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걸 화백이 23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3개월 동안 개인전 ‘생성의 결, 시간을 담은 빛’을 갖는다.
작가의 개인전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전시로, 300호 크기의 ‘해맞이’ 작품 등을 통해 86세 노장의 열정이 새로운 희망과 따뜻한 위안을 준다. 방의걸은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삶과 자연의 모습을 함축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러나 그가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은 단순한 존재 자체가 아닌,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새로운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탄생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정지해 있는 모습이 아닌 끊임없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변해가는 삶과 자연의 여정이자, 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은 한마디로 단순화하거나 특정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깊이가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현대적인 표현이 그 안에 생동하고 있다. 그런 자유롭고 현대적인 표현은 작가의 사유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출발하며, 그런 간절함은 보는 이에게 한없는 자유로움과 평안함을 선물한다.
이번 전시는 ‘해맞이’ , ‘비’ , ‘여명’ 등 방의걸이 그동안 보여준 핵심 연작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방의걸은 자신을 서투른 석공에 비유하며, 수많은 시도와 반성을 통해 미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자연을 소재로 하지만, 정지된 형태가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 역동적인 자연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는 역설과 반어가 녹아 있으며, 이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침묵 속에서 가장 큰 웅변을 듣게 하고, 비워둠으로써 모든 것을 담는다. 시각적 표현이 청각을 자극하며, 밝음과 어두움, 높이와 깊이가 서로를 주고받는다.
'물결' 시리즈는 해의 일렁임과 파도의 역동성이 캔버스를 뛰어넘는 듯하다. 작가는 이러한 열정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희망과 위안을 전한다. 서양의 재료가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묘사하는 데 우수하지만, 시간과 감성을 표현하는 데는 동양의 먹이 뛰어나다고 한다. 먹을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질감과 감정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방의걸은 '비' 시리즈와 '침묵' 시리즈를 통해 그 능력을 입증한다.
이러한 역설과 변화는 작품뿐 아니라 방의걸 자신의 모습에서도 발견된다. 여든이 넘은 그는 과거보다 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며, 그의 작품은 생명력과 역동성이 넘친다. 방의걸은 이러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통해 '생성의 결'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목정 방의걸은 고창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에서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운보 김기창(1913~2001)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웠다. 전주대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한 후 40여년간 전남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
원로작가 초대 단체전, 협회전, 각종 초대전 100여회, 국전 심사위원,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과 교수로 정년 퇴임(명예교수),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2차 심사위원장(문인화 부문)을 역임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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