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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한맘 김순갑 서예가, 전주 갤러리한옥서 첫 개인전 마쳐

"서예 입문 23년 만에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이규보의 '영정중월(詠中井月)'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산사의 스님이 달빛을 사랑하여 한 항아리 가득히 물과 함께 길어 갔네. 산사에 도착하면 바야흐로 깨달으리. 항아리 기울이면 달도 또한 공한 것을' 번거로운 세상 살다 보면 물질적으로 힘든 날이 올 때가 있는데 욕심 조금 덜 부리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주향교 앞 갤러리 한옥에서 첫 개인전을 마친 한맘 김순갑 서예가(세종한글서예연구회장)는 한학자인 할아버지 김남수선생이 서당을 하면서 한문을 접할 수 있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익산에서 여산 권갑석(1924-2008)선생을 만나 한문을, 전주로 이사온 후에는 유산 권영수선생으로부터 한글을 배웠다. 그후 문인화는 김문철 전주대 명예교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흐드러진 홍매 가지 위로 정겹게 내려앉은 두 마리 새, 늘어진 가지를 따라 피어오른 주홍빛 능소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산책길에서 만난 자연'을 주제로 서예, 문인화와 소품 등 30여 점을 전시했다. 등나무, 갈대, 능소화, 매화, 소나무, 연꽃, 수선화 등을 소재로 작품을 갈무리했다. 소박하고 담백한 화풍으로 우리네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문인화 전시회가 더 없이 좋았으며, 등, 부채, 양초 공예 등 소품을 통해 서예와 문인화가 생활 속으로 얼마 만큼이나 파고들지를 고민했다.
그는 이번 작품들에서 전통에서 창신으로 건너감의 몸부림을 볼 수 있었으며 더욱더 간결하고 싶은 절실함이 글감의 선택에서 눈길을 끌었다. 분명 이 시대 서예적 언어를 찾아가고 있음이리라.
"호인 '한맘'은 '한마음'이란 의미로 여산 권갑석선생님이 지어주었습니다. 예술성과 창의성, 대중성을 가미한 창작서예가 대중에게 익숙해지면서 전시회를 찾은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예도 대중과 함께하는 예술 장르로 꾸준한 변신을 거듭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옛 시나 말씀들을 글씨로 옮기면서 사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을 이루는 표현과정을 추구하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가식 없이 나를 보여준다는 것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제가 서예를 하는 것은 공부가 좋아 냇물처럼 끊임없이 붓글씨를 쓰는 것(호학(好學) 할 뿐이고 천류불식(川流不息) 할 따름)”이라면서 “관람객들이 너그러이 보아주고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고 했다.
22일부터 전북 일원에서 열리는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글 천인천시(千人千詩)'에 작품을 낸 그는 무주 안성출신으로 신춘휘호대전 운영위원장, 전주 덕진공원 가훈써주기, 얼마 전에 끝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한국화 및 사군자 체험의 장에 재능봉사에 나섰다. 현재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전라북도서예전람회, 한국서예연구회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세종한글서예연구회장, 한국서가협회 이사, 한국서가협회 전북지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