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물고기무늬가 있는 청자 찻사발의 느낌이 참 좋다. 이름하여 '고려청자 음각 파어(波魚)무늬 찻사발'이다.
12~13세기에 만들어진 이 찻사발 안에는 물고기 2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굽은 낮고 깎음새가 단정하며, 굽안바닥까지 시유하고 백색 내화토 비짐을 받쳐 번조했다.
이 작품은 연못의 평화로운 풍광을 섬세한 양각 문양으로 처리한 뒤, 물빛같이 고운 청자유를 씌워, 마치 그릇 속에 물고기가 놀고 있는 듯한 신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하늘 맑은 날 산등성이에 올라 찻사발에 한 모금 찻물을 고이면 하늘이 찻물인지, 찻물이 하늘인지 찻사발에 담긴 하늘이 호수인 양 찰랑거린다.
시나브로, 하늘 속 물고기가 공기를 가르며 유유히 날아오른다. 이 찻사발은 밝고 넓어 이 여름의 더위를 몰아내는 듯 정갈하고 멋스럽다.
'고려청자 연리(連理) 무늬 꽃모양 찻사발'은 기이하다 못해 신기하다.
흑, 백, 청 3가지의 다른 흙이 만나 연리무늬 이른 바 대리석 무늬 찻사발이 됐다. 춤추는 사람, 파도치는 해안의 기암괴석 산 같기도 하고 물 같기도 한 다채로운 무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진다.
이 찻사발에 차를 담아 마시면 흙과 흙의 만남을 통해 그려진 아름다운 조화로 세상사 모든 걱정 사라지고 무심해질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분청사기 귀얄 무늬(文鉢) 발'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시원스럽게 벌어진 구연에 비해 굽이 매우 작아 전체적으로 앙증맞은 느낌을 주는 곡선형 분청사기 발이다. 그릇 내면에 여러 줄의 음각 선을 두른 후, 귀얄로 무심하게 백토 분장을 했다. 귀얄의 힘있고 빠른 운동감을 그 자체만으로도 경쾌하고 선명한 무늬 효과를 나타낸다. 바탕흙의 암회청색과 백토의 흰색이 선명한 흑백 대비를 이루면서 멋스럼을 자아내고 있다.
'고려청자 무늬 없는 찻사발(無紋盌)'은 따뜻한 차를 담으몀 따스함이 차가운 차를 담으면 시원함이 차의 온도와 향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미덕을 품은 청자 찻사발이다.
부안군 청자박물관은 11월 30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한국 전통 도자 찻사발, 마음을 나누는 그릇’을 갖는다. 고려시대 청자부터 근현대 도자기까지 천 년을 이어온 한국 전통의 도자 찻사발을 전시한다.
한정화 학예연구사는 “부안을 찾는 관광객에게 부안 고려청자 찻사발을 비롯한 근현대 전통 도자 찻사발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서 "이번 기획전에서는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1,000년 전 고려청자, 500년 전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물레로 형태를 만들고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전통 방식의 찻사발을 비롯한 다양한 도자기를 전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차 한잔으로 벗과 마음을 나누기도, 때로는 삶의 고단함을 달래기도 했다. 우리네 찻사발은 삼국시대 질그릇 찻사발로부터 푸른 유리알처럼 아름다운 고려청자 찻사발, 질박한 맛의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 찻사발 등 시대마다 다양한 재질과 형태로 만들어졌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옛날 찻사발은 오늘날 인스턴트 음료에 밀려 쓰임새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런 현실은 천 년 이상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전통 차 문화와 신비로운 찻사발에 담긴 정신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평생을 바쳐 도자기를 빚어낸 근현대 전승 도예가들의 귀한 작품을 수십 년간 수집한 강태우 선생의 도움으로 더욱 풍성하고 뜻깊은 전시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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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유천리의 '청자상감인물문매병'으로 눈길을 돌려본다. 도자기에 사용되는 모든 문양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문양이 바로 인물문 즉 ‘사람’ 문양이다. 현대사회는 사람이 실종되고 있는 사회라고들 하는데, 상징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사람 문양 다음으로 높게 치는 것은 용이나 봉황 등,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청자상감인물문매병’은 중국 당대 최고의 무장가인 조맹부와 관도승 부부를 묘사한 것으로 주장하는 학설이 많다.
왕실도 좋고 권력도 좋다지만 문양에서나마 사람의 가치를 첫 번째로 치는 것은 인간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시사해 주고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는 말을 생각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언제든지 사람이 먼저이다. 국민이 주인이다. 그것이 바른 세상이다. 그것이 옳은 세상이다. 담쟁이 넝쿨처럼 높다란 벽을 서서히 기어올라,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이 됐으면 참 좋겠다.
법보다도 사람이 먼저이다.
돈보다도 사람이 먼저이다.
꽃보다도 사람이 먼저이다.
권력보다도 사람이 먼저이다.
자동차보다도 사람이 먼저이다.
태양보다도 당신이 먼저이다.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좌우는 있어도 위 아래는 없다. 그래서 사람잡는 세상은 싫다.
'너에겐 난, 나에겐 너
넌 나의 희망, 그리고 너는 나의 꿈!'
당신이 먼저 행복하라. 다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당신부터 먼저, 행복해야 한다.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같은 좋은 사람, 좋은 친구 하나 있다면 이 세상이 아름다워 지겠다.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내가 정말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홈페이지
http://www.buan.go.kr/buancela/index.b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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