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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거리11> 전주 남부시장 앞 임실생구이 바지락탕

<먹거리11> 전주 남부시장 앞 임실생구이 바지락탕

남부시장 앞 임실생구이는 전주 막걸리집 가운데 유일하게 빠에서 술을 마시는 자리가 있다.

사장님이 바지락 국물, 노각(오이), 칠개 조림, 삭힌 홍어, 떡과 빵, 그리고 한과(오꼬시 즉 강정)를 가져온다.

푸른 바다가 밀려간 자리에 황금빛 회색 융단이 드넓게 펼쳐진다.

바지락은 갯벌을 긁어야 나온다. 바지락은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 덩어리를 감싸는 피부쯤에 모여 산다. 바다와 육지가 교합하는 지점이라서 딱히 피부에 비유하기도 적당치 않다. 물기와 소금기가 상존하는 찐득찐득한 갯벌인데 인체에 비유하면 어디쯤이라고 부를지 애매하다. 

재밌는 건 바지락을 파내거나 캐낸다고 하지 않고 '긁는다'고 표현했다. 사람이 피부를 긁으면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는 미생물처럼 전라도 주민들은 지구의 피부를 긁어 떨어지는 바지락에 의지해 삶을 영위했다. 자연이 베푸는 혜택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겸손한 채취 행위, 긁어서 나오는 지구 부스러기가 바지락이었고 그 조갯살이었다.

온 가족이 물때 맞춰 갯벌에 나가 긁어모은 바지락이 수북하게 쌓이면 날이 저물었다. 남폿불 피워 환하게 밝힌 마당에 둘러앉아 조개칼로 껍질에서 살을 발라내는 조개까기는 경연대회장을 방불했다. 

날씨가 선선하면 조개무지 위에 모여 이웃들과 조개까기 속도전도 벌였다.

바지락은 특유의 단맛과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조개 중 하나이다. 또한 가장 많이 나고 자주 접하는 조개인 만큼 바지락을 활용한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바지락은 조개 중 가장 시원한 맛을 지니고 있어 국물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일품인 바지락을 더욱 맛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해장 음식으로서 바지락은 바닥을 치고 올라오게 만드는 기력을 준다. 

장을 풀어주는 속풀이 국물로도 그만이고 해롱해롱한 취기를 벗어나 해정(解酊)하도록 돕는다.

 '딱 한 잔만 더'를 외치다가 바닥을 본 이들이 몰려가는 식당 메뉴엔 바지락이 빠지지 않는다. 콩나물과 만나 속을 달래는 해장국이 되기도 하고 국수 가락과 만나 국물 시원한 칼국수가 된다.

바지락 홀로도 충분해서 조개류를 대표하는 안주용 조개탕 중 최상급이다. 대폿집 메뉴판에 바지락탕이라고 써 붙이기도 하지만 조개탕이라고 써 붙여 놓고 바지락탕을 내주는 집이 꽤 많다.

조개류 국물 안주를 대표하는 선수가 바지락탕이다. 느끼한 고기류에 지친 혀에 미감을 회복해 주고 비릿한 생선류에 물릴 때쯤 입맛을 씻어 내어 맛을 되돌린다. 술을 부르는 안주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술을 달래는 안주로는 바지락만한 이가 없다.

청정 갯벌에서 자란 위도 바지락은 까만 껍질과 유난히 통통한 속살이 특징이라고 한다.
씹을수록 감칠맛이나 초무침과 젓갈, 전, 탕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 쓰인다.

전북 위도를 방문한 이순신장군이 바지락 맛을 본 뒤 "천하 일미"라고 극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위도 해양문화유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 위도를 방문한 기록이 나온다.

"1597년 9월 20일 명랑해 전투를 마치고 새벽에 떠나 고참도(위도)에 이르렀더니 해가 저물어 그곳에 머물러 잤다"고 적혀 있다.

당시 위도 주민들은 충무공에게 바지락과 전복, 굴죽과 굴젓을 대접했는데 충무공이 그 맛의 뛰어남을 인정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바지락은 요리 재료로도 쓰임새가 많다.
바지락탕, 바지락칼국수, 바지락 전, 바지락무침 등이 있다. 위도에서는 바지락 전을 돼지고기 대신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바지락은 4월이 가장 맛있다지만, 바지락 칼국수를 해 먹기에는 찬 바람 부는 겨울이 좋다.

 바지락으로 낸 깊은 맛의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하고, 쫄깃한 면발이 들어가 금세 배를 부르게 한다.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추를 숭덩숭덩 잘라 넣고, 큼지막한 김치 한 점을 올려 먹으면 별미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