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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쉽죠

왜 부처를 철로 만들었나요

우리나라에서 철불이 제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통일신라 하대로 귀족들의 왕위쟁탈로 중앙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고 지방호족 세력이 대두한 때입니다. 당시 불교계는 새로운 기치를 내세운 선종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에 자극 받은 지방 호족들은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 대가람을 창건하여 중국에서 돌아온 선사들을 모셔와 정신적 지주로 삼고자 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도 사찰을 건립하고 불상을 만드는 일이 빈번해져 불교문화가 확산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선종의 정신적 충격만큼이나 새로운 일이 불상조성에서도 일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예배의 대상인 불상 재질의 변화입니다.

 

 당시 승려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호족들의 현실적 요인으로 인해 금빛 광채가 나는 부처의 몸이 검고 질박한 검은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철불은 금동불에 비해 만드는 비용이 적게 들어 거대한 불상을 만들 때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또한, 철은 당시 호족들이 거느린 사병들의 무기나 용구들을 제작하기 위해 항시 준비하고 있는 금속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었고, 금·은·옥 등 귀금속의 사용이 귀족에게 제한된 반면 철은 육두품에서 일반 평민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이었습니다.

 

 따라서 통일신라 말의 철불은 지방호족과 연결된 선종사찰에서 주로 만들어집니다. 9세기 대에 선종계통의 사찰에서 유행한 철불은 호족출신에 의해 왕조가 열린 고려시대에도 역시 활발하게 제작됩니다.

 

 고려 철불은 이 시대의 다른 불상들과 마찬가지로 대작으로 만들어지며, 전국 각지에서 유행한 거대한 석불입상과는 달리 법당의 주된 부처로 모셔지기 때문에 모두 좌불로 조성됩니다. 또한 철이 많이 생산된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다수의 작품이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