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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문인화가 하수정씨 13회 개인전

문자가 해체되고 남은 선(線)들이 일필휘지의 기운을 담고 날렵하게 움직인다. 그 선들은 동양적 미의식을 드러내는 사이, 때론 추상의 형상을 이루기도 하며, 때론 보이는 형상으로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이상의 글 작업, 먹이 생명력으로 둔갑해 교향곡같이 이뤄지는 미술세계, 그 너머엔 기품있는 한국인의 정신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기(氣), 골(骨), 육(肉), 혈(血)이 꿈틀대는 먹빛 교향악’.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흔히 사람에 비유되기 때문. 사람과 같이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성이 반드시 필획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 곧 정신(神), 기운(氣)은 물론 골(骨)과 육(肉), 혈(血)이 생동하는 바 이지만 결코 쉽게 이뤄질 일은 아니다.
 문인화가 하수정(한국문인화 협회 전북지부장)씨가 14일(초대 오후 6시 운암 오스하우스)부터 7월 17일까지 운암 오스하우스와 롯데백화점 전주점 오스갤러리에서 열세번째 작품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9월 미국 LA와 뉴욕전 앞두고 마련한 자리로, 자상한 붓 놀림을 통한 은근한 미학이 선보이는 그림 마당이다. 무엇보다도 50여 년 동안 거침없는 활동을 해온 작가의 치열한 감수성과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천연염색을 적재적소에 사용, 동양적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고 있는 듯. 때문에 재료적 기법을 확대한 작품, 새로운 이미지를 시도한 작품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작품들마다 고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 것인가 하는 작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화선지가 아닌 광목에 천연 염색, 캔버스지에 유채, 수묵, 목공단에 감물, 댓잎 염색 등 혼합재료를 사용한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은 참신한 발상과 함께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미새’, ‘나비에게도 좋은 색이 있다’, ‘초록물이 떨어지듯’, ‘어두움이 짙어질 때’ 등 작품은 고달픈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솟구치는 생명력의 기쁨을 순수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어쩐지 애잔하고 숱한 사연의 덩어리인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는 듯한 느낌 바로 그 자체. 외로운 저 새 한 마리, 어디로 둥지를 틀 것인가.
 “문인화는 화선지에만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10여 년 전부터 천연염색을 하면서 어떻게 작품으로 형상화를 할까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단청 또는 민화를 연상케하는 원색적이고 강렬한 채색을 응용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과감한 화면의 분할과 단순해진 붓의 터치 등 신선하고도 한없이 섬세한 작품들은 크게 보면, 전통적인 소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는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작가는 퓨전적 의미라고 말함)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
 전주출신으로 고조부인 성파 하동주선생의 맥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작가는 강암 송성룡 선생 문하에 입문했으며, 유재식 전 전북대교수로부터 한학을 수학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전(금문부문 특선 1회 입선 8회)과 전북도전(동상 2회수상, 은상1회 수상) 등을 거쳐 전라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서예부문), 대한민국 서예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우석대학교 평생교육원(서예문인화) 교수로, 한국미술협회, 서예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전주교육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