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오랜 동안 습기에 닿게 되면 쉽게 썩지요. 나무는 흰개미가 좋아하는 먹이감이기도 하죠. 경량목구조 건축물은 습기와 흰개미가 가장 큰 적이므로 각 부위에서 철저한 습기와 흰개미 방지 시공을 필요로 합니다. 땅속의 흰개미는 땅속의 습기와 접촉할 필요가 있어, 땅속을 통해 목재 구조물로 들어갑니다. 보통 벌채해놓은 소나무의 나무껍질 속에 산란관을 꽂고 산란했다가, 날씨가 더워지는 5, 6월경에 나타나, 한옥 부재로 쓰인 굵직굵직한 소나무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놓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찌나 주둥이가 야무지고 단단한지 한번 기둥이나 보 등 부재에 붙으면, 순식간에 3-4센티미터 정도의 구멍을 비스듬히 뚫고 그 안에 살림을 차리게 된다고 합니다. 욕심도 대단한 놈인지라, 그냥 달랑 집 한두 채로 만족하지도 않죠.
특히 신축되거나 수리된 한옥이 더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매년 이맘때면 불청객 흰개미들이 전주 한옥마을 목재 건축물에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목조문화재 중 흰개미 등 충해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비율이 전체 문화재의 20여 %에 육박하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그 피해는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죠. 사정이 이러한데도 근본적인 대책없이 피해 문화재만 치료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찍이 미국에서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킬리만자로, 몬타나주 빙하국립공원, 콜롬비아 빙하, 또 그 유명한 히말라야와 알프스, 남미 파타고니아 등 지금까지 전 세계에 자연의 경이로움을 자랑하던 빙하와 만년설이, 지금은 대부분 녹아내려 이미 자연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환경변화로 인한 우리 주변의 여러 이상 징후는 그리 거창하고 또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전주에서 애써 가꾸고 있는 ‘한옥마을’ 여기저기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른바 도시형 한옥에 제법 심각한 생기고 있죠. 굵고 큰, 수입 소나무로 한층 더 넓고 웅장해진 한옥을 짓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한 때, 흰개미 떼가 수입 소나무에 실려 들어와 우리 한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죠. 바야흐로 흰개미들이 극성을 부리는 때입니다. 흰개미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이웃 일본의 선진 방제 기술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제기됩니다. 인도의 한 남성이 평생 모은 재산을 현금과 투자증서 등으로 은행 안전금고에 맡겨 놓았다가 흰개미떼가 이를 갉아먹는 바람에 평생 모은 재산을 날려버리게 됐다는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