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박래현, 이응노, 민경갑 등 작품 중국에 소개...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박래현, 이응노, 민경갑 등 전북 관련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응노(1904-1989)의 '구성(1973)'은 1970년대 문자추상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융 같은 표면 위에 물감으로 그려 붓터치가 보인다. 작가는 문자추상을 하면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라믹, 타피스트리 등의 영역 확장뿐만 아니라 평면 작품에서도 종이에 채색이 아닌 꼴라주, 천 등 재료에 변화와 실험을 시도했다. 한자로 추측되지만 읽으려고 하면 무슨 글자인지 정확히 할 수 없다. 작가는 조형적인 실험을 위해 문자를 사용했다. 그는 한때 전주에서 살았다.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의 '노점(1956)'도 소개된다. 박래현은 여인들의 이목구비며 목과 어깨, 가슴 등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관찰했다. 그 결과로 그들의 신체와 신체를 감싸고 있는 옷, 그들이 들고 있는 과반과 과반에 들어있는 곡식들은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비틀어지거나 분절되면서 훨씬 더 깊은 공간성을 보여준다. <노점>은 이전 한국화의 관습적 영역에서 그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추상성의 추구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남편이자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던 김기창도 박래현의 영향을 받아 '보리타작'이라는 역시 큐비즘 계열의 대작을 제작했다. 그녀는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중 한 사람으로 군산에서 살았다.
한국화의 대가 유산(酉山) 민경갑(1933~2018) 화백의 '자연과의 공존 99'(1999)은 너무 아름답다. 원색을 사용해서 그려낸 산과 자연은 보는 이의 마음을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실험을 전개, 뛰어난 기본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이후 전통적인 수묵 담채와 진채의 구분을 넘어선 특유의 발묵, 발색 기법을 바탕으로 대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는 원광대 미대 학장과 예술원 회장 등을 지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중국미술관은 28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를 갖는다.
이는 양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이다.
양국의 예술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전시 연계 워크샵과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동아시아 수묵채색화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2022년에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되어 올해 한국에서 개최하고 내년 중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양국을 대표하는 수묵 예술 작품 및 현대 명작을 선별, 한국편과 중국편 각각 2부씩 모두 4부로 구성했다. 전시는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양국 수묵 예술의 독자적 발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 1부와 2부로 구성된 한국화 부문에서는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변용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화 1부 '근대의 여명과 창신'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 전통회화는 근대 이후 재료와 기법, 화면의 크기, 내포하는 의미 모두 큰 변화를 맞이했다. 20세기 초반에는 기존‘서화’란 호칭에서 글씨와 그림이 분리되어 붓과 종이, 먹으로 그린 그림을 ‘동양화’라 부르기 시작하며 수묵채색화의 근대미술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1950년대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입체주의와 비정형 추상 양식이 적용된 수묵채색화를 박래현, 장운상, 안동숙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1970년대 이후 한국적인 소재에 현대미술 양식을 적용하여 동양의 현대적 창신(創新)을 도모한 이응노의 '구성'(1973)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 수묵채색화들을 선보인다.
한국화 2부 '경계를 넘어, 확장을 향해'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변천사를 집중 조명한다. 1980년대는 ‘동양화’ 대신 ‘한국화’란 용어가 정착하기 시작,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거나 기법의 전환을 통해 한국화를 현대 미술 장르의 하나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했다.
이는 석철주 '외곽지대'(1981', 김선두 '2호선'(1985)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화는 미술에서의 장르가 허물어지며 점차 기존 ‘한국화’의 규정, 재료와 소재, 형식과 장르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것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유근택, 이진주와 같은 현대의 한국화 작가들은 재료와 기법을 넘나들며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화 부문 제 1부와 2부에서는 전통의 계승과 혁신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중국화 1부 '전통의 재발견' 에서는 중국 근대미술 100년의 역사를 대표하는 수묵예술 대작을 소개한다. 중국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1~3급 문물(文物)을 대거 출품한다. 1부에서는 1급 문물 5점을 비롯하여 2급 21점, 3급 6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문물은 희귀성, 역사성, 예술성을 기준으로 국가문물국에서 규정하고 관리하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1급을 포함, 모두 32점의 문물이 전시된 것은 국내 어떤 미술관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중국 미술가들은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 해석을 더하고, 동서양 예술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해냈다. 우창숴(吳昌碩)의 '구슬 빛(珠光)'(1920), 쉬베이훙(徐悲鴻)의 '전마(戰馬)'(1942), 치바이스(齊白石)의 '연꽃과 원앙(荷花鴛鴦)'(1955), 우쭤런(吳作人)의 '고비사막 길(戈壁行)'(1978) 등 자국 내에서도 쉽게 공개되지 않던 중국 수묵예술 거장들의 대작을 볼 수 있다.
중국화 2부 '다양성과 번영'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중국 예술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기법을 더해 새로운 시대의 역동성과 찬란함을 그려냈다. 새로운 조형과 회화기법을 중국화에 적용한 후밍저(胡明哲), 공필화조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쑤바이쥔(蘇百鈞), 현대적인 수묵채색 작품의 대가 추이진(崔進) 등의 작품을 통해 중국 전통의 수묵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맥락과 중국 예술의 확장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전시 특화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큐레이터 토크'는 관람객들이 현대 한국과 중국 수묵채색화의 차이와 가치를 이해하고, 예술적 관점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 연계프로그램 'MMCA 작가와의 대화'는 한·중 양국의 참여 작가들을 초청.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으로 전시와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매일 세 차례 운영되고,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전시 감상 자료도 제공된다.
우웨이산 중국미술관장은 “풍부한 역사적 깊이를 지닌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 유전자인 수묵 예술을 통해 한·중 양국의 문화적 공명을 증진하고, 양국 국민에게 아름다운 향연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중 회화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중 양국의 문화예술 협력을 공고히 하며 전시 연계 워크샵 및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미술에 대한 연구와 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