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지난 2004년 개관 이래 단 한 차례의 공고도 없이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이 공모로 작품을 구입하는 등 객관성과 기회균등의 원칙을 담보로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너무나도 안일하게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지 않는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라북도 차원에서 작품 구입 예산을 대폭 늘리고 공모제(고미술품 포함)를 시행, 소장 가치 높은 작품을 계획성 있게 사들이는 등 방향의 수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지난 4일부터 5월 11일까지 전시실서 2008 소장품전을 갖는다. 4백85점의 소장품 가운데 전시 공간의 제약 때문에 2백 여 점을 전시, 그동안의 수집 성과를 대외적으로 소개하고 평가받음은 물론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향후 미술관의 수집 정책 및 방향을 다듬는 계기를 마련한다.
수집의 첫 번째 기조를 ‘지역 미술의 정체성 추구’로 설정, 서화의 본향 전북 유일의 공공 미술관으로, 문인화와 서예를 포괄하는 서화 작품의 수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관련된 연구를 수행 전시를 개최, 그 맥을 오늘에 이을 기틀을 마련코자 애써 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지난 2004년 10월 개관한 이래 올해로 운영 5년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구입 공고를 내지 않고 미술품을 구매, 지역 미술가들의 잦은 원성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미술관 등 공립 미술관이 소장품 수집 사업으로 미술관 자체의 필요에 따른 내부 수집과 병행하여 외부 공모제를 실시, 현대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최근작으로 역량 있는 작가, 개인 소장가, 화랑 관계자 등의 참여를 바라는 내용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학예연구실 추천제를 통한 수의 계약 한가지 방법만으로 구입, 다양성이 요구된다는 미술계 안팎의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노력이 따르지 않고 있는 것. 추천제를 통한 수의 계약은 당사자와 전라북도, 전북도립미술관 관계자들만이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뿐 기회균등의 문제, 형평성의 문제, 작품 평가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시비거리를 낳고 있다.
"미술품은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단 한 점 밖에 없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해 법적인 하자는 전혀 없다”며 학예연구실이 현장을 방문하고 작업실을 찾아가 꼼꼼히 검증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중 계획을 세워 선택과 집중, 추천제, 공모제, 현장구입제 등 4가지 형태로 작품을 구입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과는 더욱 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은 추천위원 대상작가 추천 및 심사, 추천제는 상반기 1회, 하반기 1회 추천위원 추천 및 심사, 공모제는 6월중 공고를 통해 자율적 경쟁 응모 및 심사, 현장구입제는 키아프, 판화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등 현장 심사로 이뤄진다.
미술사적 및 대중성 등의 다양한 소장품 확보, 작가의 문화진흥정책 및 미술시장 활성화, 공공기관의 문화공간화 및 환경개선 등의 작품 대여, 국민의 문화향수권 향상을 위한 기획전시 등의 작품 대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미술은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작품 추천위원 및 심사위원의 명단을 작품 구입 심사 발표와 동시에 공개하면서 책임감 있는 제도 운영을 도모, 한발 더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일례로, 작고작가의 작품이 필요할 경우, 전국적으로 공모를 실시하면 전북에 모든 작품들이 집결한 가운데 조례(전라북도립미술관 운영관리조례, 제4장 제18조)에 근거, 수집위원회의 평가를 거친다면 뜻밖의 대어(大魚)를 낚을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북도립미술관의 위상이 전국에 떨치게 되고, 위상이 오른 만큼 전북도민들로 하여금 문화 향수의 기회가 더욱 확대, 문화예술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는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국의 우수 작가, 우수 작품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균등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도 바람직 할 것이며, 또 소장품의 면면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수증으로 유도한다거나 촬영을 통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등 활용의 폭이 그만큼 커질 것이란 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작품 구입비가 턱없이 적은 것은 문제다. 한해 예산은 평균 20여 억원. 지난해의 경우, 2억 여 원 어치의 작품을 구입한만큼 한 점의 가격이 평균 769만원으로 26점(기증 14점 별도)에 불과, 명품 구입보다는 ‘소액다건식 나눠주기(?) 인상이 짙게 풍기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전북도립미술관 김병연 학예연구사는 “전북도립미술관은 개관 이래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질 높은 작품을 수집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며 "구입 방법의 다양성은 예산상의 문제, 선택과 집중의 문제 등의 숙제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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