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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휘파람 부른 전혜영, 어디로 갔나

 

 

 

지난해 말부터 활동을 중단해 해체설이 나돌았던 북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소백수’라는 4인조 녀성중창단을 통해 컴백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양(瀋陽)의 한 대북 소식통이 “전자악기 중심의 연주방식을 바꾸고 이름을 고쳐 재 창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예상이 딱 맞아 들어 간 것이다(제95호 참조).
 오양열 예술위원회 수석전문위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은 최근호 ‘아코르 웹진’을 통해 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소백수’라는 이름의 4인조 중창단이 부른 해방 전 가요 ‘고향의 봄’을 뮤직 비디오 형태로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소백수’는 김정일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귀틀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의 이름이다. 노래 도입부 화면에 ‘소백수’라고 소개된 4인조 중창단은 이봄순, 우순희, 강윤희, 한설향 등 네 명의 가수로 구성됐다는 것.
 이들이 부른 ‘고향의 봄’은 일제시대 가요로 보천보전자악단 주요 멤버인 전혜영이 리메이크 해 히트한 곡이다.
 1985년 6월 김정일 총비서의 지시로 창단된 보천보경음악단은 보천보전자악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전혜영, 김광숙, 리경숙, 리분이, 조금화 등이 활동해 왔다.
 특히 전혜영은 대중가요 ‘휘파람’을 불러 크게 히트한 후 북한 최고의 여가수로 등극했다. 1992년에는 약관의 나이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다. 160㎝가 채 안 되는 아담한 체구에 가냘픈 몸매, 예쁘장한 미모 때문에 남한에도 팬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2000년 1월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총비서가 ‘휘파람’에 대해 “노래가 좋기 때문에 세상에 나가자마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이틀이 되기 전에 다 배워 불렀으며, 말 그대로 폭풍과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하면서, “부를수록 좋은 노래”라고 칭찬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조선중앙TV에 방영된 노래 영상을 지켜본 새터민(탈북자)들은 “사실상 반주는 기존의 것 그대로인데 가수만 달라졌다. 그렇다면 기존에 ‘고향의 봄’을 부르던 전혜영과 보천보전자악단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니겠느냐며, 보천보전자악단의 해체설이 아닌 기존 가수들의 숙청설을 제기했다.
 사실 북한은 지난 시기에도 예술분야의 배우나 작가들이 과오를 범하면 그의 사진이나 저작물들을 모두 회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이런 경우 그들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어 정치범 수용소로 내몰리거나 탄광이나 광산 등 ‘혁명화 사업장’으로 쫓겨 간다고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북한 최고의 여배우로 불렸던 우인희 사건이다. 우인희는 한 때 북한 최고의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으나 부화사건(간통사건)으로 공개총살 당한 후 그녀가 출현했던 영화들은 모두 없애버리거나 주인공을 교체해 다시 찍었다. 북한의 예술인들에게 이와 같이 사생활문제로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