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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박기춘 소목장인, ‘전주장’ 명성 재현하다




“한때 임금의 하사품으로 이용될 만큼 명성이 있었던 전주장을 재현하는 데 남은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살기 위해 배웠던 목공예에 심취한 지 56년째 나무와 호흡하는 박기춘 목공예가는 소목장인으로, 전주반닫이, 전주 2층장 등을 비롯,'전주장'의 재현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의 가구는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해 보이지만 사치스럽지 않는다. 최근에 끝난 제28회 전주전통공예대전에서 '선비탁자'로 장려상을 받았고, 제39회 무등미술대전서 '전주 선비장'으로 특선을 했다.
2020년엔 제24회 통일문화제 통일미술대전엔 '통일의 선비장'으로 통일문화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남과 북이 분단된 고통을 승화시키고 우리네 고유의 선비정신처럼 의연하고 고고한 기품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전주 평화동서 박기춘 목공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968년부터 1974년까지 전주 대일가구에서 이인수장인을 만나 옛 고가구와 관련된 일을 했다. 또, 전주교육대학교 김헌용 교수로부터 꽃가마, 물레방아 등의 제작 기술과 설계를 전수를 받아 3년 동안 전주 풍남제 행사에 사용하는 꽃가마를 만들기도 했다.
이어 1974년 서울 천호동에서 생활가구 제작 및 설계숙련공으로 기술을 연마하는 등 서울에서 23년 동안 생활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전주에서 박기춘 목공방을 운영, 조선시대 한식 생활가구 복원연구 및 제작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통가구(小木)제작 연구소를 개설, 연구와 후진양성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실적으로 한국중공업 인테리어 공사, 천주교중앙협의회 인테리어 공사, 올림픽선수촌 인테리어 공사, 서울르네상스호텔 인테리어공사를 했으며, 천안종합터미널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했다.
2015년엔 태인 동화중학교에서 목공예 실습교사로 근무했다.
"반닫이는 평안도의 박천, 경기도의 강화ㆍ개성, 전라도의 전주ㆍ나주, 경상도의 예천ㆍ밀양ㆍ통영의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주며 장은 대표적으로 전주장과 통영장이지요.
행정과 군사의 중심지로서 풍요로운 김제평야와 만경평야가 자리하는 전주는 호남 지역의 고급스럽고 화려한 가구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전주장은 한 쌍을 이루는 이중구조와 형태로 머릿장과 서랍, 머릿장과 반닫이, 반닫이와 문갑으로 만들어지며 측널이 바닥까지 하나로 만들어 집니다. 또 다리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부터는 ‘조선시대 가구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전주장'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전주장'은 다른 지방 장보다 크기가 작고, 장 안에 비밀문갑이 달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귀중품이나 중요한 문서를 숨겨 넣기 딱 좋게 되어 있다.
이윽고 깎여진 톱밥이 꽃잎 모양으로 나뒹굴었다. 박목공예가가 '붉은색을 띄는 소나무' 홍송을 대패로 밀 때마다 붉은 꽃이 공방을 가득 메워갔다. 붉은 꽃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를 때 홍송은 제법 '전주장' 모양을 갖춰갔다. 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 전주장의 하나인 ‘삼층장’(의복과 솜, 천, 버선 등을 보관하던 3층으로 된 안방용 가구)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전통 짜임기법에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짜임기법으로 가구의 내구성을 과거의 것보다 더 견고하게 했습니다”
그는 짜임기법에는 목재 조립시 모서리 이음새 부분 내부에 사각 혹은 삼각 판재를 다시 삽입하는 기법을 터득했다. 2014년 제17회 세종문화대상 목공예문 명품을 수상했으며, 2016년 제4회 대한민국 전통 공예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해엔 진주 유등축제 등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7년엔 문화재 수리기능자(소목수)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2019년엔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에서 특별상을, 2020년엔 전국한옥기능대회에서 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20년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소장품 복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층장(전주 25860). 반받이, 반닫이장 등 3건 15점으로, 박물관으로부터 전주장 재현을 인정받아 판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일엔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 융합디자인학과 한지문화연구회가 주최 및 주관한 전통공예 심포지움에서 전주장의 제작 기법을 공개했다. 그는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꽃가마'로 특선했다. 전라감영과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의전당에 꽃가마를 기증했다. 그의 꽃가마는 멋진 조각이 있는데다가 옻칠, 그리고 매듭(꽃수술)이 들어간 명작이다.
전주향교와 전주 한벽문화관 등 각 기관의 전통혼례에서 실제로 쓰였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그로부터 배운 제자는 전주에서만 50명을 넘는다.
"양반과 부호가 많았던 전주는 예부터 다른 지방보다 가구공예가 특별히 발달했습니다. 견고함은 물론이고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하고 기품있는 맞춤형의 그 작은 가구에 사람들은 ‘전주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최고의 대접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주장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서해안 격포의 쭈꾸미 모양 쇠붙이는 오직 전주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믿고 바란다'는 기복신앙이 스며있다. 더 나은 삶, 무병장수, 자손의 번창 등의 염원이 이 작은 가구에 절제 있게 새겨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생활 가구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삶의 정서와 깊은 기원을 조각하고 짜 맞추는 생활 미술가이자 치유자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