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종근의 행복산책

선정비가 그립습니다


 

 ‘포천지재(飽天之災.하늘에는 재앙이 가득한데), 포공지덕(飽公之德, 세상에는 덕으로 가득하다)’ 최근 서귀포시 토평동 비석거리에 이전된, 제주목사를 역임했던 윤구동 목사(1754~1823)의 선정비의 비문입니다. 서귀포시는 토평동 비석거리의 옛 지명을 복원하고 과거 목민관의 선정을 교훈으로 삼기 위해 다른 곳에 있던 두 기의 선정비를 원 위치로 이설하는 공사를 최근 완료했다고 합니다. 지방관료의 업적을 기리는 선정비 또는 송덕비는 고려 충열왕 때 전남 순천시 영동지방을 다스렸던 승평부사 최석(崔碩)의 팔마비(八馬碑)가 효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석이 떠나게 되자 백성들은 관례대로 말 7마리를 선물했으나 최석은 폐습이라며 도중에 낳은 망아지까지 합해 말 여덟 필을 돌려보내자 백성들이 그를 칭송해 송덕비를 세우고 팔마비라고 불렀다네요. 특히 과천 현감의 송덕비 일화가 유명한데 과천 현감이 이임하는 날 송덕비를 제막했더니 비면에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오늘 이 도둑을 보낸다)’라고 쓰여있고 그걸 본 현감이 옆에 덧붙인 게 걸작입니다. ‘명일래타도(明日來他盜, 내일 또 다른 도둑이 오리니), 차도래부진(此盜來不盡, 이 도둑은 끊임없이 온다)’
 그러나 토평동에 있는 두 기의 선정비 주인공들은 재임 기간 중 흉년과 기근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급여를 내놓고 자비를 들여 육지로부터 곡식을 반입해 나눠주는 선정을 베풀어 지역주민들이 세웠다는 게 서귀포시의 설명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백30여 년전, 진안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가 하나있어 흥미를 끕니다. 유생 이택열 등 1백24명이 진안현감(1885.5-1888.3) 신영균(申永均, 1833-1922)의 선정을 기리는 ‘천인산(日傘)으로, 감사, 유수, 수령 들이 부임할 때 받치던 양산)’을 정성스럽게 손수 만들어 바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진안현감 신영균의 선정을 기리며 만든 ‘천인산(千人傘, 지름 1백40cm, 길이 2백30cm)’은 고종 22년(1885년) 11월에 유생 이덕연 등 1백24명의 사람들이 참여 그 공덕을 흥모하면서 만든 소중한 유물입니다. 그 내용은 ‘천인산(千人傘)’이란 타이틀과 함께 ‘수복강령(壽福康寧)’이란 글로 시작, 이어 주민들의 안위를 생각하며 귀감이 되는 정치를 생활화, 그 감화를 잊지 못한다는 내용이 수(繡)놓아 쓰여져 있으며, 바로 그 뒤에 1백24명의 명단이 모두 나열됐습니다.
 서귀표의 선정비와 진안의 일산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위민(爲民)의식과 투명한 행정의 실현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하나의 본보기로 비춰지고 있네요.


 

'이종근의 행복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경기전 유료화 기대반우려반  (0) 2012.05.29
단야낭자  (0) 2012.05.28
둘레길이란  (0) 2012.05.23
기후온난화 대책은 있는가  (0) 2012.05.22
십장생  (0) 201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