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준(1712~ 1781)은 순창군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지리학자이자 실학자다. 본관은 고령, 자는 순민(舜民), 호는 여암(旅庵)으로, 학문이 뛰어나 성률(聲律), 의복(醫卜), 법률, 기서(奇書) 등에 두루 통달했고,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인 방법으로 지리학을 개척했다.
33세까지 여러 곳을 옮겨다니다가 33~43세에 이르러 고향 순창에 묻혀 저술에 힘썼다. 1754년 증광문과에 급제하여 휘릉별검, 전적, 낭관, 정언, 장령을 지내고 1762년 서산군수가 되기도 했다. 1770년 ‘문헌비고’ 편찬에서 ‘여지고(與地考)’를 담당했고, 그 공으로 동부승지를 거쳐 병조참지가 되어 ‘팔도지도’, ‘동국여지도’ 를 완성했다.
신경준은 신숙주의 동생인 신말주의 후손으로, ‘병선책’, ‘산수경’, ‘운해 훈민정음’ 등 문자학, 성운학, 지리학 등 다방면에 업적을 남겼다. 특히 ‘운해 훈민정음’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가장 깊게 문자론(文字論)을 전개한 커다란 학술적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라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설씨부인, 신경준선생유지(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518-1)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곳은 신말주 선생과 정부인 설씨를 비롯, 신경준선생 등 그의 후손들이 살았던 곳으로, 1996년부터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거지 좌측에는 보물 제728호인 설씨부인권선문첩(勸善文帖)을 비롯한 여러 점의 문화재 보호각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뒤쪽에는 귀래정(歸來亭)과 수백년 된 노송들이 서 있다.
신경준의 고지도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9호로 1979년 12월 27일로 지정됐다. 신경준선생이 군사도 형식으로 작성한 2매의 지도로, ‘북방강역도’와 ‘강화도 이북의 해역도’이다. 북방강역도는 창호지 한 폭 정도에 그린 것으로, 세로 11 cm, 가로 73.5cm 크기이다.
황해도부터 압록강, 두만강에 이르기까지의 산천, 성곽, 섬, 지명, 비(碑) 등을 상세하게 표시해 놓았다. 강화도 이북의 해역도는 북방강역도보다 3배 이상 큰 크기로, 가로 272cm, 세로 83cm이다. 한지에 그렸지만 종이가 훨씬 얇고 워낙 크기 때문에 가로로 3폭의 종이를 붙였으며, 세로에도 밑단에 21cm 정도의 종이를 2폭 붙였다.
순창군이 신경준 선생의 탄신 30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5일 순창군 향토회관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군은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순창이 고향인 여암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정리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그 의의를 찾고자 추진한다.
이와 관련, 군은 이달 안에 여암 신경준선생 탄신 300주념 기념 국제학술대회 협약식(MOU)을 전북대학교와 체결키로 하고, 남산마을 입구 여암선생의 연못 정비, 신경준선생 기념관 조성, 신경준선생 탄신 300주년 기념 고유제 및 강천산 등반 대회를 계획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경준선생의 업적 조명을 통하여 대외적으로는 순창의 위상을 제고하고, 대내적으로는 군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임은 물론 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전국의 산악인들이 순창을 방문하는 특별한 계기를 마련, 그 가치를 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