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릉 채만식(1902-1950)의 장편 ‘아름다운 새벽’이 ‘친일소설’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친일문학연구가이자 국문학자인
김재용(원광대)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해 ‘1942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원본 ‘아름다운 새벽’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친일적 요소들이 해방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완전 삭제됐다.’고 주장했다고 ‘컬쳐뉴스’가 소개했다.
채만식의 친일소설로 새롭게 밝혀진
‘아름다운 새벽’은 일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1942년 2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연재했던 작품. 소설을 쓰다가 그만두고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짓던 임준이 조혼한 아내와 새로 사귄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는 이 작품은 1947년 박문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이 나왔으며, 1987년 창작사(현 ‘창비’의 전신)에서 낸 채만식 전집(전10권) 중 제4권에 다른 두 장편과 함께 실린 바
있다.
‘아름다운 새벽’의 신문 연재분과 단행본을 대조한 김교수에 따르면 ‘지금은 조선 사람 스스로가 누가 해라 마라 하기를
기다릴 여부도 없이 자진하여 실질적으로 ‘니본징’(일본인)이 되는 노력을 피가 나도록 하지 않아서는 안니된다.(중간 생략) 그리하여야만
조선사람으로서의 ‘니본징’의 도리를 다함이려니와 동시에 ‘니본징’으로서의 조선사람인 진정한 행복도 누리게 될 것이다.‘와 같은 친일 성격의
대목이 포함된 연재 9회분에서부터 11회분까지가 박문사판 단행본과 창작사판 전집에 모두 빠져있다는 것.
연재 원본에는 임준이
일본 유학 시절 친구인 태평과 어릴 적 고향 친구인 일본인 이치로 등이 대동아전쟁의 취지에 공감해서 차례로 전쟁에 지원하고, 이어 임준 역시
전쟁 참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단행본에는 이같은 내용은 삭제되고 연재 전반부인 조혼을 둘러싼 갈등만 부각돼 있다는 게
김교수의 주장.
또, 연재본 마지막회(제145회)에서 임준이 자신의 우유부단한 처진 때문에 차례로 숨을 거둔 본부인 서씨와 둘째
부인 용순에 대한 속죄를 언급하면서 ‘부처님 앞에 이 손을 합장하구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서 여생을 마치던지 혹은 전지(戰地) 가서 이 손으로
조그만헌 공이라두 세워 속죄를 하든지…”라고 밝힌 부분이나, 제140호에서 ‘황군의 빛나는 전과’, ‘글자 그대로 연전연승 동방에 뿌리 박혔던
미영의 낡은 세력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으면서’와 같은 구절들이 등장하지만 단행본에는 누락되어 있다고 김교수는 밝혔다.
김교수는
“채만식 문학에서의 친일적 성격은 노골적, 구호적이라기보다는 등장 인물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친일의 내면화 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정리한다는 점에서도 ‘매일신보’와 같은 일차 자료를 좀 더 접근하기 쉽게 복원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기돈 문학평론가도 “친일문학 연구에서 단순히 친일을 했나, 안 했나의 문제를 떠나 좀더 발전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일차 자료에 대한 조사와 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김재용교수가 밝혀낸 자료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자료가 좀 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친일자료 확인을 넘어서 작품 전체에 깔린 당시 채만식의 사상이나 사유구조가 해방 이후
어떻게 변해갔는가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원식(인하대)교수는 “채만식은 해방 이후 스스로 친일을 인정한 최초의 작가”라며 “친일 연구에 있어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좋지만 채만식이
적극적인 친일을 했거나 내면화된 친일을 했다는 판단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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