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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정읍 산외팔경과 금사정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79> 정읍 산외팔경(山外八景)과 금사정(錦沙亭)

정읍시 산외면 평사리 운전마을에 자리한 금사(錦沙)

임병욱(林炳郁)의 사랑채가 금사정(錦沙亭)이다.

 가로 140cm, 세로 40cm 목재인 이 현판은 임씨의 5대조 때인 1919년 3월 증조부 아호를 따 건조됐다.

 10년이 지난 1929년 이강의 친필을 새겨 걸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편액과 '금사정실기(錦沙亭實記)'를 썼다.

'금사정'은 사시사철 시인 묵객들이 가득했고 지나는 과객은 물론 걸인조차도 상을 차려 대접하니 인근의 사람들이 후한 대접을 일컬어 '나주댁 인심'이라 했다.

본채에 임혁규 선생의 호를 따서 쓴 편액 계사당(溪山堂)은 유재 송기면(宋基冕)선생의 글씨요, 금사정 울 안에 선생의 둘째 아들 송재(松齋) 임석현(전주 전매청장)을 위해 지은 송재기념관은 성곡(惺谷) 임현기(林炫圻) 선생의 글씨다. 그 손자는 임광순이다.

필자는 8월 29일, 임혁규 선생의 회갑을 맞아 염재 송태회선생이 쓴 글이 전서로 전하며, 유재 송기면선생이 이때 쓴 8폭 병풍용 글(병풍을 만들지 않은 상태로 행서)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내벽에 걸려있는 글씨는 송재선생의 서울대 동기인 조순(趙淳) 부총리의 글씨다.

 '충효전가(忠孝傳家)'는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 선생의 친필이다.

'금사정(錦沙亭)'편액은 고종 둘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李堈)이 친필로 썼다.

'금사정기(錦沙亭記)'는 경연참찬관(經筵參贊官) 송영대가 지었다. 이 문장 속에 '산외팔경(山外八景)'의 아름다움이 표현됐다.

'나주(羅州) 임병욱이 만년에 정읍군 산외면 평사리(平沙里)에 즐겨 은거하고 스스로 호를 금사(錦沙)라 함은 그가 거주한 바가 나주에서 평사리로 온 것이니 나주의 옛 이름인 금성(錦城)의 금(錦)과 평사리의 사(沙)를 따서 호(號)를 지은 것이니, 또한 그 정자에 이름을 붙였다.  그 정자는 사방이 통하여 조망되고, 팔경(八景)의 아름다움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이르기를,

평사낙안(平沙落雁):평평한 드넓은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

용강명월(龍江明月):용강에 비친 밝은 달

상수귀운(象峀歸雲):상두산 봉우리에 돌아가는 구름

노봉청하(蘆峰晴霞):노령 봉우리에 맑은 날의 놀

묵방조일(墨方朝日):묵방산에 솟아오른 아침 해

보산낙조(寶山落照):보산의 저녁놀

춘대초적(春臺樵笛): 평사리 뒷동산에서 부는 나무꾼의 피리 소리

명천어화(鳴川漁火): 명천의 고기잡이 불

이다. 비록 다른 곳에서 보면 넓고 아득하여 둘레의 아름다움을 관망하는데 손색이 있으나  금사정 정자에 올라 8경을 완성함은 족히 쉰 목이 열리고 근심으로 답답함을 풀어 기운을 펴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를 위해 일찍이 정자를 논의함을 시도했으나 전에는 아직 반드시는 없었던 팔경을 드디어 이 정자가 이루어진 후에 이름을 날리니 어찌 사람으로 인하여 밝힌 것이 아니겠는가? 믿을진저! 산천이 그 사람을 만나서야 존재함이로다. 그러나 이때를 돌아보건대 천오(天吳: 바다의 신)가 바다를 옮기고 거령(巨靈: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신령)이 산을 몰아쫓고 바람과 파도가 격동한 바와 기운의 닥친 바로 능히 임천(林泉: 숲과 샘이란 뜻으로 은사가 사는 곳)의 즐거움을 향유(享有)함이 옛날 같은 자가 몇 사람이나 될까? 
아! 내가 아직 선생의 정자에 오르지 못했지만 선생의 풍도(風度)를 들은 지가 오래이다. 선생의 젊었을 적의 경 과훈고를 마음에 간직하기를 마치 밭 개간하듯이 하고 청자(靑紫: 정승과 판서 또 그 같은 높은 지위)를 보기를 초개(草芥)같이 여겨 번잡하고 화려함이 마음에 들어오지 아니함으로 궁핍함과 영달함으로서 그 지조를 변하게 하지 못하며 세상의 겁박함을 모두 겪으면서도 오로지 이제의 나는 옛날의 나로서 자약(自若)하여 늘그막에 유유자적하여 산수(山水)를 몹시 사랑하고 시 짓고 술마심을 천성과 천명으로 삼고 몸을 이 정자 안에 의지하고 뜻을 육체의 밖에 붙였다.  내가 선생의 뜻을 앎이 아마도 선생의 스스로를 앎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은 어찌 깨달은 사람으로 도를 얻었을 뿐이겠는가? 내가 장차 저 선생이 구름을 타고 해와 달을 타서 우주의 사이를 능가할 것이니, 어찌 한 정자에서 서성거림으로 그칠 것인가? 공덕장(孔徳璋)이 이르기를 세속을 떠나 높이 솟아 영화 밖에 결백하도다 하였으니. 선생과 같이 도인이 되기 위함이여! 절절히 원하노니 선생의 기운 더욱더 장하시고 정신도 더욱 왕성하소서. 선생의 문덕(文德)은 마치 구름 비단을 펼친 듯하고 선생의 나이는 항하수(恒河水: 인도의 갠지스 강)의 모래수로 셀지어다. 오랜 때를 오고 감이여.
금사의 정자에서. 경연참찬관 송영대(宋榮大) 씀

