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라감영 다담상 행사에 참여해보니' 26일, 소슬한 가을 바람에 가야금과 대금 선율에 맞춰 '전라감영 다담상'을 대접받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 27일까지 전라감영 관풍각에서 ‘전라감영 다담상’ 체험을 가졌다.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체험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호남의 수부로 불린 전라감영에서 다과 상차림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지난 11일을 첫 시작으로 27일까지 모두 10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전당은 다담상과 함께 전통악기 연주와
다과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라감영 내부 세 번째 출입문인 내삼문(內三門)은 재창조 공사과정에서 감영의 정문으로 새롭게 자리한다. 문을 열자 정가운데 과거 전라관찰사가 걷던 검은색 돌로 만들어진 길이 나왔다. 이 길은 선화당(宣化堂)으로 연결된다.
'임금의 덕을 베풂으로써 백성을 교화한다’는 선화당은 조선시대 관찰사 집무실이자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로 팔작지붕 아래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웅장한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선화당과 관풍각 사이에는 전라관찰사가 마셨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도 세밀하게 만들었다.
선화당 뒷편엔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관청의 안채인 내아(內衙)와 관찰사 휴식처인 연신당(燕申堂)이 들어섰다. 내삼문 좌측 끄트머리에는 비장 사무 지원을 위한 보조공간인 비장청(裨將廳) 행랑이 포진했다.
선화당 옆으로 전라관찰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觀風閣)'이 자리한다. 26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6번째 열린 '전라감영 다담상'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분다. 자고 일어나니 가을이다.
가을 바람은 농촌 들녘, 벼가 고개를 숙이고 한쪽에서는 타작이 끝난 빈 논을 스쳐서 오는 바람이 진정 가을을 전하는 전령사이다. 그렇게 차갑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함도 아닌, 지나온 날을 생각나게 하는 바람이다. 가을바람을 맞고 있으면 주절주절 지난 옛일이 생각나고 또 즐거웠던, 어떤 땐 가슴 조였던 추억들이 줄줄이 이어서 따라 올라온다. 그 바람을 슬며시 가슴에 안으면 그리움, 다시 그 그리움을 품속에서 삭히면 멀어졌던 사랑이 떠오르고 그 사랑 뒤엔 알 수 없게도 와락 눈물이 뒤따른다. 두고 온,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가을 바람은 앞으로가 아닌 과거로의 여행에 좋은 길잡이가 되나 보나.
가을바람따라 김용주 대금연주자가 '경풍연'을 공연한다. 이는 '풍년을 기뻐한다'는 의미다. 과거엔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풍년을 기원했다. 내 삶에 풍년은 어제나 찾아 올까.
다담상에 국화차 한 잔과 호두곶감말이, 금귤정과, 약과, 쌀강정, 전주경단, 꽃송편, 유자쌀강정, 편강 등이 올라왔다.
이 행사는 전주시 관광산업과의 지원에 힘입어 6년째 진행되고 있다.
송영애 한식문화진흥팀장은 "유희춘의 '미암일기'와 서유구의 '완영일록' 등에 대풍악이 울리면서 약과와 술을 먹었다는 기록이 확인된마"면서 "조선조에 이르러 술과 다식, 기름진 안주, 다과상, 주안상, 교자상 등이 출연했다"고 했다.
체험 행사에 소반 차림으로 쓴 호족반(虎足盤)의 문양이 더욱 화려하다.
음식을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상(床)의 종류를 소반(小盤)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가옥에성 부엌과 식사를 하는 방이 떨어져 있었고 식기는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을 사용했다. 따라서 소반은 나르기 쉬우면서도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또한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용도나 천판(天板: 가구에서 가장 위의 면을 막아주며 마감하는 판), 다리 모양, 용도, 지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소반이 전해진다.
호족반은 천판을 받치고 있는 다리의 어깨가 밖으로 휘어졌다가 다시 안으로 구부러져 유연한 S자형을 이룬 후 발끝이 밖으로 살짝 내밀린 형태의 소반이다. 마치 호랑이 다리 모양과 같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송팀잠은 "유밀과는 사치스런 음식이었다. 중국 사신이 왔을 때만 먹었다. 그래서 쌓지 마라고 했다"면서 "흰 송편은 꽃송편으로 부른다. 이번에 다담상에 차려진 전주 경단은 대추채가 들어갔다"고 했다.
김연주자는 한나연 가야금 연주자와 '천년만세', '바람이 불어오는 곳',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협연했다.
전당은 앞으로도 전라감영 다담상을
음식 테마 관광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화차의 은은한 내음이 대금과 가야금 연주의 긴 가락에 실려 가을빛으로 드리워지면서 전라감영을 찾은 참여자들은 차향에 흠뻑 빠져들었다./이종근기자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렁탕 (3) | 2024.10.29 |
---|---|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탕수육과 우동 등장 (2) | 2024.10.29 |
위_1940년 익산신용마을 전경아래_1950년대 익산의 음식점 풍경 (0) | 2024.10.24 |
전라감영 다담상(한국전통문화전당) (0) | 2024.10.23 |
'전라감영에서 다과 상차림을 맛보아요' (2)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