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를 전주서 연극으로 만난다.
최근 영화 ‘왕의 남자’로 제작되어 더욱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연극 ‘이(爾). ‘살인의 추억’,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때 떠나라’ 등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차례로 선보이며 관객과 평론 모두에게 인정을 받음은 물론 영화 ‘올드보이’를 연극으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공연, 영화계의 새로운 트렌드 ‘연극과 영화의 만남’이 전주에서 성사된다.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공연되고 있는 화제의 연극 ‘이’가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28일 오후 7시, 3월 1일 오후 3시, 오후 7시 등 세 차례에 걸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이’는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2001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등 연극계의 굵직한 상을 휩쓴 화제의 연극으로 최근 연극 뿐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도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작품.
연산군에게 낙점되어 웃음을 바쳐가며 가장 낮은 신분인 천민에서부터 희락원 종4품이라는 지위까지 오른 궁중 코미디언 ‘공길’의 이야기가 바로 연극 ‘이’. ‘이’란 조선조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극중에서 연산군이 자신이 아끼는 궁중광대 공길을 부르는 호칭.
온갖 천대와 멸시에도 누구보다 떳떳했던 궁중 광대들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음모,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왕과의 애틋하고 미묘한 관계를 재밌게 다룬 연극 ‘이’가 한판 놀음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왕을 매료시킬만큼 탁월했던 광대들의 신명 나는 공연과 그 이면의 섬뜩한 비애. 조선시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광대들의 자유와 신명. 그들의 공연은 유쾌하고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왕을 웃기지 못하면 죽어야 했던,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공연했던 궁중광대들의 모습을 통해 개그맨으로서의 삶, ‘우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만드는 명작이란 평가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과는 달리, 공길의 절친한 동료이자 또 다른 남색 파트너인 광대 ‘장생(감우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운명을 그렸다. 내성적이고 아름다운 광대로 권력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권력화 되어가는 ‘공길’의 모습을 다룬 연극인 셈.
연극 ‘이’는 두 가지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연산이 광대 중에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것. 여기서 ‘동성애’란 설정은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니다.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나가는 극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한편 연산군이 좋아했다는 ‘광대극’은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장치이다. 긴장과 이완을 넘나드는 극적효과는 바로 이 두 가지의 기발한 극적설정에서 비롯된 것.
특히 연극 ‘이’는 말장난, 성대모사, 흉내내기,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이용해 시정을 풍자하고 정치적 비리를 고발했던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소학지희’를 통해 극의 갈등과 인물 관계를 전개, 말로 웃기는 놀이로 오늘날의 ‘개그 콘서트’라 할 수 있다. ‘이'에서 공길이 소학지희를 통해 윤지상의 비리를 고발한 것과 같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행태나 풍속의 부정적인 면을 왕에게 우회적으로 보고하는 수단이었으며, 왕은 이를 토대로 시정을 명령했던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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