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 안천면 노성리 금굴(폐광산)서 붉은빛을 띈 박쥐 수천 여 마리가 무더기로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무렵, 국도 39호선에서 군도 19호선 변에 위치한 도로에서 1백여 미터 정도의 경사지를 거슬러 오르자 물로 흥건한 광산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통 어른 무릎에서 어깨 높이까지 물이 차 있는 폐광 입구.
이 금굴 내부는 깊이 150미터의 수평굴과 15미터의 수직굴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에 접근에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굴 전면부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등 내부 진입에 상당히 어려움이 뒤따랐다.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도룡농과 가재가 일행을 맞이하더니만, 잠시 후 미끈미끈하고 동그란 물풍선같은 속에 까만 점이 있는 개구리 알을 뒤로 한 채 어두운 갱도를 따라 100m쯤 들어가자 잠을 자고 있는 박쥐들이 눈에 띄였다.
비단, 한두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닌, 여러 곳에서 무리를 지어 있는 등 대부분의 박쥐들이 붉은빛을 간직한 채 빽빽하게 무리지어 동면을 취하고 있었다.
줄잡아 거꾸로 매달린 박쥐들은 수천 여 마리.
'첨벙첨벙' 장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소리 등 인기척에 아랑곳 않고 곤히 잠을 자고 있었던 것.
이처럼 진안지역에서 많은 양의 박쥐 서식처가 발견,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습한 내부 환경은 박쥐의 먹이인 모기 유충 등 서식에 적합하여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금굴은 환경적으로도 이미 '폐관에 따른 수질 및 토양오염 조사' 결과, 안전한 것으로 판정됐으며, 현재 금굴의 소유주가 이 굴 안쪽의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는 등 박쥐가 생존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것이란 판단이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보이는 이 폐광에서 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몇몇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다가 최근 들어 진안군이 '주천 금굴(폐광산) 자원 활용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전북대학교(책임연구원 채병선 건축도시공학부 교수)에 의뢰하면서부터.
이곳 안천면 노성리 노채마을 인근에는 6곳, 주천면 봉소리 일원에 1개 등 모두 금굴 7곳이 있는 곳으로 확인, 현재 활용되고 있는 '마이산 머루 와인 금굴 자연 숙성고'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 박쥐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쥐가 집단서식하고 있는 진안 일대 금굴의 정확한 서식 실태 조사와 함께 이에 따른 보존 관리 방안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쥐 서식 환경의 보전과 교육을 위한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은 물론 향후 박쥐의 안전한 관찰을 위한 시설의 정비가 이뤄진다면 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어 보인다.
전북대학교 채병선교수는 "이들 박쥐는 황금박쥐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서식지 조사 등 좀더 구체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금굴의 경사지는 계단식으로 조성하여 부분적으로는 약초를 재배하고 있으나 접근이 불리한 상태로, 향후 접근로 확보를 위한 정비가 수반될 경우, 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천연기념물 제452호 붉은 박쥐(오렌지윗수염박쥐)는 2005년 3월 17일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며, 최근 고창군 상하면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글=전민일보 이종근기자, 사진=전민일보 백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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