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細畵), 세필(細筆)이라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머리카락 같은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어깨도 아프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야생화를 한 번 바라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원로서예가 아석(雅石) 소병순(蘇秉順)선생이 5백 종류의 야생화를 사실화로 그려내 화제다.
지금으로부터 5~6년전 민들레를 처음 시작, 그후 광대수염과 쥐오름풀과 졸방제비꽃, 노랑장대와 요강나물, 눈개승마, 범꼬리꽃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들어 각각의 작품이 5백종을 완성했다.
"홀아비바람꽃은 한 개의 꽃대에 한 송이의 꽃만 핀다고 해 붙여진 이름. 10~25cm 높이의 꽃줄기 끝에 하얀 꽃이 위를 향해 하나씩 달립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입니다. 노루귀의 꽃말은 ‘인내’. 이름처럼 겨우내 긴 시간을 버티고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꽃이 지고 잎이 나올 때 깔때기처럼 둥글게 말려진 잎에 잔털이 있어 노루의 귀를 떠올린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붉은대극은 다년생 초본으로 새싹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씨방에 돌기가 있고 없음에 따라 민대극과 대극을 구분합니다. 씨방에 돌기가 있으면 대극, 없으면 민대극(붉은대극)입니다"
그는 지난해 82세를 맞아 가진 ‘산수전(傘壽展)’에 5개월 여에 걸쳐 완성한 야생화 6폭 병풍엔 313개의 야생화를 소개했다.
흰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할미꽃이 습지 곳곳에 피었다. 할미꽃을 보면 ‘할미꽃 이야기’라는 옛이야기가 생각이 나는데 효와 공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붓꽃 종류인 노란색의 금붓꽃과 보라색의 각시붓꽃도 모습을 보였다. 붓꽃은 꽃잎이 터지기 전 모습이 붓과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이처럼 습지를 탐방하다가 야생화를 보면 그 이름과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그는 이름도 생소한 극락조화, 시계꽃, 벌레라니꽃 등 꽃에 미쳐 2000년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하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이윽고 고원 능선에 나 있는 걷기 길옆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조금 걷자 시야가 탁 트이며 파란 하늘이 눈에 닿을 듯 다가온다. 낙엽송 군락 나무 끝에 구름이 걸린 듯이 멋진 풍광이 나타났다. 지리산 능선에 올라서자 드높은 파란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 능선들이 광활하게 펼쳐지며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땅에는 야생화 하늘엔 몽실구름, 천상의 화원을 거닐면서 사방으로 360° 파노라마 뷰 전망이 펼쳐진 현장에서 느끼는 감회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입니다. 비록 운전을 못해 또다른 수고가 필요하지만 야산·길가에 핀 봄 야생화 반갑게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익산 출신인 작가는 1965년 남정 최정균선생을 사사한 이래, 대한민국서예대전(국전)에 입특선 7회를 하고 1983년부터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도전 특선, 추천 작가, 심사위원을 비롯, 부산시전, 인천시전, 전남도전, 경기도전 등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창암 이삼만 선양회 회장, 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 겸 감사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90년에 익산문화상을 받았다. 그는 2022년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기스락실에서 산수전(傘壽展)을 가진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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