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7일, 그날의 벅찬 감동이 잊혀져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판소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우리 문화의 정수로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된 뜻깊은 날이다.
부채 한 자루만 쥐면 세계 어디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소리의 고장 전북.
그러나 이날을 널리 알리기 위한 기념식이 전무한데다가 남원 판소리대학 설치를 포함, 당시 봇물처럼 쏟아낸 각종 구상들이 구두선으로 그쳐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성 소리꾼이 급감하는 등 동편제를 살리기 위한 대안 모색 등 중장기 계획이 전무함은 물론 판소리의 선점 효과가 큼에도 불구, 뒷짐을 진 채 정작 기념일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립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 등 각종 국악 관련 기관의 공연장을 클릭해보니 어느 곳 하나 판소리 세계무형유산 선정 5년을 기념하는 문구는 물론 관련 행사를 하는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전북도청 등 관계 당국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기념일이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이미 오래임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된 판소리의 기념일을 적극 활용해야 함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반면 서울 국립국악원 예원당에서는 7일 오후 7시 30분부터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선정 기념 공연이 열린다.
국립국악원이 주최하고, 국악방송, 사)강릉단오제보존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드러나 강릉의 기념일 활용과는 사뭇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남원은 춘향전의 고장이다. 남원시는 9일까지 춘향테마파크에서 ‘관광객과 함께 숙종시대속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통문화 페스티벌을 갖는다.
전통문화 페스티벌은 영원한 한국의 고전문학 춘향전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글쓰기, 활쏘기를 뽐내는 과거 시험, 엽전 체험, 마당극 ‘춘향전’ 체험, 장구로 배우는 민요체험, 옥사정 퍼포먼스, 전통의복 입고 나들이, 프린지 음악축제 등의 다양한 예술 공연과 풍성한 전통문화체험을 마련하고 있다.
내방하는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떡메치기, 튀밥튀기, 월매 막걸리 체험, 장인 줄타기, 민속장터마당, 과거시험 장원 퍼레이드도 상시 운영되므로 관광객들은 전통문화를 만끽하고 덤으로 주어지는 이벤트가 열려 뜻 깊은 나들이가 되고 있다.
판소리 세계무형유산 선정 기념 행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판소리를 선점하기 위한 지역별 노력은 이미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먼저, 선점 제8회를 마친 상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소리’를 문화자본으로 특화시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2001년도부터 출발한 전북의 대표 축제인 셈.
특히 지난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해외 홍보 개선 방안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유장관은 “내년에도 소리축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소리축제가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세계화하는데 해외 홍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북도의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전주만의 축제로 고착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존, 고창, 남원 등 지역특성을 충분히 수용, 소리축제가 명실공히 광역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배승철 도의원(익산1선거구, 문화관광건설위원)의 주장이다.
지난달 25-26일 전남 보성군에서는 제11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가 열렸다. 세계인의 소리, 판소리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등록 5주년을 기념하고 전통예술 인재 발굴과 판소리의 명맥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보성실내체육관과 서편제보성소리전수관, 정응민생가 등에서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알차게 치러진 가운데 16만 여명의 인파가 다녀가 성황을 이뤘다.
부천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제1회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를 가졌다.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는 판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무형 문화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무형문화재 전반을 소개해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다양한 세계문화유산을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축제이자 학습의 장으로 기초를 다진 첫 번째 엑스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승철 도의원은 “판소리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나름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 게 현실같다”며 “행정 당국, 예술인, 도민들이 서로 호흡을 같이 때 판소리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는 무형유산으로 자리매김을 할”것이다고 말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이종근의 행복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사 최고의 편액 귀로재 전시 (0) | 2010.01.11 |
---|---|
한옥마을 학인당 추사 편액 무사귀환 (0) | 2009.05.04 |
도립미술관 한 차례 공고도 없이 작품 샀다 (0) | 2008.04.06 |
진안안천 폐광산 박쥐 수천 여 마리 발견 (0) | 2008.03.23 |
낯부끄러운 전주시 강암서예관 운영 (0) | 2008.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