을 그리고 타루(墮淚)라는 두 글자를 써 놓고는 원님을 따라 소에 빠져 죽으니 그 의로움이 하늘에 땋았다고 합니다. 140여년이 지난 후에 이곳 현감 최수형이 백씨의 절의를 귀감으로 삼아 이곳에 타루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타루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각으로 형상화 하였습니다.
 장척마을은 본래 ‘장자울’이라 불렸습니다. 풍수적으로 ‘족대혈’에 이라합니다. 이는 마을이 골짜기를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고 그 주위에 산이 둘러싸여 마치 물고기를 잡는 족대와 같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척마을 입구가 풍수적으로 수구(水口)에 해당합니다. 수구막이를 위하여 마을숲이 조성됩니다. 마을사람들은 ‘옛날 마을에 도둑이 많아 밖에서 마을이 보이지 않게 하려고’ 또는 ‘재산, 재물이 밖으로 흘러 나가는 것을 방비하려고’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마을입구가 풍수적으로 허(虛)한 점을 보충해주기 위한 방편에서 나왔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장척마을 마을숲 수종은 느티나무, 서나무로 대부분 활엽수입니다. 장척 마을숲은 군유림으로 규모는 400평정도 되며 이곳을 마을사람은 ‘숲쟁이’라 부릅니다. 마을숲 내에는 ‘조탑’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돌탑 1기가 있는데 이곳에서 팥죽제를 모십니다. 조탑은 마을숲과 더불어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척마을에서 천천 방향으로 오면 커다란 마을숲을 볼 수 있는 원삼장 마을이 있습니다. 원삼장 마을은 풍수적으로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인 와우혈(臥牛穴)이라고 합니다. 마을숲이 소의 꼬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소가 꼬리를 흔들면 마을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는 마을숲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풍수에서 형국론은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모든 땅은 생명체로 은유되고 해석됩니다. 땅에 영성을 부여하고 인간다운 생명성을 인정함으로써 이용과 소유 또는 정복과 폐기의 공간이 아닌 인간과 땅이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아가야할 존귀한 삶의 실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산과 모든 마을에 풍수형국의 이름이 붙여지는데 이를 답사 때 마다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최창조) 원삼장 마을숲에도 조탑이라 불리는 돌탑이 있습니다. 본래 2기의 돌탑이 있다고 하는데 현재는 ‘할머니’라 불리는 1기가 남아 있습니다. 원삼장 마을숲 수종은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며 마을숲 소유로 400평정도 규모입니다. 최근에 마을숲 공원화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마을숲 내 모정 주변을 콘크리트로 포장한 것이라든지 마을숲 부지에 영농폐비닐 집하장을 설치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늘날 농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해가 됩니다.
 원삼장 마을숲 내에는 이색적인 <삼장 자치법> 안내문이  있습니다. ‘숲 주위에 오물과 쓰레기를 버리는 자는 벌금 50,000원을 부과 하며 환경법에 고발 조치됩니다.’ 라는 문구는 마을사람들이 마을숲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원삼장 마을숲이 위상을 잃지 않고 언제나 푸르름을 지켜 같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자 원정수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면서 전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이제 완연한 봄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전주고등학교 이상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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