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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17> 대한민국 최고(最古) 다방 '전주 삼양다방'

<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17> 대한민국 최고(最古) 다방 '전주 삼양다방'

'전주극장 주변에 고향다방, 왕궁다방, 우인다방이 있었다. 제일 많이 모인 곳이 우인다방이었다. 당시 무대에 오르거나 다방에 죽치고 앉아있던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변기종, 김승호, 이예춘, 허장강, 김진규, 주선태, 황해, 박노식, 전택이, 노경희, 도금봉, 김희갑, 현인, 김정구 등이다.' (전주문화재단, 전주 근대생활조명 100년 제2권 '전주의 8·15 해방과 6·25전쟁')

영화배우 도금봉(1930∼2009, 본명 정옥순)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유언과 함께 세상을 떠나면서 새삼 전주와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57년 영화 '황진이'로 데뷔한 도금봉은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6·25를 전후로 전주에서 악극단 배우로 활동하는 등 데뷔 전까지 전주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를 전후로 많은 연예인들이 6·25를 피해 전주로 내려와 악극단을 꾸렸는데, 도금봉은 희극배우 이원철이 단장으로 있던 '청춘부대'에서 아역과 성인중간역을 맡았다는 것. 도금봉과 이원철은 부부사이로, 후에 도금봉은 유명한 배우가 됐으며 이원철은 영화제작자가 됐다.

도금봉과 관련해서는 '다방 레지설' 등 갖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전주의 8·15 해방과 6·25전쟁'을 집필한 장명수 전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은 "도금봉은 옛 왕궁다방 옆 골목에서 방을 얻어 살았는데, 극단 일이 없을 때에는 다방에 나와 앉아있었고 사람을 만나면 친절하고 애교덩어리였다"며 "이 때문인지 다방 레지 출신으로 스타가 됐다는 말이 생겨난 것 같다"고 했다.

도금봉은 쌍둥이를 낳아 길렀으며 한강이 수복된 후 서울로 올라갔다. 원로 서양화가인 하반영 선생도 "6·25때 피난 온 연예인들이 고생을 했는데, 도금봉은 연극에 나가 조금의 개런티를 받아서 연명했다"며 "이들 부부가 서울로 올라갈 때에는 우리들이 모두 도왔다"고 구술한 바 있다.

도금봉은 영화계에 입문한 후 60∼70년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조연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4년 '토지'로 '제12회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1997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삼인조'에 '전당포 노파'로 출연한 것이 마지막 작품이었다.

전주의 다방들은 1951년 지금의 영화거리 쪽 고향다방을 시작으로 왕궁, 우인, 카멜다방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홍지서림 옆에 있는 삼양다방은 한국전쟁 시기인 1952년 문을 열었다. 

경남 진해시 ‘흑백다방’(1954년), 서울 대학로의 ‘학림다방’(1956년)보다 앞서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꼽히며,
전주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삼양(三養)’은 복(福), 기(氣), 재(財) 등 세 가지 좋은 기운을 기르는 것을 뜻한다.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전주성 동문이 있었던 주변에 자리한 이 다방은 그동안 지역의 문화사랑방 구실을 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연예인들과 영화인들로 성행했고, 전주문화방송이 있던 1970대에는 언론인들과 문인들이 즐겨 찾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던 삼양다방은 다방 문화의 쇠퇴 앞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사랑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삼양다방이 있던 자리는 주변의 법원이나 시청, 도청 등의 관공서가 많아 영화의 거리 쪽 다방과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한다.
 다방의 주 수입도 관공서에서 단체로 시키는 배달 차 주문으로, 결혼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30잔, 40잔씩 차를 주문했다고 한다. 

1950년∼60년대 전쟁과 근대화 등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숨통을 돌리는 사교공간으로서의 다방의 역할은 1970∼80년대에는 일반 대중들의 공간으로 커피향과 더불어 최신 서양문화를 접하는 데이트 공간으로 각광 받았다.

 그 이후의 다방의 몰락은 사실 다방 내부에 있었다기 보다는 외부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관공서 이전과 커피자판기의 등장, TV나 미디어 확산으로 마담이나 레지와 같은 ‘이쁜 연예인’ 같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문화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다방이 가지고 있던 많은 기능들이 사라져갔다. 

여기에 90년대 커피숍의 등장은 빠르게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며 다방은 어르신들의 공간으로 점점 잊혀졌다.

