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지막 어용화사 ‘석지 채용신’ 의 이세헌 초상화
조선시대 마지막 어용화사 석지 채용신(1850~1941)이 그린 초상화 한 점이 정읍시에 기탁됐다.
시는 지난 8일 정읍시민 이기동씨로부터 채용신이 1924년 그린 이세헌의 초상화를 전달받았다.
기탁받은 유물은 제작 연도가 적혀 있는 관서가 남아 있고, 초상화가 감실형 영정함에 보관돼 중요한 사례라는 것과 함께 1920년대 채용신 전성기 화풍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채용신은 태조 어진을 비롯, 조선의 역대 왕의 초상을 그린 어진화사로, 1923년 신태인 육리마을에‘채석강도화소’라는 공방을 세워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그는 채석강도화소에서 초상화의 주문 제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세헌의 초상화도 당시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기탁자 이기동씨의 집안에 내려오는 족보와 초상에 남겨진 관서를 통해 기탁자의 증조부임을 알 수 있다.
초상화는 감실형 영정함에 초상이 걸려 있는 형식이며 이같은 사례는 많지 않아 채용신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감실형 영정함이 초상화와 같이 전해지는 예로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김제덕 초상’과 개인 소장 ‘홍순학 초상’ 등으로 파악됐다.
초상의 주인공인 이세헌은 의자에 호피를 깔고 정자관을 쓰고 심의를 입고 앉은 모습이다. 오른손에는 부채를, 왼손에는 안경을 손에 쥐고 있고 신발은 흰색 혜(鞋)를 신었다.
눈에는 흰색 하이라이트를 구사해 사진 찍을 때 빛이 반사되는 표현했다.
이는 1920년대부터 채용신 초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눈동자 양옆으로 흰색 라인을 그려 넣어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오른쪽 눈꺼풀 위에 점도 그려 넣은 것을 보아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에 중점을 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눈 아래쪽, 콧날 양쪽에 반복되는 붓질로 어두운 음영 표현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초상의 오른쪽 아래에는 1924년 채용신이 그렸다는‘甲子仲春上澣從二品蔡石芝八十翁(갑자중춘상한종이품채석지팔십옹사)’의 관서가 남아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기탁받은 채용신의 작품은 기탁자들의 높은 뜻을 받들어 전시·교육 자료로 널리 활용하겠다며 정읍과 채용신과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정립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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