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남이 1일부터 7일까지 전주향교 앞 갤러리한옥에서 인물화전을 갖는다.
사람은 곧 역사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기록이나 유산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읽기다. 작가는 역사읽기의 방법으로 ‘인물’을 선택했다. 단순히 인물을 소재로 한 회화로서 뿐 아니라 예술의 역할과 힘을 관객들에게 새롭게 인식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예부터 전통 초상화는 '털 한 오라기라도 닮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니다(一毫不似論)' 혹은 '전신사조(傳神寫照)'의 개념으로 설명되어 왔다. 전통 초상화에서 대상의 외형과 성격, 인품까지 추론하고 현존하지 않는 인물에 대해 성격을 파악하려고도 하는 것이 전통 초상화를 대하는 태도다.
작가는“인물화는 미술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오늘날 화단에서는 인물화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물화야말로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요. 장르면에서는 인물화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그것을 통해 소외되어 있는 인물화를 미술의 중심으로 끌어보고자 하는 뜻으로 기획된 자리이다”고 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물화는 그리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인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작가도 부족하지만, 결정적으로 대중이 인물화를 크게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집안에 남의 사진을 걸어두지 않듯이, 남을 그린 그림 역시 집에 두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로인해 인물을 주제로 그려진 작품 역시 접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말았다.
작가는 전신사조에 충실하되 드러나지 않은 내적미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세련되고 기본에 충실한 표현과 함께 약간은 어리숙하면서 맛깔스러운 표현이 공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초상화에서 추구하는 작품의 이상적인 형식은 회화의 기초적 토대인 ‘형사(形似)’를 바탕으로 ‘신사(神似)’를 구현하고 작가의 ‘사의(寫意)’를 펼쳐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의 인물화는 사실성과 함께 사의성이 돋보입니다. 동양의 인물화가 추구하는 대상의 외형적 사실의 묘사보다는 작가가 인식한 대상 속에 내재 되어 있는 본질이나 특징의 표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주체와 객체의 정신성을 대상에 기탁하여 세밀한 필과 둔탁한 선으로 대상 인물의 사의(寫意)성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또, 대상의 형사(形似)를 중시하는 사실(寫實)을 넘어 사의의 경지에 도달시키기 위해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 인식과 통찰이 깃든 작가의 창작정신이 바탕에 내재 되어 있다.
작가의 삶과 창작 경험 속에서 형성된 주관적인 사상과 감정이 객관적인 사물이나 대상을 만나 융합하면서 생성되는 세계가 조선말기 인물들을 통해 펼쳐진다.주관과 객관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빚어내는 작품은 작가 나름대로 복고주의와 현실 인식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정감이 녹아든 ‘의경’을 조형적으로 창조하고 있다.
작가는 한 인물을 그려냄에 있어 외양뿐 아니라 내면의 정신까지도 담아내는 전신사조 기법을 구사한다. 그는 삶과 창작 경험 속에서 형성된 주관적인 사상과 감정이 객관적인 사물이나 대상을 만나 융합하면서 생성되는 '짜장면과 중인' 등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물화는 선과 무게감을 매개로 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시도했다"고 했다. 작가가 체득한 전통의 재해석으로 인해 작품은 약간은 어수룩하면서도 맛깔스럽게 표현된다.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 등 개인전과 1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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