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군부터 국민학교교과서까지..
주민들의 기증품으로 만든 임실 농촌생활박물관[대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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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농촌생활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낫과 호미는 도시아이들에게 교과서에서 보는 옛 물건이 돼버렸죠. 하루하루 빠르고 편리해졌다고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오늘은 이런 아쉬움을 가슴 한 편에 품고 있는 분들을 위해 그 옛날 고향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촌마을에 세워진 작은 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임실에 위치한 농촌 생활박물관입니다.
▷전북 임실군 신평면에 위치한 신평 면사무소 건물(왼쪽) 신평 생활박물관(오른쪽) ▷박물관을 방문하기전 사전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 옛날, 고향집에 있던 그 물건들
옥정호가 있는 임실 운암면과 사선대가 있는 관촌면 사이에 신평면(新平面)이 있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자리 잡은 신평면 소재지에 가면, 신평면사무소가 있는데요. 면사무소 바로 옆에 오늘의 주인공, 생활박물관이 있습니다. 신평생활박물관은 2002년 12월 개관, 1~2층 450㎡의 공간에 생활용품, 농기구, 고서, 고문서 등 총 250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250점이 어떤 것들인지 들어가서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박물관 입구엔 흔히 볼 수 있는 항아리들이 환영을 하고 있습니다. 아참,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까 보셨던 면사무소에 가셔서 담당직원에게 박물관 관람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친절한 담당 직원이 박물관 문을 열어줍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방법이 조금 특이하죠? ^^ 입장료 대신 얼굴도장이 필요합니다.
▷손때묻은 농기구들을 통해 그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1층에는 주로 과거에 사용했던 농기구와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전시물에는 명칭, 기증자, 용도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모두 주민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직접 기증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곳곳에 손때가 묻어 있습니다. 이곳 박물관에서는 용도를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용용도를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추측이 필요한 것들도 있는데요. 보아도 보아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신기한 물건들도 있습니다. 어른들에겐 옛 추억을, 아이들에겐 농촌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위 사진 하단에 있는 물건은 소매통, 왼쪽에 있는 물건은 똥장군입니디. 용도가 궁금하신가요? 그럼 신평 생활박물관으로 오세요^^;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로만 보던 전통생활유물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누군가는 저 호롱불 아래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을 것이고, 부지런한 농부는 지게에 무언가를 가득 싣고 땀을 흘리며 뚜벅뚜벅 걸어서 집으로 왔겠지요. 임실지방에서는 키받이라는 말 대신 쳉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용도는 오줌싸개 어린이가 자고 일어나서 이불을 흥건히 적셨을 적에,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고, 옆집으로 소금 얻으러 갈 때 머리에 쓰는 용도로 알고 있지요. ^^; 재밌습니다. 실제 용도보다는 오줌싸개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추억이 된 물건이네요. 이렇듯 주용도 외에 그 옛날 추억을 새록새록 꽃피울 수 있는 곳입니다. 단순히 농기구를 보는 곳이 아닌 잊혀져가는 우리 고향의 추억을 간직한 곳이죠.
▷산골의 정취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봉틀과 쳉'
이제 2층을 둘러볼까요? 2층 올라가는 길에 옛모습 그대로의 재봉틀이 보입니다. 어릴 적 젊은 어머니가 어린 저를 바라보시며 분주하게 두발을 구르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늘 미소를 지어보이시며 뚝딱뚝딱 가족들의 물건을 지어내던 재봉틀, 오래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입니다. 2층에는 어떤 추억의 물건들이 있을지 기대됩니다.
