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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아시아 최대의 책의 향연 '2009 서울국제도서전'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였던 개막식 당일 행사장 ⓒ허영지


주빈국(柱賓國) 일본 & 세계 출판인들과 함께하는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

 국내 및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5월 13일에서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출판의 세계화, 출판산업의 경쟁력 강화, 독서하는 사회 분위기 정착'이라는 취지 아래 매해 출판인들과 일반 독자들이 펼치는 국내 최대의 책 문화 향연장이다. 특히 명성에 걸맞는 도서전의 세계화 및 선진화 일환으로 주빈국(柱賓國)제도를 도입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 중국에 이어 일본을 올해의 주빈국으로 초청함으로써 명실공히 국제도서전으로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9 서울국제도서전'은 예년과 달리 몇 가지 특징을 보였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도서전 개막일인 5월 13일을 '전문가의 날'로 지정해 국내외 출판 관계자들이 저작권 수출입 상담을 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울러 주말 관람 시간 연장을 비롯해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특별전시관 운영, 저자 초청 사인회 및 토론회 등 다양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과 이벤트 등을 준비했다.


중동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 사우디 아라비아 부스 전경 ⓒ허영지


 무엇보다도 한국출판은 이미 방콕, 타이페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관 운영을 통해 그 저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작년 5월 IPA 서울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오는 3월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인 '볼로냐아동도서전'의 주빈국관 운영은 한국의 출판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책의 확장, 책의 상상력... 다시, 책에서 시작한다."

영화와 책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시네마북 라이브러리 부스 전경 ⓒ허영지


 책은 모든 사회문화 현상과 창의적 발상을 하나의 텍스트로 묶어 놓은 집결체이다. 그렇게 응집된 텍스트는 또다시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형태로, 책으로부터 시작된 무한한 상상력이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영상의 스토리를 이루는 텍스트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가고 만들어진 영상과 이미지만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스토리텔링도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에 2009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으로 시작된 다양한 작품과 공간, 이야기 등을 통해 확장된 책의 영역을 살펴보고 이야기가 있는 문화 산업의 전형을 제공하는 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키고자 "책의 확장, 책의 상상력" 이란 주제 아래 슬로건을 "다시, 책에서 시작한다"로 정했다.


아시아의 지존, 그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다.

 주빈국으로 일본을 초청한 것은 실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세계 제2의 출판대국 일본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출판산업의 확고부동한 선두주자이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의 작가들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일본 작가의 영향력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나 '에쿠닌 가오리'를 필두로 한 일본의 중진 작가들의 작품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이름을 아는 국민들이 거의 없을 만큼, 우리 작가의 영향력과 출판산업의 힘은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작년 도쿄 국제도서전에서 미국의 출판업계 인사가 "세계 출판계의 미래는 일본에서 찾아야한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을 만큼, 일본 국민의 책 사랑과 그에 걸맞는 출판산업의 파워는 식을 줄을 모른다.


이번 도서전의 화두이자 주빈국인 일본, 유명 작가의 내한 인터뷰 진행 중인 모습 ⓒ허영지


 하지만 아시아 전역을 붉게 물들인 한류의 여세를 출판산업에까지 몰아 일본을 뛰어넘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일본 출판계의 최신 트렌드를 모조리 소개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의 유명한 출판관련 인사들도 전례가 없을 만큼 엄청난 인원을 초대하였다. 일본과의 출판산업 교류를 전폭적으로 확대하고 벤치마킹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0년 전 북미 시장에서 값 비싼 일본제 TV를 살만한 형편이 못되는 이민자 계층이 주로 구입했다던 한국제 TV가 이제는 세계 TV시장을 평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책의 매력속으로, 책의 향연속으로.

 책은 눈으로 읽을 때보다 마음으로 읽을 때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그 숨은 매력에 취해 몇 시간이고 씨름을 하다보면 절대적인 평안을 느끼기도 한다. 책은 인생의 어떠한 물음에든 재지 않은, 하지만 늘 자연스러운 답변을 줄줄 풀어놓았다. 불온한 마음도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털어놓았다.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며 자신과 지겹게 놀아본 사람, 그리고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이 주는 향긋한 내음에 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 쯤 시간을 내어 느긋하게 책의 향연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꼭 도서전이 아니라도 가까운 도서관에 시간을 내어 찾아가서 그 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으면서 잠시간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아 보는 것이다. 책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귀중한 진리들을 깨우쳐 줄 것이고 또한 우리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조언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