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채만식의 소설 · 금의 정열
‘상문은 우량과 혀밑을 곁들인 30전짜리 맛보기에다가 고춧가루를 한 숟갈 듬뿍, 파 양념은 두 숟갈, 소금을 반 숟갈, 후추까지 골고루 쳐가지고는 휘휘 저어서, 우선 국물을 걸찍하니 후루루후루루… (중략) 손님은 상하 없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심지어 하룻밤 20원의 실료를 무는 호텔 손님까지도 새벽같이 자동차를 몰고 찾아오니 이대도록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다면야 설렁탕이 잘못하다가는 국보로 지정될 위험이 다분히 없지 않다.’ -<채만식전집 3>(창작과비평사)
일제 강점기 소설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가 설렁탕이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무력한 지식인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 가난한 김첨지의 아픈 아내도 설렁탕을 찾는다. 조선에 온 일본 지식인 중엔 이 ‘쇠머리 스프’가 세계의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수출품이 될 거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금의 정열>은 <레디메이드 인생> <태평천하>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채만식의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은 금광으로 돈을 번 신흥 부르주아인데,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 해장을 하러 설렁탕집에 간다. 그러나 채만식은 설렁탕의 유행을 썩 반기지 않았던 것 같다. 맛은 천하일품이지만 위생 상태가 불결하다는 표현도 소설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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