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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거리 8> 전주 풍남동 길목집 소고기미역국, 머윗대

<먹거리 8> 전주 풍남동 길목집 소고기미역국, 머윗대

미역국을 데워 국그릇에 담고, 찬으로 김치를 곁들였다. 
단출한 술상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봄이라지만 꽤 쌀쌀한 아침, 빈속을 뜨끈하게 채우기에 더없이 좋은 한 끼였다. 
전주 풍남동 길목집에서 숟가락을 들어 쇠고기 미역국을 한 입을 떠먹는다. 
깊고 구수한 국물에 입맛이 절로 돌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소처럼 큼직하게 썰린 소고기 대신 이유식 재료처럼 잘게 다져진 소고기가 눈에 띄었다.
국그릇을 들어 남은 국물을 들이켰다. 왠지 엄마의 마음 같아 한 방울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미역국은 진리다. 단순한 미역국도, 된장 풀어 끓인 미역국도, 가자미를 넣어도, 옥돔이 들어가도, 조개류가 들어가도, 들깨를 갈아 넣어도 ...... 그냥 미역국은 진리 그 자체다. 
그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몸값이 비싼 미역국이 소고기미역국이다. 
예로부터 젖먹이는 산모에게 가장 많이 끓여 먹이던 미역국이 소고기미역국이다. 지역에 흔한 생선이나 패류들을 넣어 끓여서 산모에게 먹이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산후에 먹는 미역국은 소고기미역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요즘처럼 몸도 마음도 헛헛할 때, 뜨끈한 국물만큼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소고기미역국, 머윗대, 삶은 고구마와 감자와 함께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다. 물국수 맛도 기가 막히게 좋다.
"아! 누님이 끓여준 미역국에 흰밥 말아서 김치랑 먹고 싶다.
오늘따라 얼굴빛이 유달리 곱다. 길목집 누님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