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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전시회]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파라오와 미라전'

 

세월을 버티어 온 역사의 향기

박물관. 그 곳에는 특별한 향기가 있다. 조금은 칙칙하고 오래된 향기인데 오랜 세월을 거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향기이기도 하다. 오늘도 그러하였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특유의 박물관 내음이 나의 예민한 코를 자극하였다. 그리고서 펼쳐진 거대한 유물의 파노라마. 유물 하나하나를 넌지시 바라보면서 대화하였다. "넌 어디서 왔니? 나일강에서 왔다고? 그럼 벌써 2500년도 넘게 살아온 거잖아. 이제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의 흔적을 지켜보았을까..." 나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다. 세월의 흔적과 손때가 묻어있는 무언가를 보게 되면 괜시리 멍해지는 것이다. 왜 그리도 나는 역사의 흔적 앞에 멍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세월의 풍파를 이기고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자의 의연함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스러움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들이 변하고 소멸하는 가운데 끝까지 변치 않고 살아남은 무언가를 향한 존경심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의 본연적 감정일 것이다.


3000여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텨온 고대 이집트 유물들 ⓒ 신기철


나일강의 선물 이집트 문명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이렇게 표현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을 통해 물과 비옥한 땅을 얻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문명권과 구별되는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피라미드, 미라, 이집트 신화처럼 이집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이와 같은 세계관에서 나온 산물인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주요 왕조시대를 모두 포괄하는 유물 23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아 3,000년 이상 이어졌던 이집트 문명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잘 알려진 미라와 파라오 관련 유물 외에도 신상(神狀), 부적, 화장(華裝)도구, 상형문자가 적힌 파피루스, 각종 도구와 생활용기, 무덤 부장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2500여년이 넘도록 완벽하게 보존된 미이라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 신기철


총 4부로 구성된 본 전시는 각각 신과 왕, 그리고 삶과 죽음을 테마로 이루어졌으며, 3000년 이상 이어졌던 이집트 문명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1부와 2부에서는 이집트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내세관 그리고 파라오를 통해 이집트의 절대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3, 4부에서는 일반 백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3부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을, 4부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죽음과 내세관을 보여주는 부장품과 미라를 선보인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السلام عليكم)

السلام عليكم 앗살라무 알라이쿰 (아랍어 -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이집트 문화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왕(神王)이라는 교리를 영원한 반복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탄생을 반복하는 자'인 왕은 왕위에 오를 때 세상을 다시 만드는 창조주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때문에 고대 이집트 유물들에 표현된 세계관은 죽음과 삶,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우주의 순환과정에 대한 왕의 종교적 결탁으로 귀결된다. 특히 무덤에서 무덤주인을 표현할 때 죽은 후의 삶을 실제 세계의 연장이나 모사(謀寫)로 보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 잘 드러난다. 결국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유물이란 현세와 사후세계를 이어주는 대변자의 역할을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 때문일까? 이번 전시회에 진열된 유물만 보더라도 각각의 조각과 색채 하나하나가 수천 년 전의 그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하다.

 
즐거운 시간여행

박물관에서 우리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유물을 만나고 그 유물의 시대를 만나고 그 시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파라오와 미라전'의 경우도 그러하다. 끊임없이 유물들과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고대 이집트의 정수를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박물관 측의 깔끔한 전시회장 구성과 전시 도우미들의 친절한 해설은 역사에 대하여 생소한 시민들에게 더 없는 안락함을 선사할 것이다. 과거로의 즐거운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그대여. 주저하지 말고 이집트 문명전을 향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