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 장수 녹반석 벼루 장인
‘장수 녹반석 벼루장’이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신규종목으로 지난 7일 자로 지정 예고됐다. 도 무형유산위원회로부터 ▲전통벼루 공예기법을 전승하고 보존하고 있다는 점 ▲벼루의 원석인 ‘녹반석’ 산지가 장수 침령산성, 번암면 등지에서 확인돼 도 무형유산으로 지정하게 됐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울산 벼루장, 충남 보령 남포 벼루제작, 충북 자석 벼루장, 경기도 벼루장에 이은 5번째 벼루장으로 종목을 인정받았다.
오래 전, 장수에서는 ‘녹반석(綠斑石)’이라는 돌로 벼루를 만들었다. 초록색 돌 속에 다른 성분의 점이 박혀 있어 ‘녹반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담금질을 마친 쇠라면 자귀(짜구)로도 가공이 가능할 정도로 비교적 무른 돌이며 점처럼 박힌 다른 돌 성분으로 인해 정밀조각이 어려우나 먹이 잘 갈리고 물이 마르지 않는다. 연마 후에는 검은색 기운을 띠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일반적인 벼루와는 색과 성질이 다르다.
'산고수장(山高水長)' '장강수청(長江水淸)'의 고장이 전북특별자치도 장수(長水)다. 높고 수려한 산세와 굽이굽이 휘도는 물길이 길게 이어져 있는 고장이다. 장수(長水)라는 군 지명을 비롯, 6개 읍면 가운데 5곳의 지명에 물을 의미하는 수(水)와 계(溪), 천(川)이 들어간다. 산은 높고 골이 깊어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백제시대의 장수는 ‘백이군(伯伊郡)’또는 ‘백해군(伯海郡)’이라 하였다. 물, 바다의 어른이라는 뜻이다. 장수는 예전부터 산이 깊고 금강, 섬진강, 낙동강의 발원이 되는 지역이라서 오지였다. 하지만 산림자원이 풍부하지만 아픈 역사도 있다. 장수지역에는 광물이 많은데 일제강점기 시절, 수은을 캐기 위해 광산에 들어가 작업을 했던 광부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일찍 세상을 등져야 했고, 많은 자원을 수탈당했다. 지금은 문 닫은 광산이 많지만, 차돌, 곱돌이 특히 많이 채굴됐다. 장수에서 녹반석 벼루를 만들고 있는 대표 주자가 고태봉선생이다.
그는 장수에 터를 잡고 벼루를 만들면서 녹반석을 찾아내기 위해 수소문을 한 결과 곱돌로 벼루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였고 실지로 벼루 뚜껑으로 보이는 돌판을 구하기도 했다. 녹반석은 중간중간에 점이 박혀 있어 고르고 정밀한 선을 새기는 것이 어렵지만 오히려 투박하고 단아한 문양을 새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연마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녹반석은 물을 묻힐 때 초록색이 선명하지만, 연마할수록 빛이 나면서 초록색이 엷어지고 검은빛을 띠게 된다.
장수 녹반석 벼루(상하)
공주 무령왕릉 석수(국보 제126호)와 지석(국보 제163호), 완주 갈동 동검동과 거푸집(보물 제2033호)의 재질이 각섬석암 이른 바 '장수산 곱돌'로 분석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이 펴낸 '무령왕릉 신(新)보고서'에 따르면 석수와 지석 재질은 화성암의 일종인 각섬석암으로 동일하다. 각섬석암은 공주 일대에는 산지가 없고, 전북 장수에서 많이 나온다고 적시했다. 이른바 '곱돌'이라고 하는 돌이 각섬석암이다. 장수 인근인 남원 아영면에서도 각섬석암이 산출된다. 이 보고서는 공주에서 100㎞ 이상 떨어진 장수나 남원에서 돌을 조달해 석수와 지석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완주 갈동 동검동과 거푸집(보물 제2033호)은 우리나라 청동기문화와 주조 기술을 이해하는데 아주 귀중한 자료이다. 이 거푸집의 석질은 각섬석암으로 분석됐으며, 장수군 일대에서 산출된 석재로 추정됐다.
이 지역의 각섬석암은 현재까지도 채석되어 석제 식기제품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주변에는 이들의 가공공장이 분포하고 있다. 과거 장수에 귀양을 간 전 금부도사 최재민이 곱돌을 숙종에게 진상했고, 곱돌 판에 구운 고기 맛에 감탄한 숙종은 그의 죄를 사면해 주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신라의 중심 월성과 황룡사지 등지에서도 곱돌 조각 등이 자주 출토된다. 조선조에 실록을 보면 돌솥 요리가 왕의 수랏상에 올랐으며, 곱돌은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기록이 보일 정도로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음에 틀림없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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