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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스승찾기 힘들다

“선생님, 차 한 대 팔아주세요”, “제자여, 날 찾지 말아라”

5월이면 문뜩 떠오르는 고마운 은사. ‘어떻게 지내시나’는 안부가 자꾸만 생각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은사를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그리운 선생님 찾기’ 코너를 홈페이지에 만들어 놨지만, 개인정보 공개를 꺼리는 교사들이 많아 활용이 잘 안된다고 한다.

교사들이 재직 학교나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갈수록 개인정보 유출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서글픈 현실이다.

그래서 옛 스승을 찾으려는 사람들 상당수가 교육청에 전화로 문의한 뒤 해당 교사의 동의를 얻어 연락을 취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어렵사리 꿈에도 그리던 그 옛날의 선생님과 만날 수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의 경우 1만9,000 여명의 교사 가운데 1만6,800 여명 정도만 개인 신상 공개를 해놓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약 2,200여 명은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채 꼭꼭 숨어 있다.

교사들이 오랜만에 제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반가운데, 경우에 따라 상품 구매 부탁이나 과거의 일을 들어 해코지하겠다는 위협을 받는 일도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여기에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하나의 원인같다.

때문에 스승의 날을 맞아 옛 스승을 찾으려는 사람들 상당수가 교육청에 전화로 문의하고 해당 교사의 동의를 얻어 연락을 취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이맘때면 입장이 곤란하다. 제자들이 스승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 공개를 교사들에게 요청하고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등 안타까운 세태이지만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가치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으로 교사와 학생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 붕괴는 더욱 더 교사들이 설 자리를 없게 만들고 있다. 갈수록 스승이 갖는 소중한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예전 같지 않은 사제 관계에 교사들이 아예 그림자도 밟지 못하도록(?) 꽁꽁 숨어버렸다. 스승의 날이면 은사님을 찾아 카네이션을 가슴에 꽂아 드리던 흐뭇한 풍경도 점점 보기 힘들다. 5월이면 하루에도 수 차례 스승을 찾고 싶다는 전화를 받지만 소식을 들은 교사들이 크게 반가워하지는 않는 사례가 많은 현실이다. 예전 같지 않은 사제간의 서먹한 관계에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도 스승을 찾는 일은 가슴 벅찬 기쁨이므로 이대로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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