錦城林先生晚乃嘉遯于井邑之下沙里因自號爲金沙誌其所 居之自而沙也以其號又名其亭亭通四眺而八景之美皆具 山存嶽樵ⅲ鳴川滋火雖或有遜於浩 之觀登斯亭而玩其景者足以解其意遷舒其煙鬱氣暢而怡 爲嘗試論之作以前未必無八景遂乃檀名於拾亭 非人而信夫山川之遭遇存乎其人也然而顧 天吳移海巨靈驅山風濤之所激氣運之所迫其能享有林泉之 樂酋日者果幾人乎哉嵯夫余未登先生之亭而開先生之風 久矣先生小日服經訓如菑視青紫如草芥紛華不入於心故窮 不 盡世劫而今我古我固自若晚境優淑烟 癖詩酒為性命寄形拾此亭之内而寓意於形骸之外余之知先 生之志恐不下於先生之自知也先生豈其至人而得道者歟吾 將見夫先生乘雲氣騎日月凌駕宇宙之間亥止徜徉於一亭而 已孔德璋云亭亭物表咬鮫霞外似爲先生道者竊願先生氣益 清神愈旺先生之文如披雲錦先生之年如算恒沙長時翺翔拾 錦沙之亭

經筵贊 宋榮大記

'산외팔경도(山外八景圖)' 속 글씨는
이강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현재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한편 소고당 고단여사의 '산외별곡'에도 '산외8경'이 나온다.

'가세가세 어서가세 산외집에 어서가세
전라도땅 정읍산외 평사낙안 바삐가세
고운고개 엄재고개 완주정읍 경계지나
연화도수 좋은경치 화죽리랑 도화동을
언뜻보고 지나갈제 진계리 정량리라
운전안계 평동사평 능암양동 용머리에
구장리 만병리며 직금실과 동곡리며
가지각색 마을이름 옛역사가 새롭구나
기묘육월 삼복중에 터를닦아 지은집에
안주인이 돌아왔네 소고당 주인왔네

산외팔경 살펴볼까 평사에 낙안하니
춘대에 피리소리 처녀총각 설레이며
보명에 낙조하니 용두천에 달빛인다
명천에 어화 반짝 상두산에 귀운하고
노봉중턱 맑은안개 멱방산 해돋으니
이강산 삼공불환 이곳자랑 들어보소

처음보아 노호미요 다시보아 평사낙안
산외양택 길지잡아 모여드니 평사리요
산내음택 골짝마다 서기가 뻗쳤으니
산천경개 수려하고 전답이 비옥할사
안개낀 보리밭에 푸두웅 꿩이날고
성안의 쑥국새는 석양을 쑥국쑥국
도리앵화 활짝피어 송림에 월백하니
무릉이 어디메오 도원이 여기로다
집집마다 감나무는 봄여름엔 녹음이요
가을에는 우지가지 다홍치마 두른듯고
능암수시 파라시는 옛날진상 감이었고
용두천 맑은물에 피리붕어 일미로다
주리실 공동마을 살치신배 쌍정리며
상고수려 이 고장은 사시경치 아름다워
춘하추동 계절따라 소고당에 오신손님
정성으로 맞이하니 화기만당 별장이라
나의 종형 선화당님 동행하신 만정국창
춘경난송 두 명창과 재담하고 춤을 추니
황홀한 놀음새며 삼십여년 기리던 정
먼발치로 엿보던 정 오늘에야 이루어져
밤깊은 줄 모르고 웃음꽃이 활짝폈네
기쁜 맘에 취한정은 새벽잠을 청했더니
어느 사이 아침인가 이슬같은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밤 가랑비가 눈이되어
백설강산 되었구나 솔가지 불 때여볼까
한양손님 추울세라 무쇠화로 불담아서
오골보골 된장찌개 조기구이 붕어조림
무우김치 구수하다 아침 나절 언뜻가고
점심을 마련하니 봄철을 먼저 알고
돋아오른 푸성귀는 겉절이도 좋거니와
쌈맛은 더욱좋아 입맛이 절로 돋고
돼지머리 소담하게 새우젓에 곁들이고
홍어찜에 낙지회며 도토리묵 메밀묵과
마늘산적 안주삼아 모과주 과하주를
권커니 작거니 취흥이 도도하다
남창을 반개하니 뜰앞에 각색나무
가지마다 꽃송이라 은행나무 살펴볼제
눈꽃이 흐드러져 삼월동풍 만화절에
벚꽃이 만발한듯 원근산천 만수천림
흰옷으로 단장하고 펄펄내린 백설은
은가루를 뿌린듯이 삼라만상 절경이라
서울손님 손뼉치며 때맞추어 잘도왔다
덩실덩실 춤을추니 기쁘도다 오늘이여
반갑도다 오늘이여 무쇠화로 이리주오
쑥덕구워 조청찍어 손님대접 하고저라
겨울홍시 산외건시 식혜강정 산자엿을
벗님네야 많이들소 영산홍 자산홍이
활짝피어 나비올때 서울손님 다시오고
수수기장 구해다가 별미밥을 지어두고
햇쑥듣어 절편찌고 진달래 화전이며
새참한 쑥뿌쟁이 머위뜯어 양념해서
새봄맛을 듬뿍차려 우리손님 대접하리
어화벗님 좋을시고 소고당에 손님왔네
인아족척 귀한손님 끊임없이 내왕하며
우리동기 대소지친 남녀노소 모여앉아
조상의 얼되새기며 만대유복 전코지고
이기쁨 이흥취로 산외별고 지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