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흉기 난동이 잇따를 당시 온라인으로 흉악 범죄를 예고해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의 10% 정도가 구속됐다. 일반 협박 범죄 피의자 구속 비율의 열 배가 넘는 수치였는데, 공권력을 향한 흉악 범죄 예고가 다시 반복되는 지금 경찰은 다시 한 번 엄정 대처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살해하겠다거나 탄핵 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를 불태우겠다는 등 최근 인터넷에는 선을 넘은 협박 글이 잇따르고 있다. 비상계엄 수사와 탄핵심판이 주요 분기점을 지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는데, 유행처럼 번지는 이 같은 상황이 낯설지 않는다.
‘공권력(公權力, Governmental Authority(Power)’은 권력의 한 형태로 공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권력을 의미한다. 즉,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공적 기관인 것으로 국가 내부에선 국가의 공권력이 최고의 권력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실화가 기반이다.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정원섭 목사는 별세했다. 정목사는 누명을 쓰고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1972년 9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한 논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역전파출소장의 아홉 살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다. 만화방을 운영하던 소시민이던 그에게 난데없이 떨어진 비극이다.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고, 내무부 장관은 “열흘 내로 범인을 검거하지 않으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며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피해자가 만화방에 간다며 외출한 점과 피해자의 옷 주머니에서 만화방 TV 시청표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정 목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수사과정에서 정 목사는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시한부 검거령 마지막 날 “정씨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발표했다. 밤낮없는 고문 끝에 거짓자백을 받아냈다. 정 목사가 누명을 벗은 건 일흔의 나이가 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법원 재심을 거쳐서다. 영화 속 지나치게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설정과 어처구니없는 전개는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17일 밤,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며 범죄를 암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같은 커뮤니티에는 헌법재판소 도면과 함께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수십 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유사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범죄 예고 글의 경우 실제로 위해를 가할 의도나 계획이 없더라도 협박죄 등으로 처벌 가능하다.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협박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권력에 대한 협박과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까닭이다. 우리에 현실에서 법은 불공평하고 공권력은 부당했다. 대중이 ‘7번방의 선물’에 환호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영화 속에서 위로받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의 공권력은 살아있는가./이종근(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