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괘불을 특별히 공개하는 행사를 갖다. 올해는 27일 부처님 오신 날 전후로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10월 9일까지 열여덟 번째 괘불 전을 갖는다. 괘불은 부처님 오신 날 등 사찰에서 의식을 베풀 때 마당에 거는 거대한 불화로 평소에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 이번 열린 괘불전은 ‘부처의 뜰’이라는 주제로 국보인 ‘청양 장곡사 괘불’로 장곡사 대웅전 마당에서 열린 영산대회에 걸기 위해 만든 괘불이었다. 영산대회는 현실의 공간을 부처의 설법이 펼쳐지는 곳으로 바꾸는 의미가 있으며, 장곡사 괘불이 올라간 곳은 어디라도 부처가 설법하는 청정한 땅으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그곳은 청정하며, 설법이 넘치는 부처의 뜰이 되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전라도에는 우역이 심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함경도에 비·바람·서리·우박 등의 재앙이 아울러 있어서 벼농사가 크게 상했고, 강원도에는 찬비와 서리가 내려 모든 곡식이 손상됐다. 평안도에는 서리와 우박의 재앙이 가장 심했고, 전라도에는 우역(소의 전염병)이 크게 성했으며, 충청도에는 조상으로 곡식을 상하게 했다’(咸鏡道泣有風雨霜雹之災 禾稼大傷, 江原道冷雨早霜 各穀損傷,平安道霜電之災最甚,全羅道牛疫大熾忠淸道早霜害殼, 숙종실록 5권 숙종 2年 8月 22日 壬申 1번째 기사(1676년)
우리에게 있어 괘불은 자연재해와 질병, 기아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자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불화로, 각종 불교 의식에 사용됐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은 조선시대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상 자연현상 기록이 16~18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사찰에서는 불교 의식을 거행해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고, 사찰 마당에 건 괘불 속 부처의 모습은 늘 그렇듯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대중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해 주었다.
최근들어 일제강점기 초기에 제작된 사찰의 불화에서 항일·독립 의지를 담아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태극기가 발견됐다. 남원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은 “최근 선원사 명부전에서 기도하던 중 지장시왕도 괘불 탱화에서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태극기는 지옥을 관장하는 10명의 왕 가운데 제6대 왕인 변성대왕 관모에 그려져 있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뇌록색으로 채색돼 있으며, 양 태극을 백색이 둘러싼 모양새다. 위쪽에 건괘와 이괘, 아래쪽에 곤괘와 감괘를 배치되어 있다.
괘불이 조성된 지 수백 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재난과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었고, 이상 기후와 전쟁, 사회 양극화 등으로 세계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5일(현지 시각) 해제했다. 2020년 1월 WHO가 이 조치를 발효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이에 한국 방역당국도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을 곧 확정할 계획이다. 27일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축원하며 전라북도부처님오신날봉축위원회가 13일 오전 10시부터 전라감영에서 전주·완주 연등축제인 ‘꿈타는 연등회’를 갖는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마스크를 벗은 가운데 어느 해보다 기쁘게 연등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더 없이 기분이 좋기만 하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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