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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해운대’의 메가쓰나미를 만든 여인, 3D에 도전하다!

 [문화,체육,관광계 일자리 어떤것이 있나] 영화에 배경을 입힌다, 매트페인팅

어제 문화부에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님이 왔었습니다. ‘3D콘텐츠 산업 육성계획 브리핑’ 에서 현재 제작 중인 3D영화 <제7광구>와 관련해서 사례발표를 했었는데요. <해운대> 역시 거대한 스케일의 재난 장면이 볼만 했던 만큼, <제7광구>도 기대가 큽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재난이나 낭떠러지 등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소를 실제 촬영 배경처럼 입히는 작업을 '매트페인팅'이라고 합니다. <해운대>에 이어 3D영화 <제7광구>의 매트페인팅을 맡은 ‘유지은’ 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이름  유지은(모팩스튜디오 매트페인트팀 팀장)
작 품 빙우/지구를 지켜라/역도산/그때 그 사람들/형사/M/태왕사신기/펜트하우스 코끼리/해운대/제7광구(작업중)
 
록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클리프 행어’에서 주인공 실버스타스텔론은 자신이 손을 놓는 순간 여주인공이 목숨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 화면에 잡힌다. 이 장면은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연기하고, 거기에 매트페인팅 작업으로 낭떠러지 배경을 입힌 것이다. 이렇듯 매트페인팅은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소나 가상 공간을 실제 촬영 배경처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에서 매트페인팅이 많이 쓰이고 있고, 3D 영상에도 새롭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매트페인트란 분야는 국내에 생소했다. VFX 전문 제작 업체 모팩스튜디오(이하 모팩)의 유지은 매트패인트팀 팀장은, 먼저 알라스카를 배경으로 한 산악 영화 ‘빙우’에 본격적으로 매트페인트를 사용하면서 겪은 일화에 대해서 얘기해줬다.

“‘빙우’는 작업할 당시에 매트페인트란 개념이 바로 서지 않았을 때 였어요. ‘빙우’에서 본격적으로 매트페인트를 쓰기 시작했는데, 혼자 시행착오를 겪고 배워가면서 작업을 마칠 수 있었죠. 장성호 모팩 대표님이 도와주시기도 했구요. 지금은 전문 매트페인트팀이 있고, 영화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그때는 혼자 찾아가면서 해야 했죠.”

유지은 팀장은 ‘빙우’를 시작으로, ‘지구를 지켜라’, ‘역도산’, 드라마 ‘태왕사신기’, 최근에는 ‘해운대’, ‘펜트하우스 코리끼’ 등 다수의 작품을 작업하며, 매트페인팅의 전문가가 되었다.


매트페인트 담당자 선발의 기준
유지은 팀장은 미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3D 영상을 배운 뒤 모팩에 입사해, 2D와 3D 영상을 두루 작업했다. 매트페인트를 전담하게 된 것은 장성호 모팩 대표의 조언이 컸고, 본인의 적성에도 맞았기 때문이다. 매트페인트 분야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유지은 팀장은 모팩 직원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줬다.

“우리 직원이나 주변을 보면, 매트페인트 전문 교육 기관이 있거나 정해진 채용 루트가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경력이든 신입이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뽑죠. 다만 디자인, 회화 등 예술 계통을 전공한 지원자들을 선호합니다.” 요즘 매트페인트를 지원하는 현황이 어떠냐고 묻자, 유지은 팀장은 한창 뽑을 때 많이 떨어뜨렸더니 지금은 지원자가 없다며 웃는다.

“직무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로, 2D 지원자가 3D 포트폴리오를 보낸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 지원 분야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드로잉 실력도 중요하게 봅니다.”

유지은 팀장은 매트페인트 전문가로서 중요한 것은 도구를 다루는 것보다 미술적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모팩의 매트페인트 팀도 미술적 감각을 겸비하고, 매트페인트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인 영역도 다룰 줄 아는 아트워크 팀을 지향하고 있다.

