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명물 ‘수원백씨 효자문(완산구 고사동 1가 420-2번지, 일명 수원백씨 효자비)’가 전주시민들과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각종 쓰레기들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비각 앞에 음식물류 폐기물 전용수거 용기가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 당국의 경고문이 버젓이 부착, 백규방,백진석 부자와 백행량,백응만 부자의 4대 효심을 무색케 하고 있다.
백규방은 아버지가 병으로 신음하자 극진한 병간호로 천수를 누리게 하여 ‘가선대부 호조참판’을, 그의 아들 백진석은 부친이 중병으로 신음하자 한겨울에 얼음을 깨어 잉어를 잡아다 복용케 함은 물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여 ‘가의대부 중추부사 내부협판’을 각각 제수받은 효자.
효자 백행량, 백응만 부자 역시 효심이 지극하여 부모가 돌아가시자 시묘살이를 하는 등 충,효,열의 근본을 세운 인물들이다.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 9일 오후 3시 무렵. 음식물류 전용 수거 용기에선 파리들이 들끓고 있었으며, 그 바로 옆엔 양심을 상실한 듯 비규격 봉투의 일반 쓰레기들이 넘쳐 남은 물론 간장통, 깨진 유리, 나무통 등이 제멋대로 놓여있었다.
취재 도중에도 거리낌 없이 쌓이는 각종 쓰레기들은 도무지 끝간 데 없었다. 효자비 안쪽을 바라보아도 사정은 마찬 가지. 담배꽁초와 라이터, 일회용 컵, 종이 등 일반 쓰레기들이 봄바람과 함께 이리흔들 저리흔들 요동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 데도 당국의 관계자들이 나와 단속을 하는 모습도, 수원백씨 문중의 인사가 제지하는 광경은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는 취재 과정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효자비 정중앙 앞에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주차금지 팻말하며, ‘수원백씨 효자비’ 안내문 바로 옆엔 개방 화장실 팻말 등 거슬리는 주변 풍경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게다가 3개의 정려각 중 하나가 기왓장 일부가 사라진 채 빨간 흙을 드러낸 모습이다. 수시로 이곳 앞을 임시 주차장처럼 쓰고 있는 일부 얌체 운전자들의 비뚤어진 교통의식도 전주의 명물을 가리우는 방해자들이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효자 정려각이 내려진 연대가 기록마다 서로 달라 전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수원백씨 효자비’ 안내문엔 백규방(白奎邦) 효자 정려각은 1872년, 백진석(白晋錫) 효자 정려각은 1908년, 백행량(白行良), 백응만(白應晩) 효자 정려각은 1871년과 1905년에 각각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기록됐지만 ‘한국지명총람의 전북편(한글학회 1981년 발간)’엔 1785년, 1905년, 1788년, 1784년으로 각각 적혀 있다.
‘전주 한옥마을(http://hanok.jeonju.go.kr)’ 사이트는 ‘백규방 효자 정려각은 1872년, 백진석은 1908년, 백행량, 백응만 효자 정려각은 1871년과 1905년에 각각 건립됐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전북의 정려,충효열비(전라북도,전북향토문화연구회 2000년 발간)’엔 1872년, 1905년, 1875년, 1871년으로 정려한 것으로 기록이 서로 맞지 않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http://hanok.jeonju.go.kr)’ 사이트는 백진석을 백진성으로 기록하는 등 오,탈자가 한두 개에 그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수원백씨 효자비’의 연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바 없으며,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차원으로 다뤄지지 않았음을 증거, 정신문화를 소홀하게 다루는 전주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오늘이다.
실제로, ‘백규방효자비’는 서체가 뛰어나고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 탁본이 소장되어 있으며, 탁본 연대는 1970년대로 추정되고 있다.
효자비 바로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곳은 일년 내내 전주시민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로 인해 청결할 틈이 전혀 없다.”며 “4대째 효행을 한 기록은 한 고을의 모범 차원을 뛰어 넘어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도 남는 만큼 다른 장소로 이전을 해서 정식적 가치로 활용되거나, 또는 문중과 관계 당국이 책임을 지고 제대로 관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전민일보 이종근, 사진=백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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