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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우리 시대의 시인들과 시의 숲을 거닐다

 



이 날 많은 시인과 유명인사들이 시를 낭독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현종 시인, 김혜순 시인, 권성덕 연극배우, 신달자 시인, 손숙 연극배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신기철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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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림 - 목계장터 -


음성으로 화(華)한 시의 언어, 독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통해 문자로 태어났던 시가 다시금 그들의 목소리로 재창조될 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독자들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더욱 타올랐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모두 진정으로 시에 목 말랐으며, 온갖 고뇌 끝에 시를 탄생시킨 장본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음성으로 다시 태어난 시의 미(美)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화(華)한 경지 그 자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책 읽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책, 함께 읽자' 연중 독서캠페인을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3월 낭독회는 지난 16일 오후 7시에 동숭동 아르코시티극장에서‘시(詩)가 흐르는 봄날' 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현종, 신달자, 신경림, 김혜순 시인을 비롯하여 낭독자로 연극배우 손숙, 권성덕씨가 합류, 거기에 유정아 KTV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과 유인촌 장관의 적극적인 행사 참여는 더할 나위 없는 조화를 이루어 행사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연극배우 권성덕이 정현종의 ‘요격시2', 신경림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을, 연극배우 손숙은 신달자의 ‘변태’, 김혜순의 ‘그녀, 요나’등의 시를 낭독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직접 준비해온 시 두 편을 낭독하고 시인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또한 참석한 시인들은 각자 준비해 온 본인들의 작품 가운데 하나를 낭독했고, 낭독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하여 시인과 독자 사이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많은 이들에게 더욱 값진 추억을 선사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 신기철


시 낭독회, 책 읽는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시발점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시인 활동이 활발한 나라이며, 인구대비 시집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이다. 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이들 대부분은 묵독하는 형태로 시를 감상할 뿐이며, 아직 낭독이라는 방법 자체는 시가 잘 팔리는 우리나라에서조차도 생소하다. 때문에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 차게 기획한 책 읽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 낭독회'의 행보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한 마디로 너무 멋집니다. 이렇게 좋은 시인들의 시를 본인들의 입을 통해 낭송하고, 그 감동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몰라요. 평소에 시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시가 이렇게 좋은 건지 오늘 처음 알았네요."

이지연(40세) - 서울 방배동-

 


(Music Compose & Arrange : 유사카, Jae.key)
이 날 참석한 시인,배우들의 낭독과 인터뷰를 담아낸 동영상
ⓒ 이예슬



 아직까지도 시를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소수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철저한 입시교육에 길들여져 시를 문학으로서가 아닌 대학 입시의 수단으로 처음 접하는 우리네의 그릇된 시 읽기 문화가 큰 원인일진데, 그로 인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대학 입시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시는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를 문학으로써 이해하고 느끼는 감동은 세상의 다른 어떤 감동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가슴 뛰는 것이다. 시인이 인생을 통해 느낀 삶의 희로애락을 정갈한 시의 언어로 펼쳐놓은 시의 바다는 끝없이 광활하고 눈부시다. 독자는 그 거대한 바다 속에서 인생을 배우고 자아를 성찰하며,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향한 삶의 긍정적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또한 낭독을 통해 표현되는 시의 언어는 묵독의 그것보다도 더욱 효과적으로 시의 매력과 감동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낭독에는 시인의 감정이 진솔하게 배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를 가슴으로 느끼는 낭독자의 감동까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한 마디로 시가 함축하고 있는 모든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이 바로 낭독인 것이다.


이 날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 낭독회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 신기철


 이러한 낭독만의 매력 때문일까? 이날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극장 내 모든 좌석은 만원이었고, 20대 대학생에서부터 시인들의 동년배인 60대에 이를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시 낭송의 매력을 함께 향유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시의 언어가 시인들을 통해 혹은 연극배우들을 통해 낭랑하게 객석으로 울려 퍼질 때마다 객석의 모든 이들의 눈망울은 사슴처럼 반짝였고, 그네들의 가슴은 낭독자와 합일되어 애틋하게 물들어 갔다. 이날, 문학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에서 드러나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시 낭독회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독자와의 대화, 그리고 시를 통해 배워나가는 세상



 다음은 김혜순 시인과 20대 대학생 독자 사이의 '질문과 답변'이다.
- 독자 :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시를 가르치실 때 항상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힘들고, 당연히 시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소수자만이 시 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중 웃음) 시는 정말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인가요?
- 김혜순 시인 : 일단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드리자면 시는 정말로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시인이 될 재능과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순히 시를 쓴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를 왜 쓰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시는 말씀드렸듯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 시를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는 시를 쓰는 사람마다 각자 이유가 다릅니다. 모든 시에는 그 시를 써내려간 이유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필자가 신경림 시인으로부터 사인과 함께 받은 시집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 허영지

 

 김 시인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누구나가 시인이 될 자질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고달픈 삶에 찌들려 어느 순간부터 우리 마음 속 본연의 감정을 어딘가에 꼭꼭 숨겨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이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매개체이며 또한 인간의 욕망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면서 시를 이해하고 낭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라고 볼 수 있다. 지치고 찌든 삶 속에서 삶의 낙을 찾지 못하고 마음속에 근심만 가득 쌓아두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시집을 한 권 들고서 낭독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시란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

 

 

 

문화체육관광부 4기 대학생 기자단

글 - 허영지 (건국대 법학)
사진 - 신기철 (중앙대 사진)
동영상 - 이예슬 (서강대 국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