“매트페인트는 도구를 다루는 능력보다는 감각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본인의 상상력, 드로잉 역량이 더 중요해요. 매트페인트 작업할 때 포토샵만 쓰는 경우도 많고, 도구는 다루다 보면 손에 익히게 되니까요. 최근 모팩의 매트페인트팀은 매트페인트를 기본으로 하고, 컨셉 디자인, 지브러시 모델링(입체 캐릭터 모델링 소프트웨어), 스컬피 모델링(점토의 일종으로 모델링하는 재료로 쓰임) 등 여러 작업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익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아트워크 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3D를 지원해 이곳에 들어왔지만, 여러 가지를 해봤던 경험이 매트페인트를 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다른 부분의 작업자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스스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태왕사신기’ 작업
가상의 공간을 인위적으로 삽입하는 매트페인트는 인위적인 부분을 티 나지 않게,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에 따라 매트페인팅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인물을 제외한 모든 배경을 블루매트로 촬영해서, 그 부분 모두 매트페인팅으로 메울 때가 가장 까다로워요. 해당 장면의 뷰와 광원이 사실적으로 보이려면, 당시 촬영 장소의 환경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면 인위적으로 보일 수가 있어요.”

유지은 팀장에게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어떤 작업이었을까? 가장 힘들었던 작업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꼽았다. 아마도 주단위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태왕사신기’는 판타지 장르라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고, 촬영 컷도 많아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제작됐습니다. 드라마 방영 시간을 맞추기 위해, 데이터가 발생하자 마자 바로 작업물을 만들어야 했어요. 데이터 량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작업하다 보니 마감 일정이 더욱 촉박했죠.”

현재 유지은 팀장은 ‘해운대’를 제작한 윤제윤 감독의 3D 영화 ‘제 7광구’를 작업하고 있다. 국내 3D 영화에 매트패인팅을 처음으로 작업해보는 만큼,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며 준비 중이다.

“작업 방식은 2D와 같은데, 배경 표현이 좀더 까다로워요. 레이어를 명확하게 나눠 입체적으로 배경을 표현하는 것이 힘듭니다. 3D 뷰페인팅 도구를 활용해 3D상에서 각도를 돌려가며 텍스쳐링(Texturing)와 맵핑을 작업하면서, 사실적인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감각을 동원하는 매트페인트 작업
매트페인트 전문가는 백지에 그림을 그러내듯, 가상 공간을 실제 존재하는 배경으로 창조하기 위해 본인의 상상력과 감각을 동원한다.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매트페인트 전문가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소스로 촬영 영상과 합성을 하거나 직접 그리고, 필요에 따라 이곳 저곳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 동안의 작업 소스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됐고, 매번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필요한 부분은 카메라를 들고 직접 나가서 찍지요. ‘맨발의 기봉이’에서 기봉이가 갈대밭에서 뛰어가는 장면은 실제로 사천대교에서 촬영했는데, 매트페인트로 갈대밭을 재현해냈죠. 인물을 제외한 모든 장면을 바꿔야 했어요. 이를 위해 직접 갈대밭을 찍으러 갔어요. 달리는 모습과 갈대밭을 합성하기 위해 VFX팀과 협조해서 작업했었습니다.”

 

 
매트페인트 담당자로서 필요한 요건
유지은 팀장은 지난 2002년에 입사해, 현재는 매트페인트 팀의 수장이 되어 여러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팀원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기까지 어떤 과정을 밝아 역량을 키워가는지, 유지은 팀장에게 물었다.

“팀원을 뽑고 나면, 1년 동안은 ‘그 사람이 잘 버티고 있나’를 봐요. 2년 정도가 지나면, 그 사람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 지 관심을 가지게 되죠. 3년 차가 되면 본인이 이제까지 해왔던 성과를 내는 시기라고 봅니다. 상승세를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체하고 있는 사람이 있겠죠. 3년 차 정도의 경력은 기존의 작업을 응용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 때 프로젝트를 맡겨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트페인트 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지, 유지은 팀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감각이 없는 사람과 감각이 있는 사람과 구분이 되어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감각이 없는 사람이 있고, 꾸준히 노력해서 나중에 드러나는 사람이 있기도 해요. 사람들은 너무 다양하니까요. 근데 일을 같이하다가 보면, 자기 목표 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내가 무엇을 하고 준비해야 할 지 잘 알고 있어요. 일을 시키기도 전에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선택한 분야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일하는 친구들은 좋은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감각도 있더라구요.”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 ‘전사의 길(The Warrior’s Way)’에도 참여하고 있는 유지은 팀장에게 국내 매트페인트 기술이 어느 정도 와 있느냐고 묻자, “미국도 좁은 지 우리나라 VFX 기술이 소문나있더라구요. 미국에 전혀 (우리나라가 기술이) 뒤지지 않아요(웃음).”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한국 영화가 여성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각과 상상력이 결합된 작업이었다는데 적잖이 놀랐고, 국내 영화 VFX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유지은 팀장의 말에, 2010년 올해도 한국영화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글. 최수경 기자 dorbal@empal.com
사진. 이상준 기자 leesjsh@hotmail.com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