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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변경환씨, 2006 대한민국 대한명인전 출품

염천(炎天)의 무더위와 함께 다가온 장마. 축축한 습기가 대지를 휘감아도 창작의 열기 앞에선 맥없이 무너진다. 땀을 잊은 문화의 현장에서 청량한 기운을 선사하는 문화인들과 매주 1회씩 만남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이틀 후면 초복. 장마가 오락가락하면서 전국이 덥고 습한 ‘찜통 날씨’, 특히 열대야현상으로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은 저만치 멀찌감치 가고, 시나브로 찾아온 새벽. 무더위를 사르는 명인 변경환씨(57. 대한명인 제05-24호, 전주 기린산방 대표)는 ‘즐거운 전쟁’ 전통문화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가치롭다고.
 “국내 최대 규모의 2006 대한민국 대한명인전을 생각하자니 꼭두새벽에 일어날 수 밖에요. 내노라하는 전국의 명인 1백 여 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주, 더 나아가 전북의 배첩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올 여름은 저에게 있어 진정코 소중한, 아니 잊을 수 없는 많은 의미들을 가져다 줄 것 같습니다.”
 오는 8월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국제전시장(KINTEX) 5홀(3호선 대화역, 경기도 고양시 소재)에서 열리는 ‘2006 대한민국 대한명인전(2006 Culture & Arts Festival)’은 ‘만년의 민족혼, 새로운 열림’ 을 부제로 개최, 3천2백 여 평의 공간에 1백 여 개에 이르는 각 문화,예술분야를 망라한 전국의 문화예술인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 전시, 공연, 시연, 체험 학습, 강연을 통해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사)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회장 박영훈, 순창군 팔덕면 장안리)가 주최하고 (사)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 유디 코리아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대한명인’으로 발굴, 추대한 각 분야의 명인들이 참여,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기량과 작품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나온 삶 자체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될 터.
 변명인은 장수군 산서면 출신으로 1964년 다가산방(현 전주 서울소바 부근)의 서재일씨가 서울 견지동으로 옮겨 일을 할 때 표구에 입문, 서울 백합표구사(대표 윤명호), 세종표구사(대표 이의균) 등으로부터 꼼꼼하게 일을 배우는 등 올해로 배첩 4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북에선 변명장 외에 문옥례(전통식품, 순창고추장), 홍춘수(전통한지), 소병진(소목 전주장), 선동철(창호), 방화선(태극선), 엄재수(합죽선), 소병순(서예), 황영숙(한지공예), 박강용(칠장, 정제), 추용근(오동상감연죽), 강동렬(가야금병창) 명인 등 11명이 출품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천인천자문’을 포함, 오백나한상(길이 56미터), 광개토대왕비 등과 같은 대작과 그동안 작업한 황산대첩비, 채용신상, 황희상 등 문화재급 배첩 작품들도 일부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런데 정말 미치겠네요. 흐르는 땀방울을 차마 주체할 수 없네요.”
 배첩을 위해 만들어놓은 작업대 위에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똑똑똑’ 떨어지는 땀에, 이에 질세라 살결에 잇달아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리고 흠뻑 젖은 복장.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이 여름과의 싸움은 끝도 끝도 없을 터. 변명장의 살아 숨쉬는 배첩의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탁월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지금, 등에서는 땀방울이 빗방울처럼 마구 흘러내리고 있지만, 방심은 절대로 금물. 자로 잰 듯 종이를 잘라야 하고, 작품에 맞춰서 표구를 해야 하는 사투. 표구를 작품에 옷을 입히는 일로 평가받는 진정한 연유다.
 “저는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배접용 비단을 꼭 사옵니다. 가격의 여부를 떠나 작품에 맞출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를 구입해놓는 것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몇해 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전시를 위해 ‘백납병’ 작업을 한 바 있습니다. 작품의 특성에 맞춘 배치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작품보다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일례로, 32폭의 ‘백납병’ 전부를 순지한지로 초배, 제작했습니다. 옛 선조들의 병풍을 뜯어보면 병풍의 가장 안쪽에는 요즘의 병풍에는 잘 쓰이지 않는 순지한지가 초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순지한지로 초배를 해놓으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병풍이 썩거나 상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199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황산대첩비문(본보 2005년 12월 26일 1면 머릿 기사)을 포함, 전주시 강암서예관의 한석봉, 이삼만, 오세창 등의 작업 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전 성균관대학교 부총장 조동원씨가 20년 여 년에 걸쳐 정리한 ‘학국금석문대계(韓國金石文大系, 모두 7권, 원광대학교 출판국 발행)’의 국보, 보물들도 모두 그의 손끝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시대에 만든 표구를 뜯어본 적이 많습니다. 이상한 종이로 만든 작품은 바삭바삭해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전주한지는 그대로 였습니다. 비단은 오백 년을 가지만 종이는 천년을 간다는 ‘견오백 지천년(絹五百 紙千年)’이라는 말이 맞는 대목입니다. 오늘도, 서양 종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따뜻함과 은은함이 흐르는 전주한지와의 만남을 통해 찬연한 전통의 맥을 잇는 작은 고임돌이 되고 싶습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