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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기타 인생 40년 장세경 독주회

 

우린 서로 억겁의 인연으로 하늘이 맺어준 사이. 우리는 죽어서도 천생연분 그녀는 분명 처음이리라.
 오늘은 천천히, 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서기로 했다.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고, 얼굴을 매만지고, 눈물 자국을 지워준 뒤, 자신의 얼굴을 그녀에게 내렸다. 나의 손길이 이곳저곳 을 훑고 지나가자 이윽고 그녀의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사랑을 찐하게 탐닉한다. 나는 그녀를 안은 채 그 몸에 자아를 묻고, 새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움직임에 나를 맡긴다. 그러나 이번엔 그 이상의 선을 넘고 싶다.
 기타리스트 장세경(한국기타연주가협회 이사, 미뉴에트 기타교실 원장)씨가 25일 오후 7시 30분한국소리문화의전당서 갖는 네 번째 개인 독주회는 기타와 결혼해 40년의 세월 둥지를 틀고 동고동락해온 선물 보따리를 애호가들에게 펴놓는 잔칫날인 셈.
 아직도 할 일은 태산같이 많고 갈길은 구만리처럼 멀어보이지만 강산이 4번이나 변했다는 세월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터. 이를 녹옥혼식(綠玉婚式)이라고 하고, 에머랄드혼식으로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내가 1천 번을 연습했더니 세상 사람들이 천재라고 하더라' 니콜라 파가니니의 심정으로 이번 발표회를 준비해왔다는 장씨.
 지난 1965년 독학으로 기타를 시작, KBS 우리들의 새 노래 작곡작사 부문 채택 연주를 한 이래, '클래식 기타 새 교본'(삼호출판사)을 발간하고 '3050 기타로 연주하는 그 노래들'과 찬송가 '나의 생명 드리니' 연주 음반을 발표하기도.
 올해부터는 TBN 교통방송 매주 월요일 '낭만에 대하여'에서 생방송 연주를 하는 그는 어울음문화예술단 고문, 부예사랑나눔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피크로 강하게 내려치는 스트로크를 해본다던지, 핑거링으로 감싸듯 연주를 할 때는 정말로 연애하는 마음이 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기타는 날렵한 여자를 상징하는 악기인 만큼, 때론 아주 조심스럽게, 때론 매우 강하게 사랑을 해주어야 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죠. 특히 손톱의 길이는 사랑의 척도랍니다"
 스틸 기타와 클래식 기타를 한꺼번에 소화한다는 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건만 그에게 있어서는 늘 예외가 된다.
 "이번 연주회는 1부 클래식 기타, 2부 게스트와 함께, 3부 스틸 기타로 마련합니다. 40여 년의 세월. 지금 생각하면 그런 호기심과 열정이 오늘날 저의 기타 열정으로 이어져 함께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쪼록 가슴깊이 감동을 느끼시는 순간들이 되시기를 기원해봅니다.
 1부는 타레가의 연습곡 등 널리 알려진 작품 중심으로 선곡했다고. 이 가운데 듀엣곡 바찌니의 '천사의 춤'은 아마 국내 최초로 연주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작품. 환타스틱한 스케일 때문인가, 특히 신경을 썼다는 귀띔이다.
 2부는 평화2동 꽃밭정이 기타반, 솔내(송천2동) 하모니카반과 함께, 재즈 보컬 안애연 어울음문화공연단장의 화음 등이 기다리고 있고, 3부는 거의 많이 들을 수 없는 곡으로 선별,스틸 기타의 묘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평소에 동요를 아끼는 연주자는 2.3부에 나뭇잎배를 넣었으며, 기독교신자인 만큼 찬송가  '예술로 나의 구주 삼고'로 다음의 사랑을 기약할 참이다.
 지난 날의 생채기 일랑 모두 잊은 채 행복한 단꿈을 기약하는 오늘 밤. 봄바람 살랑살랑 가져다주는 그대 곁에서 강렬한 테크닉과 감수성으로, 중후하면서 맑은 음색을 한음 한 음에 충실히 실고서 원숙한 기교를 선보이리라. 그대여, 어서 내 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오세요.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