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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자전거로 돌아본 아름다운 영산강

 


 영산강 가보셨나요? 담양에서 발원하여 목포로 굽이굽이 흘러드는 영산강은 그야말로 남도의 젖줄이라 할만한 강입니다. 영산강 유역은 예로부터 땅이 기름지고 바다로 통해 수운이 발달 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나주에서부터 목포까지 배가 다녔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영산강 자락 중, 넓게 펼쳐진 평야 사이로 영산강이 흐르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나주. 그곳을 자전거로 돌아봤습니다.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흐르는 영산강. 함께 구경해보실래요?

금강산도 식후경! - 남도 하면 역시 남도 음식!!


 모처럼 전라남도에 놀러온 마당에, 남도 음식을 빼놓고 이야기를 해서야 되겠습니까. 사실 뭐 전라도에 왔다고 해서 대단한 무언가를 먹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돼지불고기 백반 같은 일반적인 우리네 가정식을 먹었더랬지요. 하지만 옛부터 곡창지대였던 탓에 식재료가 풍부하여 요리가 발달한 전라도라서 그런가, 밥은 더욱 구수했고, 돼지불고기에서는 감칠맛이 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 하늘이 눈앞에 한 가득 펼쳐졌습니다. 나주는 평야지대라 주변에 높은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늘이 더욱 넓어보였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햇살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자전거 타기에 조금 덥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으워어어어!! 강철검을 완성했사옵니다!! -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주몽을 만나보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나주영상테마파크! 사실 정식 명칭보다는 주몽 촬영지로 더욱 잘 알려진 곳입니다. 입구부터 어디서 많이 본 부여국의 진지 목책으로 만들었더군요. 이제는 익숙해진 삼족오의 마크도 찍혀있습니다. 겉보기에만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 의외로 그 세세한 묘사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선 후부터는 계속 몇백 년 전 그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넓은 평야지대에 위치한 곳이라 건물이나 성벽 뒤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만이 펼쳐져 있어 그 공간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게다가 영산강 옆에 서있는 낮은 산자락 위에 세워져 있는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는 옆을 굽어흐르는 영산강의 모습을 전망하기에도 좋습니다. 뱀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의 모습은 살짝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황포돛배로 뱃놀이 가자아~!


 나주영상테마파크를 나와 10분가량 더 달려 영산강 자락 다야뜰 선착장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나주에서 예전에 많이 다녔던 배를 복원했다는 황포돛배를 타볼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나주 영산포에서 마지막 배가 떠난지 약 30여년만에 복원해서 지금은 영산강을 따라 나주영상테마파크, 석관정, 금강정을 지나는 왕복 6Km구간을 유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실제로 배에 달린 황포돛을 이용하여 배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직접 돛을 펴보고, 또 접어볼 수도 있는 체험의 의미가 강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배에서 바라보는 영산강의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나지막한 언덕자락이며 떠있는 배들이 잔잔한 수면 위로 거울처럼 비쳐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것을 두고 단원 김홍도는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 물이라'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 30분간 이어진 뱃놀이를 통해 굽이굽이 숨어있는 영산강 유역의 경치를 감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100년동안 영산강 역사를 지켜본 영산포 등대

 배에서 내려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한참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어느새 서쪽편 언덕 뒤로 어스름 넘어가기 시작할 즈음 도착한 곳은 예전 영산강의 수운이 발달했을 때 포구였던 나주의 영산동 일원. 이곳에서 국내 유일의 내륙하천 등대인 영산포 등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5년에 등대의 기능 및 수위 측정의 기능을 가지고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까지도 홍어와 멸치젓을 운반하는 배들이 빈번히 왕래했다고 하는군요.



 내륙 운하가 그리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내륙 등대가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당시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지만, 비교적 멀끔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면서 당시 번창했던 영산포의 모습을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영산포 등대 근방에는 어물전들이 남아있고, 지금도 홍어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했습니다.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는 홍어는 영산강을 따라 나주로 오는 배안에서 발효되어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홍어는 흑산도가 유명하지만, 삭힌 홍어의 본산은 나주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건너 보이는 것은 섬인가 육지인가 - 나주의 숨은 절경을 간직한 나주호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아침에 잠을 깨니 창 밖으로 지난 밤에는 보이지 않던 경치가 보입니다. 나주호입니다. 나주호는 1976년에 영산강 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만들어진 저수량 9,100만톤의 인공호수입니다. 주변경치가 뛰어나고 인근에 불회사, 운흥사, 화순 운주사 등이 위치해있어 많은 분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골프장등의 리조트 시설들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나주호의 수면에서 부서지는 모습은 그 모습 자체로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광주전남관광문화포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해보니 나주호에는 '붕어,잉어,향어등이 서식하고 있어 내수면 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나주호 붕어와 잉어는 주변에 우거진 비자나무 숲 덕택에 기생충이 없다는 속설이 있어 나주를 찾는 낚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는군요. 나주호의 사진을 깜빡하고 찍지 못한 게 정말 안타깝네요.


가을의 낭만, 갈대가 펼쳐진 영산강 둑방길

 아침 식사 후 어제의 일정을 끝냈던 영산강 둔치에서 다시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영산강 둔치를 따라 난 자전거 도로를 타고 영산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침 영산강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입니다. 강 양옆으로 솟아있는 강둑에는 퍼렇게 풀이 자라있고, 그 위로 펼쳐진 평야로는 논밭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정겨운 우리네 시골을 떠올리게도 하고, 전쟁영화에서 봤던 베트남이 떠오르기도 하니 참 묘한 일입니다.

 한참을 달리자 잘 닦인 자전거 도로는 끝나고, 그 자리를 갈대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둑방길이 대신합니다. 가을 바람에 파도치듯 흔들리는 갈대들 바로 옆으로 즐기는 자전거 하이킹은 함께 가던 많은 사람들이 절로 탄성을 지를 만했습니다. 어떤 형님은 "이야! 이거 완전 CF를 하나 찍는 것 같구만!"이라고 외치셨지요. 아닌게 아니라 정말 그러했습니다. 가을의 낭만이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낭만 속에 푹 빠져 있는 틈에, 어느새 자전거는 우리의 목적지에 닿고야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영산강과 영원히 함께 하려면..

 그리 긴 일정이 아니었지만 1박2일 동안 살펴본 영산강의 아름다움은 전국의 그 어느 강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경상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 같은 경우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전라도 강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강과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그리고 주변의 다양한 문화 관광 상품들은 시민의 휴식처로 역할할 영산강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지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런 영산강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입니다. 판소리와 민속 놀이 등 영산강만이 지닌 서정적인 남도문화를 주변의 문화 유적지나 관광 명소와 연계시켜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죠. 또한 친환경 자전거 테마공원 조성과 수상 레포츠 단지 구축도 주요 사업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4대강 유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사업'. 좋은 취지에 걸맞게 신중하게 사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영산강은 일부 공구에서는 공사가 시작된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 크고 작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요. 어찌되었든 이번에 영산강을 직접 돌아보고, 저는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이 아름다운 영산강의 자연환경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더 오래오래 우리나라의 보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죠.


[ 영산강 자전거 투어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