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작가 원지(文集, XU WENJI)가 다음달 6일부터 20일까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선상(線象)'을 주제로 한 이 자리는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20 여년 만의 일이다.
동양적인 선과 색채가 돋보인 가운데 자유분방한 느낌이 아주 많이 보인다. 드로잉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 작품들은 먹으로 형상화했다.
그의 작품은 ‘회화로서의 드로잉’ 또는 ‘드로잉 같은 회화’라고 부를 만하다.
‘그림은 어떻게 그려지는가’에 대한 사유가 이뤄낸 결과다.
작가는 “그저 그린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에 선을 긋는 행위 자체가 삶이고 일상이란 뜻이다. 세밀한 선들의 엉킴과 중첩이 사진으론 충분히 담기지 않는 만큼 직접 눈에 담으러 들러도 좋다.
'수 많은 중생'은 화면 오른쪽엔 강아지를 끌고 가는데 땅을 짚고 있는 사람은 어두운 심정을 나타낸다.
시나브로, 머리 위로 새가 날아든다. 이 세상에 피어나는 꽃들도 마찬가지다. 차별 없이 봄비는 내리지만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꽃의 모양과 색깔, 피어나는 시기, 향기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꽃은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 꽃은 서로를 비교하면서 우월을 다투지 않는다. 좀 더 빨리 피어 우쭐대지도 않고, 늦게 핀다고 해서 슬퍼하지도 않는다.
또 꽃은 크기와 모습이 달라도 서로 비교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개성과 특색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운다. 피어난 꽃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꽃잎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언젠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게 될 것을 기약하면서 절망하지 않는다.
이게 작품의 메시지다.
여태까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가? 그저 이 산 저 산 뛰어다니다 밤이면 이 친구 저 친구 불러내 술잔이나 돌리고, 술에 취해 공자가 어떠니 맹자가 어떠니 니체가 어떠니 하며 나 자신도 잘 모르는 소리나 지껄이며 살아오지 않았든가. 부모님께는 좋은 아들이 아니었고, 자식들에게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깊은 고민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사촌의 가난을 외면하기도 했잖은가! 살아오며 잘못한 언행들이 마치 원심분리기 안의 기생충 알처럼 내 의식 밖으로 튀어나온다. 나는 부끄러웠고 비로소 발가벗겨진 나의 본모습을 봤다.
작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내면에 더욱 깊이 다가가 보다 본질적인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이 각기 다른 형태를 띠지만 그 시작점이 나의 작가적 정체성과 본질적 내면에 자리하고 있어 모두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이어 “수 많은 변화가 가득한 현대사회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라고 밝혔다.
햇살 한 줌이 새순에 닿는다. 햇살이 이불 위에 모여 겨울을 털어낸다. 식물에도 손길이 뻗었다. 생명을 움트게 한다. 꽃나무 위로 햇살이 찬란하다.
전쟁, 자본, 이념 등 사회적 불안과 인간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평등과 평화에 도달할 것인지 고찰하는 작가의 집중성이 담겨있다.
작가는 "죽음은 커다란 일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시간은 무상하고 빠르다. 그리고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앞으로 삶의 축복, 사랑, 꿈, 환희, 희망을 작품에 담가 갈 생각이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부터 알게 된 전주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고 정이 많다”면서 “전주국제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전을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원지는 2023년 전주향교문화관 지하 1층에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디자이너,국제 큐레이터, 중국미술가협회 회원, ‘세계미술동맹(commencer)' 발기인, 한국국제문화예술교류원원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제9회 중국미술대전 우수상, 2007년 한국 제16회 국제미술전, 2009년 한국 ‘천년전주’ 미술작품 초청전, 2009년 한국 부산국제비엔날레, 2011년 GWANGHWAMMOON국제예술전 등을 가졌다.
‘탄방(錠放)’ 동양화 작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풍(清风)’ 동양화 작품은 유명환 전 한국외교통상부 장관이, ‘구학길향(九鹤吉祥)’ 벽화 작품은 한국 주 중국 청도총영사관이 소장하고 있다.
2015년 제2회 실크로드 국제예술축제 ‘금일 실크로드’ 국제미술전 총큐레이터, 2019년 제6회 실크로드 국제예술축제 ‘금일 실크로드’ 국제미술전 총큐레이터, 2019년 제8회 북경 국제비엔날레 ‘한국현대특전’ 큐레이터, 2019년 제1회 국제예술대학교 ‘교장컵’ 예술전 총기획 및 큐레이터, 2022년 중러 국제 유화전 큐레이터, 2023 한중국제예술지명전 큐레이터, 제9회 실크로드 국제예술제 '실크로드 투데이' 국제미술전 총 큐레이터, 제9회 대전국제예박회 '예술과 평화' 중국 당대미술작품전 큐레이터로 활동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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