삼양다방은 2005년 지역 문화예술원로들의 모임인 ‘계절회’의 추억의 전시회로 다시 공간과 전주사람들의 문화를 알렸다. 

그리고 2013년 새로운 건물주의 건물 매입으로 사라질뻔한 위기를 넘기고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70여 년째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차를 즐겨 마시던 곳이었다. 수십 년 단골손님들은 이곳이 "슈베르트 음악을 틀어주던 유일한 곳"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지역 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서예가들이 쓴 글씨 등이 걸려 있고 최근 추억의 전시도 열렸을 만큼 문화사랑방으로서 갖는 상징성은 여전하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점으로 삼양다방 복원의 의미를 확인, 운영중이다. 

삼양다방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널리 알리고 예향(藝鄕)의 도시 전주를 부각시키는 데 복원의 의미를 뒀다.

또 다방 문화의 역사 속 생활적 가치를 살리고 젊은 세대와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거점 역할을 하도록 삼양다방을 복원했다.

새롭게 단장하고 문을 여는 삼양다방은 근대와 현대의 만남이 적절히 조화된 형태로 운영중이다.

새 건물주 최인욱씨가 응답했으며, 장태영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매주 목요일 천년전주 굽이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세'

전주 삼양다방이 매주 목요일 ‘전주 한옥마을 동문거리 골목 이야기’ 프로그램을 갖는다.

지난 5월 23일부터 10월 24일(오후 5시~6시)까지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전주와 한옥마을, 동문거리 골목이야기 공유로 방문객 길잡이 교육을 하기 위함이다.

이는 전주를 찾는 방문객을 일상에서 온ㆍ오프라인으로 안내하고 설명하는 안내자를 양성하는 미션이다.

더 나아가 전주 근․현대 문화관광자원, 한옥마을-동문거리의 정체성 쇄신, 또 역사적 고증을 통한 추억어린 골목길 이야기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열린다.

전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사람 이야기를 전달, 국가관광거점도시 베이스를 구축, 문화가 넘실대며 출렁이는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로 분위기로 up시키며, 방문하는 곳마다 우리 소리를 자연스레 접하는 여행 경험은 또 다른 전주의 문화 트렌드 경험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업명은 '천년전주 굽이치는 이야기 속으로’, 사업 장소는 삼양다방 1층 교육장, 사업 대상은 전주시에 거주하는 남녀노소 20여명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전주이야기 강좌가 열린다.

5월 23일 5.18민중항쟁과 최초희생자 이세종열사, 30일 동학농민혁명과 전주, 전라도, 6월 13일 풍패지향 전주와 조선왕조실록(이상 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20일 전주 풍류문화와 역사, 27일 전라감영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이상 김순석 전주전통문화연수원 원장), 7월 4일판소리 미학, 판소리 속의 삶(김연 전북도립국악원 교수), 11일 K-culture 대한모자 만세!(조현종 루이엘모자박물관 관장), 18일 이성계의 성공하는 7가지 리더쉽(정세량 이성계리더쉽센터 대표), 25일 조선왕조 개국설화 황산벌전투(김홍선 이성계리더쉽센터 소장), 8월 1일 회화작품으로 만나는 산성마을(이택구 화가, 사대문예술문화원 대표), 8일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이종근 새전북신문 편집부국장), 22일 전통주1 우리 술 미래와 전망(정준영 한영석발효연구소 전략이사), 29일 전통주2 풍류의 하늘 아래(박록담 한국전동주연구소 소장, 시인), 9월 5일 전통주3 전북의 우리 술(함지애 징게맹갱우리술협공조합 이사장), 12일 전통주4 가양주(박소영 전주 전통술박물관 관장), 19일 전주 곳곳에 숨겨진 마을 이야기(김진돈 전북문화재 위원), 26일 길 위의 인문학 우리땅 걷기(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 10월 10일 천주교 전주교구와 순교자들(변효석 천주교 전주교구 신앙문화유산해설사), 17일 미술산책1 시대와 화가의 눈, 24일 미술산책2 시대와 화가의 눈(이상 김스미 화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계속된다.

장태영 대표는 “전주와 한옥마을, 동문거리 골목이야기 공유로 방문객 길잡이 교육을 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면서 “식당이나 선술집에서 우리 소리 한 대목을 걸쭉하게 떼창하는 시민들이 살아 있는 문화콘텐츠인 만큼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주문화재단의 '우리동네 매개 프로그램 운영'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