▷2층 내부전시실에는 옛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 내부 전시실에는 일상생활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 나막신도 신상일 때가 있었을 테지요? 지금은 LTE에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었지만 전화기가 귀했던 시절, 저 큼지막한 전화기로 통화하며 "세상 좋아졌네~" 하며 감탄했을 적이 있었지요. 우리 할아버지가 나막신을 신고 따그닥따그닥 소리를 내며 돌아오시는 모습이 떠오르고, 아버지가 전화기 다이얼에 손가락을 끼고 돌리며 흐뭇해하시는 표정이 그려집니다. 옛 물건들이 가져다준 추억들에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합니다. 지금과는 거리가 있는 예전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옛 세대의 풍습과 생활방식에 대한 생각을 한번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2층 관람실 본 전시관 옆에는 과거 결혼예식에 쓰였을 법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해지고 빛바랜 물건이지만 그때 그 시절 새신랑과 새신부를 곱게 단장해주던 물건이었겠지요. 지금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기에 조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옆에는 시절마다 사용된 화폐가 놓여있습니다. 요즘엔 5만 원권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지만 백원지폐 한 장이면 뭐든 사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사뭇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말이죠. ^^
▷사모관대는 과거 전통혼례때 사용하던 복장이다. 또한 과거에 통용되던 화폐의 크기와 모습이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옆에는 옛 교과서들이 놓여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사회생활,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을 공부했었습니다. 그때의 생각이 납니다. 그때 교과목처럼 열심히 학습했더라면 슬기롭고 바르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국어독본이란 과목은 매우 오래전 국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교과서 한 권이 초등학교의 친구들과 선생님을 떠올려 주네요. 참 고맙습니다.
▷손때묻은 교과서와 오래된 수건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역사를 배운다.
수건 속에도 역사는 숨어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2년 전엔 풀베기 대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8월이니까 풀들이 무성히 자랐을 것이고, 그 풀들이 꽤나 골치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새마을지도자회면 제법 큰 단체였을 텐데요. 이 단체에서 풀베기 대회를 개최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두 낫을 들고 열심히 풀을 베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겠지요? ^^ 수건 한장으로 30년이 지난 더운 여름날을 떠올려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습니다. 사진에서 본 것 외에 박물관에는 훨씬 많은 추억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평 생활박물관을 세우는데 앞장서서 움직이신 설립자 최성미 선생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역대 신평면장님들 사진 속에 오늘 소개해드린 생활박물관을 세우신 분이 계십니다. 14대와 17대 신평면장을 지낸 최성미(崔成美) 선생님 입니다. 현재는 임실 문화원장을 맡고 계신데요. 당시 신평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지금의 박물관을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2002년 12월에 개관을 했으니 박물관은 벌써 12살이 되었네요. 사진 속에 있는 대부분의 모델(?) 분들은 현재 임실군청에서 저와 함께 일하고 계신 선배님들입니다. 선배님들에겐 이 박물관 전체가 의미있는 기억이자, 큰 추억이라고 해요. 덕분에 까마득한 후배인 저는 박물관에 와서 재미와 감동을 선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임실군 공설운동장 지하1층에 임실문화원이 있고, 최성미 선생님은 이 곳의 문화원장님으로 재직하고 계신다.
어떻게 박물관이 세워지게 되었는지 궁금해 직접 최성미 원장님을 만나러 임실문화원을 방문했습니다. 알고보니 최성미 원장님은 임실 독립운동사, 동학사 등을 발간할만큼 임실 역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원장님께 박물관을 설립한 계기를 여쭤봤습니다. "면장으로 부임해 면사무소 옆 복지회관 건물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관한 자료실을 만들어 보자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하여 12명의 직원들은 직접 마을을 돌며 유래를 찾고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기대이상으로 많은 유물, 귀한 생활용품,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수집되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진행과정에서 면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많은 기증품들이 모여, 지금의 박물관을 이루었습니다. 빈 공간을 활용하자는 작은 아이디어가 감동과 추억을 선물하는 박물관이 된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과정이 참 놀랍고 감사합니다." 원장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추억과 이야기가 꽃피는 곳
신평박물관은 2012년 안정행정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을 포함한 이 지역 일대를 제6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하고 민간기록물 발굴과 시설 조성사업, 보존관리 컨설팅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최성미 원장님 그리고 직원들, 면민들이 만들어 놓은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와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박물관의 가치는 높아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공무원 생활에 젖어갈 무렵, 최성미 원장님의 신평생활박물관을 보며 남은 제 공직생활에 귀한 메시지를 던져봅니다. 여러분도 이곳에 오셔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추억을 들려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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