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며 ”호수 위에 달그림자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했지만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결과론을 근거로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자신의 내란 혐의를 에둘러 부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증인신문 뒤 “이번 사건을 보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직설 화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 또 자주 격노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비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썼기 때문에 좀 화제가 됐다. 또 자주 사용하지 않는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서 그 출처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1988년 일본 닛케이 신문의 경제 칼럼에서다. 그 칼럼의 앞부분은 1937년 도쿄 지방 재판소의 주식 조작 혐의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주식 가격의 정상적인 시세를 확정하려는 것은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물속에서 달그림자를 움켜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는 하나의 주관적인 시도로서 어쩌면 허용될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게 90년 전. 그러니까 일제 강점기 당시의 판결문이기 때문에 좀 이해하는 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문어체가 있는데. 한마디로 얘기하면 주가 조작 혐의가 무죄다, 무혐의다. 이런 얘기다.
당시의 사건이 뭐였냐면 일제의 고위직들이 주가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해서 무더기로 기소가 됐다. 그런데 고문을 해서 허위 자백을 받거나 증거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결국에는 대부분 다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결국에는 일본의 일제 사법부가 신뢰를 받게 되는 사건이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2024년 지난해 일본의 NHK에서도 이 사건을 드라마화했는데 상당히 인기를 얻었다. 당시 그 판사가 이렇게 얘기를 한다.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대사를 실제로 이야기 한다.
칼럼를 보시보면 이런 문구가 또 있다. 물속의 달그림자를 움켜쥐려는 것이라는 표현은 피의자의 무죄 판결을 전하는 신문 기사들의 헤드라인으로 자주 사용된다고 적혀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아까 보셨던 일본 드라마를 봤는지 또는 이 칼럼이나 판결문을 직접 구해서 읽었는지 아니면 또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지금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두고 이런 표현을 역사 속에서 끄집어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다만 일본과 달리 국회 탄핵소추단은 증거를 조작하거나 고문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과연 이 표현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한국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많은 사람들, 많은 인원들이 쓰는 관용적인 표현이 될지는 두고 봐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계엄 당일 문제가 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특히 국회 소추위원단장 자격으로 나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자신의 탄핵심판정에 마지막으로 선 윤 대통령이 각각 40분, 1시간 10분간 이어간 최후진술은 화려한 수사(레토릭) 대결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다.
정위원장은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한 계엄군들의 폭력행위를 지켜보았다"며 윤 대통령의 파면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면서 "하늘은 계엄군의 헬기 굉음을 똑똑히 들었고, 땅은 무장한 계엄군의 군홧발을 보았다"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도 목격자"라고 했다. 정위원장의 이런 표현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을 두고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느니, 받았느니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다"고 한 말을 비꼰 것이다.
‘달그림자’ 하면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1168~1241)의 ‘영중정월(詠井中月)’이 떠오른다.
산승이 달빛을 사랑하여(山僧貪月光)
항아리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甁汲一壺中)
절에 다다르면 바야흐로 깨달으리라(到寺方應覺)
병 기울이면 달빛 또한 텅 비는 것을(甁傾月亦空)
이 시에서 말하는 달빛은 궁극적으로 참나를 뜻한다고 생각된다. 달빛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맑고 정순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벌써 그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달빛을 병에 담으려는 마음은 나를 내세우고 지키려는 마음, 욕구와 욕망이리라.
한 단계 더 내려놓아야 한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또 다른 욕구를 만들어 낸다. 알아차림으로 공하게 비우면서 참나와 동행하며 살아가면 나의 삶은 저절로 열려나간다. 하지만 달이 아름답다고 그것을 소유하려 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병을 움켜쥐고 산다면 집착 때문에 결국 달빛은 사라지니 완벽한 비움, 공(空)을 실천해야 진정으로 달빛을 닮아가고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을 주기만 하면 비워지게 된다. 늘 마음이 비워지지 않는 이유는 받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받을 것이 없어도 그저 다 주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규보의 시처럼 공하게 달빛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맑고 정순하게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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